용산 성심여고 내에 구한말 신학교와 성당이…
용산 성심여고 내에 구한말 신학교와 성당이…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11.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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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용산신학교,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사복 차림의 수녀회의 조화

 

서울 용산구 원효로4가에서 성심여자고등학교를 가려면 복잡한 골목길을 잘 찾아 들어가야 한다. 여고와 여중, 수녀회가 한 권역 내에 함께 어우러져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에 함벽정(涵碧亭)터라고 한다. 푸른 한강을 머금고 있다는 뜻인데, 고려말 충숙왕의 부인 조국공주가 남경(서울)으로 행차해 함벽정에서 용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다가 갑자기 산기가 있어 아들을 낳았는데, 그를 용산원자(龍山元子)라고 불렀다고 한다.

1886년 한불외방전교회가 천주교 순교지인 새남터와 당고개가 가까운 이곳 함벽정 일대를 매입했다. 이듬해인 1887년 경기도에 있던 예수성심신학교를 이전해 세운 것이 용산신학교다.

 

사적 520호 서울 용산신학교 건물 /박차영
사적 520호 서울 용산신학교 건물 /박차영

 

용산신학교는 우리나라 초기의 신학교다. 최초의 신학교는 1855년 충청도 배론에 세워진 신학교 신학당인데, 배론신학교는 1866년 병인박해로 문을 닫았고, 1862년 신앙의 자유가 일부 용인되면서 배론 예수 성심신학교가 용산구 원효로에서 부활하게 된 것이다.

초기엔 한옥을 쓰다가 몇 년 후에 서양식 건물을 짓게 되었다. 프랑스인 코스트 신부가 설계, 감독했다. 코스트(Coste) 신부는 앞서 명동성당과 약현성당을 설계한 사람이다. 용산신학교는 18915월에 공사를 시작해 18926월에 축성식을 올렸다.

반지하 1·지상 2층의 벽돌건물로서, 중앙에 현관과 지하층 출입구를 두고 좌우에 1층 현관에 이르는 계단을 설치했다. 본래의 건물 일부에 증축이 이루어졌으나 대부분 본래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용산신학교는 현존하는 한국 최초의 신학교 건물이며, 구한말 건물로서 건축사적 의의를 갖는다. 6·25 때 건물의 일부가 파괴되어 보수해 사용하다 2007년에 완전하게 복원했다.

오늘날의 용산신학교는 학교가 혜화동으로 이전해 성모병원 분원으로 사용하다가, 성심회에서 수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 수녀들은 수도복을 입지 않고 사복을 입는다. 사람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이라고 한다.

 

앞쪽이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뒤쪽 건물이 용산신학교 /박차영
앞쪽이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뒤쪽 건물이 용산신학교 /박차영

 

신학교 바로 아래에 성당이 있는데, 원효로 예수성심성당이다. 성당은 신학교와 같은 시기인 1902년에 세워졌고, 코스트 신부가 설계·감독 했다. 두 건물은 문화재청에 의해 사적 255호로 지정되었다가 2012년 두 건물의 특성을 고려해 신학교는 사적 520, 성당은 521호로 분리되었다.

 

사적 521호 서울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박차영
사적 521호 서울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박차영

 

원효로성당은 언덕을 이용해 지었기 때문에, 남쪽 언덕 아래는 3층이고 수녀원쪽은 2층이 된다. 주로 이용하는 출입구가 중앙이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쳐있어 비대칭의 모습을 이루었다. 건물의 내부는 제단과 예배석만 있는 단순한 교회형식이지만, 뾰족아치로 된 창문이나 지붕위의 작은 뾰족탑은 전체적으로 약식화된 고딕풍의 모습을 이루고 있다. 원효로 성당은 고딕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절충한 19세기말 성당건축으로 건축사적 의의를 갖는다.

 

성당에는 1902년부터 1958년까지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모셨다가 이후 신학대학 이전과 함께 혜화동으로 옮겼다.

조선교구 초대 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부터 8대 교구장까지 유해가 모두 이 성당에 안치되어 있었다. 또한 기해박해(1839) 순교자, 병인박해(1866) 때 순교자 등도 이 성당을 거쳤다. 이곳에 안치되었던 순교자들의 유해는 그 후 혜화동 신학교 성당을 비롯해 명동성당, 절두산 등지로 옮겨졌고, 역대 교구장들의 유해는 위쪽 용산성당내 성직자 묘지로 옮겨 안장되었다.

 

함벽정 터로 추정되는 언덕의 가을풍경 /박차영
함벽정 터로 추정되는 언덕의 가을풍경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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