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랜드캐년 지형, 통리협곡
한국의 그랜드캐년 지형, 통리협곡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2.02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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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가 파고들어 형성한 지형…아름다운 전설이 숨쉬는 미인폭포로 유명

 

강원도 삼척시에서 38번 국도를 따라 태백시로 올라가다 보면 고원휴게소가 나온다. 휴게소 앞엔 노인병원이 경치를 가로막고 있는데, 병원 앞 공터로 몇걸음 옮기면 깊은 계곡을 볼수 있다. 그 계곡이 한국의 그랜드캐년으로 불리는 통리협곡이다. 행정구역으로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다.

통리(桶里)는 사방에 산이 높고 그 가운데에 골짜기가 길게 형성된 것이 마치 말구유처럼 보이기 때문에 유래한 지명이라고 한다. 또 옛날 이곳에는 속이 빈 통나무가 많아 통나무의 ’ ()자를 써 통리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통리협곡의 원경 /박차영
통리협곡의 원경 /박차영

 

지질학적으로 설명하면, 시루떡처럼 켜켜히 쌓인 지층을 폭포가 파고들어 만들어진 협곡이다생성과정이나 지질학적 특성이 미국의 그랜드캐년과 비슷하다. 협곡의 길이는 약 2km에 달하고, 깊은 곳의 높이는 270m에 이를 정도로 장엄한 광경을 연출한다.

협곡에는 30m에 달하는 미인폭포의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진다. 미인폭포는 오십장폭포(五十丈瀑布)라고도 한다. 이 폭포는 동해로 흐르는 오십천의 발원지다.

폭포는 심포리 우보산 계곡에서 발원하는 하천수가 흘러 생긴 것으로, 절벽에 부딪치는 물방울이 적은 것은 분수와 같고, 큰 것은 설산을 연상케 한다. 폭포 동북편 고원지대와 폭포 위의 계곡에 고금을 통해 미인 출생지역으로 전해진다. 이 근처에는 미인묘가 있다. 이 묘의 주인인 한 미인이 출가했으나, 남편이 일찍 사망해 재가했는데, 또 다시 사망하니 이 폭포에서 투신자살했다고 한다. 일설에는 남편이 죽은 후 재혼할 낭군을 찾았지만 사별한 남편 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게 되자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여 이 폭포에서 투신 자살한 일이 있었기에 미인폭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도 한다.

미인폭포는 두부침식(頭部侵蝕)을 통해 계곡을 연장시키고 있다. 두부침식은 강의 폭포 등이 지층을 침식시켜 무너지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통해 강의 길이를 상류 쪽으로 후퇴시킨다. 두부침식은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꼽을 수 있다.

 

미인폭포 /사진=삼척시
미인폭포 /사진=삼척시

 

통리협곡의 수억년의 퇴적의 역사가 쌓인 곳으로, 고생대와 중생대의 지층을 한눈에 관찰할수 있는 곳이다. 1억년전에 호수였던 곳에 모래와 자갈이 순차적으로 쌓여 여러 지층을 형성했고, 지각작용에 의해 솟아 올랐다가(융기) 참식에 의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협곡은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는데, 이는 퇴적암이 공기 중에서 노출된 채 산화되었기 때문이다. 해발 700m 안팎의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안개나 구름이 끼는 날이 많으며 이때 경치가 더욱 아름답고 신비하다. 일몰 전과 일출 전에 이 폭포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면 풍년이요, 찬바람이 불면 흉년을 예측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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