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만주의 경계에 장백산맥
한반도와 만주의 경계에 장백산맥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6.1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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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양국이 신성시하는 산…압록강·두만강·쑹화강의 발원지

 

우리나라와 만주를 가르는 경계는 압록강과 두만강이다. 또다른 경계는 장백산맥(長白山脈)이다. 중국어로는 창바이산맥.

장백산맥의 주봉은 백두산이다. 장백산맥은 백두산의 별칭에서 파생했다. 백두(白頭)란 산 꼭대기에 흰색의 화산재가 많고 오랫동안 눈이 덮여 있어 하얗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 고전 산해경에서는 불함산(不咸山)이라고 했고, 후한서와 신당서엔 단단대령(單單大嶺)이라고 했다. 북위(北魏) 시기에는 도태산(徒太山)이라고 했다. ()나라 시절에 태백산이라 고쳐 불렀고 장백산이라는 이름은 요()나라(916~1125) 때에 생겼다. 금조(金朝)1172년에는 영응산(靈應山)이라 하여 제사를 지냈으며, 청조(淸朝)는 조상인 애신각라(愛新覺羅)의 발상지라 하여 숭배했다.

장백산맥은 압록강과 두만강, 쑹화강(松花江)의 발원지다. 만주를 흐르는 강이 북쪽으로 흘러 아무르강(흑룡강)과 만나는 것은 장백산맥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길이는 약 1,300이고 동서 넓이는 400. 가장 높은 산인 백두산이 해발 2,744m이고, 2,000m를 넘는 산들이 많다. 장백산맥 남쪽에는 북한의 낭림산맥과 마천령산맥이 남쪽으로 흐른다.

 

자료=MDPI
자료=MDPI

 

중국의 5(五岳)과 견줄 만큼 유명하다. 2007년 중국 정부는 장백산을 AAAAA급 풍경구로 지정했다. 장백산맥은 북한에서도 중요시한다. 김일성이 일제시대에 반일 게릴라 활동을 하던 무대라는 것이다.

산맥은 3개의 산줄기(山列)로 나눠지는데, 북한과 접해 있는 장백산맥, 만주평야 쪽에 있는 대흑산열(大黑山列), 중앙에 있는 노장광산열(老張廣山列)이다. 이 세 개의 산열 중에 연길(延吉목단강·돈화(敦化통화(通化) 등의 산간분지가 있다. 이들 분지들은 옛날 고구려의 발생지이며, 일제 강점기 때 독립군의 근거지였다. 지금도 조선족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다.

요령성(遼寧省길림성(吉林省흑룡성(黑龍省)의 동북3성에 걸쳐 있으며, 화산활동으로 생겼기 때문에 산정상에 현무암 용암지대가 넓게 형성되어 있다. 산지 일대는 원시림으로 덮여 있고, 포장수력·삼림자원 등이 풍부하다. ·석탄 등의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장백산맥 항공사진 /위키피디아
장백산맥 항공사진 /위키피디아

 

10여년도 더 전의 어느 가을날, 필자는 장백산맥의 주봉인 백두산을 중국 쪽에서 오른 적이 있다. 우리는 최고봉인 장군봉의 높이를 2,744m라고 배웠다. 이는 한국의 수준 원점인 인천 앞바다를 기준으로 한 것인데, 북한은 원산 앞바다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2,749m라고 주장한다. 우리보다 5m 더 높게 세운 것이다.

우리는 길림성 옌벤(延邊) 조선족자치주의 숙소에서 밤을 보낸후 일찍 출발했다. 안도현(安圖县) 이도백하(二道白河)라는 곳을 경유했다. 이 곳엔 백두산의 삼림자원과 화산 용암이 갑자기 식어서 만들어낸 가벼운 부석(浮石)이 풍부하다. 부석은 건축재료로, 홍콩, 타이완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된다고 한다.

백두산 등산 출발지는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바이허(白河)라는 마을이었다. 백두산이 화산으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금새 알수 있었다. 개천가에 온천수가 흰 수증기를 뿜어 내고 있었다. 길 가엔 뜨거운 온천수에 계란, 옥수수, 감자를 삶아 관광객들에게 팔고 있었다. 온천의 최대 온도는 89도이고, 평균 온도가 60~70도라고 한다.

 

장백폭포 /박차영
장백폭포 /박차영

 

이제부터 등산로다. 평지 길을 5분쯤 걸었더니 시원한 폭포수가 눈앞에 드러났다. 장백폭포다. 백두폭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중국인들이 자기네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천지(天池)에 가두어진 물은 북쪽 중국 땅으로 흘러 이 거대한 폭포수를 만들었다. 천지의 물은 천문봉과 용문봉 사이의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승사하(혹은 통천하)를 따라 흐르다가 절벽을 만나 장백폭포를 만든다. 폭포 물은 68m의 수직 절벽을 따라 떨어지며, 한여름에도 폭포 아래에는 겨울의 눈이 남아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엔 눈이 없었다.

 

백두산 천지에서 쑹화강으로 흐르는 입구, 달문 /박차영
백두산 천지에서 쑹화강으로 흐르는 입구, 달문 /박차영

 

계곡의 양편은 수직에 가까운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는 암석에 발달한 주상절리와 빙하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얼고 녹음이 반복되는 기후 조건으로,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암괴들이 급경사의 절벽 아래 너절하게 깔려 있다.

경관은 우리를 압도했다. 저기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든 등산로만 없었다면 마치 다른 혹성에 온 것인 양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폭포 옆으로 무식하게 등산로를 만들어 놓았다. 콘크리트 등산로는 피곤했다. 우리나라 웬만한 산은 거의 올라보았지만, 백두산은 역시 백두산이었다. 백두산은 허약하고 인내력 없는 사람에겐 오르지 못하 게 하는구나 생각되었다. 팍팍한 다리를 이끌고 콘크리트 계단을 한칸 한칸 올라갔다. 뚜벅이 걸음으로 가다보면 언젠가는 천지에 도달하겠지.

무려 한시간이나 올랐다. 다리가 부러지는 것 같았다. 마침내 우리는 장백폭포 위쪽의 물길을 만나게 되었다. 이 곳을 승사하(乘槎河) 또는 통천하(通天河)라고 한다. ‘하늘을 오르는 사다리’, ‘하늘을 통하는 내라는 뜻이다. 해발고도 2,000m. 천지 달문에서 빠져 나온 물줄기는 1.25km의 협곡을 따라 흘러 장백폭포를 만든다. 승사하 길은 비교적 수월하다. 그리고 만난 곳이 달문이다.

달문(闥門)은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만주대륙으로 삐지는 수로다. ‘은 산을 나타내는 만주어라고 한다. ‘산의 문이라는 뜻이다. 백두의 칼데라가 만든 천지 물이 달문을 통해 빠져나가 통천하, 승사하를 거쳐 장백폭포를 이루고, 쑹화강(松花江)으로 유입된다.

승사하와 달문까지 30. 우리는 드디어 천지(天池)에 도착했다. 검문소에서 천지 입구까지 1시간 30분의 고된 등정길이었지만, 천지를 만나자 말끔히 피로가 씻겨 나갔다.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천지물을 발을 담갔다. 쾌감이 느껴졌다.

 

천지 /박차영
천지 /박차영

 

천지(天池). ‘하늘 연못이란 뜻이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이렇게 맑은 날이 1년중 며칠 없다고 했다. 하늘도 푸르고, 천지도 푸르렀다. 저 건너 북한 땅이다. 장군봉이 보인다. 면적 9.17, 둘레 14.4km, 최대너비 3.6km, 평균 깊이 213.3m, 최대 깊이 384m, 수면 고도는 2,257m이다.

해발 2,000m 이상 높은 곳에 이런 거대한 호수가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그야말로 하늘이 주신 선물이다. 천지는 또다른 말로 용왕담(龍王潭)이라고도 한다. 용왕이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지는 칼데라(Caldera)호다. 대규모 화산이 폭발해서 둥그런 산맥을 형성하고, 그 안에 물이 고인 것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칼데라 호수라 한다.

저 큰 호수가 만들어지려면 화산의 폭발력은 얼마나 컸을까. 백두산 분화는 946년에 발생했다. 화산폭발지수 7에 달하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강력했다고 한다. 세기말에 불을 뿜었기에 밀레니엄 분화라는 말도 있다. 946년의 10월에서 12월 사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분화로 45 메가톤의 황이 분출되었다고 한다. 화산재와 화산가스 기둥이 대기 상층에 25km 이상 치솟았고, 주변에 100이상의 화산재를 배출했다고 한다. 일본의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에 5~10cm 두께로 퇴적된 백두산 화산재 지층을 남겼다. 그린란드 빙하 속에서도 백두산 화산재의 유리조각이 발견되었다. 고려 정종 원년(946)이 해 천고(天鼓)가 울리므로 사면령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고, 일본 사서인 흥복사연대기에 천경 9(946) ‘밤에 하얀 화산재가 눈과 같이 내렸다라고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발해 멸망이 백두산 분화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발해 멸망은 926년으로, 20년이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백두산에서 내려다 본 만주 벌판 /박차영
백두산에서 내려다 본 만주 벌판 /박차영

 

호수 북쪽의 한 곳이 터져서 물이 흘러나가는데, 그곳이 우리가 지나왔던 달문(闥門)이다. 이 물줄기는 북쪽으로 가파르게 내려가다가 장백폭포를 이루고, 쑹화강[松花江]으로 유입된다. 그후 중국과 러시아를 가르는 아무르강(흑룡강)과 만나 연해주를 지나 사할린섬 맞은편 태평양 해안에 도착한다. 우리는 만주 벌판의 출발점에 서 있었다.

 


<참고한 자료>

Wikipedia, Changbai Mountains

Britannica, Changbai Mountains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장백산맥 (長白山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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