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4월 4일 북유럽의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정식 가입했다. 이에 따라 핀란드는 미국의 핵 우산에 들어가고, 이웃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집단방위조약에 따라 NATO 회원국이 자동으로 참전하게 되었다.

이날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벨기에 브뤼셀 NATO 본부에서 공식 가입문서를 제출했고, NATO는 이를 접수했다. 이로써 핀란드는 1949년 4월 4일 창립 74주년이 되는 날을 맞아 31번째 NATO 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75년전인 1948년에 소련과 체결한 중립화 조약을 폐기한 것이다. 정치학 용어로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고 표현되는 핀란드의 중립화는 소련도, 서유럽의 어느 편에서도 서지 않겠다는 국제적 약속이었다.

핀란드 중립화는 오랜 역사적 배경을 안고 있었다. 핀란드는 19세기초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러시아 차르가 핀란드 대공을 겸임하는 동군연합(同君聯合)의 형태였는데,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퇴위하자 핀란드는 러시아 공산정권을 군주로 삼을수 없다며 독립을 선언횄다. 러시아 볼셰비키 정권도 내전을 치르고 연합군의 공세를 막아내느라, 핀란드의 독립을 저지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가 2차 대전 직후 소련은 핀란드를 침공해 겨울전쟁(1939~40)과 계속전쟁(1941~44)을 일으켰으나 핀란드의 완강한 저항으로 얻은 게 별로 없이 휴전했다. 핀란드도 약소국으로 마냥 소련에 대항하기 역부족이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동서냉전 체제가 굳어지자 양국은 타협했다. 소련은 핀란드를 침공하지 않는 조건으로 중립을 요구했고, 핀란드도 이를 받아들었다. 1948년 협정으로 핀란드는 중립 국가가 되었다. 이 때문에 핀란드는 미국의 마셜플랜에 참여하지 않았고, 소련의 대외 정책에 대해서도 중립을 취했다. 나토는 물론 바르샤바 조약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소련 시절에 핀란드인들은 스스로 자유를 제한했다. 핀란드인들은 도서관에 반소련적 서적을 퇴출했고, 언론도 반소적 표현을 삭제했다. 법적으로는 언론·출판의 자유가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소련에 반하는 사회적 흐름이 제어되었고, 사회 지도층들이 그런 분위기를 자제했다. 소련의 반체제 작가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쓴 ‘수용소군도’의 핀란드어 번역본도 출간이 금지되었다. 강대국 옆에 사는 약소국의 생존논리였다.

 

 

그러다가 1991년 소련이 붕괴된 이후 핀란드는 서방과 좋은 관계를 맺었다. 1994년 NATO와 평화우호조약을 체결하고, 1995년에 EU에 가입하고 유로를 통화로 사용하고 있다. 친서방 정책으로 돌아선 것이다.

2022년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핀란드는 형식적으로 유지하던 중립정책을 포기했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추진하자 러시아는 핀란드에 대한 전기공급을 끊었다. 이런 손해에도 불구하고 핀란드는 친유럽, 친서방을 선택했다. 핀란드 지도자들은 전기를 끊기는 것보다 자유를 빼앗기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막상 나토에 가입하려는데 이번엔 튀르키예가 반대했다. 나토 가입여부는 회원국 전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튀르키예는 자국 반란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 관련자 신병을 보호하고 있다는 이유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보류하고 있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스웨덴보다 시급했다. 핀란드는 튀르키예의 조건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튀르키예 의회는 3월 30일 만장일치로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비준했다.

하지만 스웨덴은 아직 나토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스웨덴에서 반튀르키예 시위가 발생한데다 튀르키예의 PKK 관련자 인도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헝가리도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해 시비를 걸고 있다는 이유로 스웨덴의 나토가입을 보류하고 있다.

 

 

핀란드는 나토 집단방위 5조를 적용받게 되었다. 나토 규정에는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필요시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러시아는 나토에 가입한 핀란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 안보와 국익에 대한 침해"라며 "러시아는 안보 보장을 위해 전략적·전술적 대응책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