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불경, 일본서 돌아오다
고려 불경, 일본서 돌아오다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3.06.1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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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6’ 사경 환수…그림 ‘변상도’와 글씨 옮겨 적은 ‘경문’ 등 구성

 

고려시대 불경을 베껴쓴 묘법연화경 권제6’(妙法蓮華經 卷第6)이 일본에서 국내로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615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사경(寫經) ‘묘법연화경 권제6’을 공개했다.

제작연도는 14세기로 추정되며 감지에 금은니(·銀泥, 금 또는 은가루를 아교풀에 개어 만든 안료)로 필사되었다. 크기는 접었을 때 세로 27.6× 가로 9.5이며, 펼쳤을 때 가로 1,070, 두께 1.65.

 

​묘법연화경 권제6 /문화재청​
​묘법연화경 권제6 /문화재청​

 

묘법연화경 권제6은 감색(紺色) 종이에 경전의 내용을 금·은니로 필사해 병풍처럼 절첩본(折帖本)으로 만든 고려 사경(寫經)으로, 지난해 6월 소장자가 재단에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존재가 확인되었다. 이후 조사와 협상을 거쳐 올해 3월 국내로 들여왔다.

사경(寫經)은 불교 경전을 옮겨 적은 경전을 의미하는데, 본래 불교 교리를 전파하기 위해 제작되었으나 점차 발원(發願)을 통해 공덕(功德)을 쌓는 방편으로 여겨져 널리 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고려시대에 사경 제작이 성행하였으며, 국가 기관인 사경원(寫經院)을 통해 국가의 안녕을 빌거나 개인적 차원에서 돌아가신 부모의 극락왕생 등을 바라는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묘법연화경은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있음을 기본사상으로 한 경전이다. 7권 중 제6권에 해당하는 묘법연화경 권제6’은 묘법연화경 전파의 중요성과 공양 실천에 대한 강조를 주 내용으로 한다. 특히, 내용 중 23품에 해당하는 약왕보살본사품’(藥王菩薩本事品)에는 묘법연화경이 여러 경전 가운데 제일이며, ‘이 경전을 듣고 스스로 쓰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 쓰면, 그 얻는 공덕은 부처님의 지혜로 그 많고 적음을 헤아려도 그 끝을 알 수 없다고 적혀 있다.

 

묘법연화경 변상도 세부 /문화재청
묘법연화경 변상도 세부 /문화재청

 

경전의 내용을 압축하여 묘사한 변상도(變相圖)4개의 화면(畫面)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면 우측에는 묘법연화경을 설법하는 석가모니불과 그 권속이 그려져 있으며, 좌측에는 사람들이 성내며 돌을 던져도 그대들은 모두 성불하리라고 말하는 상불경보살품(常不輕菩薩品/20)의 장면, 타오르는 화염 속에 자신의 몸을 바쳐 공양하는 약왕보살본사품(藥王菩薩本事品/23)의 장면 등 묘법연화경 권제6’의 내용 가운데 가장 극적인 장면들이 담겨있다. 특히 화면 우측의 설법 장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화면을 선으로 빼곡하게 채운 점 등에서 14세기 후반 고려 사경의 특징이 드러난다.

한편, 108면에 걸쳐 이어지는 경문(經文)은 한 면당 6행씩, 각 행에는 17자의 글자가 적혀 있으며, 금니로 경계를 그리고 은니로 글자를 정성스럽게 적은 형태이다.

묘법연화경 권제6은 불교문화유산으로서의 종교적 가치와 뛰어난 미적 가치를 함께 자랑하며, 7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보존 상태가 양호해 향후 다양한 연구와 전시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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