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도우미 특별비자 줘라”
”외국인 가사도우미 특별비자 줘라”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3.04.2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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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크레이머, ‘이민정책’ 훈수…국제사회에 한국 역할 강조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출산율 제고 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저출산 문제를 겪는 선진국들이 이민 정책을 통해 경제활동인구 확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민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최소화하고 국가 재정 및 후생에 긍정적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대상 특별 비자 프로 그램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2019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크레이머(Michael Kremer) 시카고대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등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정부에 이렇게 훈수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최근 챗GPT AI 기술 발전에 대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단기간 내 생산성 향상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소득와 디지털 격차의 확대에 대해 정부의 선구매약속(Advance Market Commitments)을 통해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민간이 개발한 기술의 수익성이 낮으면 정부가 구매한다고 미리 약속하는 방식이다.

크레이머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마이클 그레이머 교수 /기획재정부
마이클 그레이머 교수 /기획재정부

 

- 한국 경제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어디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저출산은 생산연령 인구 1인당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 수가 늘어나는 부양비(dependency ratio)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출산율 제고 정책이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저출산 문제를 겪는 선진국들이 이민 정책을 통해 경제활동인구 확충을 진행하고 있다. 이민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최소화하고 국가 재정 및 후생에 긍정적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대상 특별 비자 프로 그램을 참고할 수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육아 및 노인 돌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고숙련 국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세수 확대, 내국인 저숙련 노동자의 임금 인상 등의 파급 효과를 통해 긍정적 효과를 수반할 수 있다.

 

- 최근 챗GPT AI에 관한 관심이 제고되고 있다. AI가 기업의 혁신과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 과정에서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요.

AI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사회 전체의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시민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기술이다.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 효과가 완전하게 실현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기업들이 AI를 자신의 사업 분야와 경영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보완적 기술도 필요할 것이다.

기업들이 AI 도입 및 활용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기업 전반의 전략에 대한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거나 잃을 위기에 처했으나, 다른 산업 분야나 직종으로 쉽게 전직할 수 없는 근로자의 재취업 및 교육을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AI의 발달은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 사회 전체의 생산 능력과 시민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될 것이다.

 

- 팬데믹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소득 격차와 디지털 격차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선진국이 개발한 신기술은 저소득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대표적이다. 휴대전화와 Google, WhatsApp 등 선진국에서 개발한 서비스들을 저소득 국가들도 이를 활용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저소득 국가는 과거의 유선 전화와 같이 인프라 구축 비용이 큰 단계를 건너뛰고 휴대전화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바로 사용하는 것처럼 기술 건너뛰기(leapfrog)”를 할 수도 있다. 저소득 국가의 많은 사람이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거주하더라도 휴대전화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저소득국과 중소득 국가에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참여하는 상업적 인센티브가 낮아 사회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추진되지 않는 사례가 있다. 이 경우 정부가 나서서 필요한 기술 개발자금을 지원하거나 기술 개발 후 구매를 약속하는 등 민간 부문의 투자를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에듀테크 보급은 이러한 사례 중 하나다. 에듀테크가 학습역량 강화에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인도에서 에듀테크를 도입한 학교 학생들의 수학 역량이 38% 향상된 사례가 보고되었다. 다만, 공립 학교를 대상으로 한 에듀테크 도입이 실효를 거두려면 기술 도입과 더불어 교육 체계 전반에 대한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또 다른 예는 디지털 농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계층의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하며 이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농업 기술 개발, 신품종 도입, 병해충 관리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은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농업과 관련된 맞춤형 자문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일기 예보와 결합한 조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농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은 디지털 기술 혁신의 선두 주자로서의 위치와 비약적인 경제발전 경험을 살려 선진국과 개도국 간 소득 격차와 디지털 격차 완화에 있어 비중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간의 협력뿐만 아니라 민간과 정부 간 협력, 민간 부문 간의 협력 등도 조화롭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민간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각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민간 부문의 창의성을 활용해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한 가지 방법은 선구매약속(Advance Market Commitments)을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었을 경우 정부 차원의 구매를 우선 약속하는 방식으로 민간 부문의 혁신을 장려할 수 있다.

2009년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에서 아동 사망의 주요 원인인 폐렴구균에 대한 백신 개발을 위해 AMC를 활용해 12억 달러 규모의 재원이 마련했으며, 단시간에 두 가지 폐렴구균 백신이 개발, 승인되었다. 이 백신은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보급되었고, 70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AMC는 백신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처음 도입되었지만, 기후 기술처럼 사회적 필요성은 높지만, 상업적 인센티브가 크지 않은 다른 기술의 개발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기술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멘트, 철강, 기타 투입재 구매자로서의 정부의 권한을 행사하여 해당 부문의 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최근 사건들은 글로벌 무역과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중요한 의료용품에 두드러졌습니다. 이러한 중요 분야에서 지속가능하고 탄력적인 무역을 보장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선행 투자 방식(선구매약속)은 글로벌 위기가 발생 시 공급망 차질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코로나 백신이 개발, 생산되었으나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백신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했다. 그러자 각국 정부는 백신 수출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런 사태의 재현을 방지하려면 지금 백신 투자에 선행 투자(선구매약속)함으로써 백신의 생산 능력과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확보해야 한다. 물론 생산 능력과 원자재를 최대 생산량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비용을 아끼겠다고 선행 투자(선구매약속)를 하지 않는 것은 안전벨트 없는 차를 사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신속하게 백신을 제공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각국 정부가 백신에 대한 무역 장벽을 세울 필요성도 훨씬 줄어들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농업 생산성 증대를 위한 투자는 식량 부족 사태 예방과 심각성을 낮출 수 있다. 농업 기술 혁신에 대한 투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가뭄과 홍수에 강한 작물이 개발된다면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개발도상국과 지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에서 디지털 인프라를 확장하고 e-러닝 및 교육을 촉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우선 순위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교육 분야의 디지털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태블릿 PC를 통해 상세 디지털 수업 지침을 교사에게 전달하고,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여 교사 출석 확인, 수업 지침을 기반으로 한 수업 진척 관리, 교장의 수업 참관을 통한 교사 피드백 제공, 금융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작업을 수행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교 중 한 학교에서 프로젝트 성과를 측정한 결과,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2년간 교육받은 학생들의 경우 2년 동안 약 3년 치(0.89년 추가 교육 효과)의 교육 내용을 이수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생들 간의 시험성적 편차와 유급 비율도 줄었다.

 

- 한국과 선진국들은 어떤 디지털 협력을 추진해야 할까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은 에듀테크, 디지털 농업, 디지털 헬스케어, 전자정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도국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야는 민간 부문의 투자만으로 발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며, 한국의 노하우와 전문성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디지털 기술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인간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디지털 도구를 보급하더라도 교사가 실제 교육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거나, 농작물 정보를 농가에 전달하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형태라면 긍정적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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