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다니던 길에 무악재 하늘다리
호랑이 다니던 길에 무악재 하늘다리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12.11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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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과 안산 가로지르는 동물 이동용 다리…종로구와 서대문구의 경계

 

무악재는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안산(鞍山, 296m)과 종로구의 인왕산(仁王山, 338m) 사이에 있는 고갯길이다. 두 산을 연결하는 말안장과 같은 곳(鞍部)이었는데 사림들이 다니고, 도로가 생기면서 깎여 지금과 같이 되었다. 조선의 건국자 이성계가 개성에서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기 전에는 모래재 또는 사현(沙峴)이라고 불렸다. 또 안산 기슭을 따라 넘는 고개라고 하여 길마재라고도 했다. 길이 다듬어지기 전에 고개는 가파르고 비좁았다고 한다. 호랑이가 지나가던 길목이어서 열사람 정도 모여서 고갯길을 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조선시대에 수도 한양에서 북쪽으로 가는 길이 되었고,근대에 의주가도(義州街道)인 국도 1호선이 지나갔다. 1972년엔 서울역에서 파주까지 이르는 국도 1호선 47.6km 구간을 통일로라고 명명하면서 무악재도 그 안에 포함되었다.

 

무악재 하늘다리 /박차영
서대문구 쪽에서 본 무악재 하늘다리 /박차영

 

이 무악재를 가로질러 2017년에 다리가 건설되었다. 이름하여 무악재 하늘다리.

다리의 건설목적은 인왕산과 안산을 생태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생물종 다양성을 증진하고 야생동물의 이동로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옛날이야기 설명하면 인왕산 호랑이가 안산으로 건너갈 길을 열어 주자는 것이다.

다리는 서대문구와 종로구를 가른다. 구체적으로 서대문구 현저동 1-404에서 종로구 무악동 산 3-10까지다. 길이는 90m, 11.7m이며, 높이는 22m. 공사기간은 1년여 걸렸고 201712월에 준공했다. 사업시행자는 서대문구청이다. 총사업비는 62억원로 전액 서울시 비용으로 했다고 한다. 구조 안정성이 우수한 강아치교 방식이 도입되었다.

다리의 절반엔 녹지로 조성되어 있다. 동물들이 다니도록 꾸민 것이다. 하지만 1천만 인간이 우글거리는 서울에 동물들이 길을 내주었다고 그 길을 갈까. 그저 동물을 위한답시고 사람들을 위한 산책용 길을 만들어 놓은 게 아닌가 싶다.

 

무악재 하늘다리 /박차영
종로구 쪽에서 본 무악재 하늘다리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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