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좋아 산천을 다니다 보면, 주변에 메타세콰이아라는 나무가 곳곳에 심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몇십년전만 해도 구경하기 힘든 나무였다. 저런 나무가 있었던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줄기가 곧게 뻗어 있고, 키가 크다. 굽고 휘어진 소나무에 익숙하던 우리나라 사람에겐 미국 옐로스톤에서 보이는 삼나무가 아닌가 하는 이국적 풍치에 젖는다. 하지만 이 나무가 중국에서 지금까지 자라는 나무라고 한다. 고대에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고 입증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메타세콰이아라는, 발음도 어려운 서양식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1940년대 이전까지 메타세콰이아(Metasequoia)는 화석으로 존재하던 나무였다. 지질학자들이 화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나무는 팔레오세(6,600만~5,600만년전)와 에오세(5,600만~339만년전)라는, 공룡이 살던 오래 전의 시대에 북위 80° 근처 븍극지방에서 자라던 나무였다. 종류는 20가지를 넘었다고 한다. 한국에도 포항에서 메타세콰이아 화석이 발견되었다.

 

 

일본인 식물학지 미키 시게루(三木茂)는 1939년 이 화석에 관해 논문을 쓰고, 1941년 이를 메타세콰이아라고 명명했다. 세콰이아는 아메리칸 인디언 추장의 이름으로, 북미 낙우송과에 붙여진 수종이었다. 일본인 학자는 ’뒤‘라는 의미의 접두어 ’메타‘를 붙여 화석식물을 메타세콰이어라고 명명한 것이다.

그런데 그해 우연한 일이 벌어졌다. 공룡시대에 번성하다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나무가 중국에서 발견된 것이다. 1941년 겨울, 중국 식물학자 간탁(干铎)이 후베이성 리투안(利川)에서 화석에서 보던 메타세콰이아 세 그루를 발견한 것이다. 그 나무는 보통 나무 이상으로 크게 자라 있었다. 현지 주민들은 그 나무를 수사(水桫) 또는 수삼(水杉)라고 불렀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삼나무란 뜻이다. 하지만 겨울이어서 이 나무의 잎을 구할 수 없었다.

이듬해 왕전(王战)이 그곳에 가서 나무의 견본을 구했다. 왕전은 그 나무를 수송(水松)으로 파악했다. 왕전은 나무 견본을 식물학자 정만균(鄭萬鈞)에게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정만균은 그 나무가 수송이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나무라고 단정하고, 또다른 식물학자 호선숙(胡先驌)에게 견본을 넘겼다.

호선숙은 중일전쟁 막바지에 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도 그 새로운 수종을 추적하기 위해 국제식물학회에 문의한 결과 일본학자 미키 시게루가 규정한 메타세콰이아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1948년 호선숙과 정만균은 후베이성에서 발견한 메타세콰이아를 새로운 수종으로 등록했다.

이로써 메타세콰이아는 “살아있는 화석”(living fossil)이 되었으며, 이 발견은 20세기 식물학계에서 최대발견의 하나로 꼽힌다. 후에 후베이성 이외에 쓰촨성에서도 자생적 메타세이아가 발견되었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 아놀드 수목원은 중국에서 메타세콰이아 씨앗을 가져와 보존과 번식을 본격적으로 관리했고, 여기서 메타세콰이아 후손이 다량으로 번식, 재배되어 전세계에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에는 1950년대에 미국에서 일본을 거쳐 들어왔다.

메타세쿼이아는 키 35~50m, 지름 2~2.5m 정도까지 자란다. 가지는 옆으로 퍼지며, 나무껍질은 적갈색이다. 잎은 봄부터 여름까지는 부드러운 신록색이며, 가을에는 노랗게 물들어 떨어진다. 지금 우리나라 곳곳에 메타세콰이어가 심어져 숲을 이룬다. 이 나무는 미국에서 온 수입종이지만, 그 씨앗은 중국산이다. 오래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했던 식물이다.

 

---

<참고한 자료>

김종헌·최성일(공주사대), 포항분지의 마이오세 장기층군의 금광동층에서 산출된 메타세콰이아(Metasequoia) 화석에 대한 고찰

Wikipedia, Metasequo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