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를 권리’ 논쟁에 빠져든 프랑스
‘게으를 권리’ 논쟁에 빠져든 프랑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6.2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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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게으름, 멍때림의 문화 확산…68시간 근무제 논란도 연장선상

 

폴 라파르그는 칼 마르크스의 사위로, 프랑스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했다. 그는 저서 게으를 권리’(Le Droit à la paresse)에서 지금까지 부르주아지들만 빈둥거리고 살았으나, 이제부터는 프롤레타리아도 게으르고 잘 먹고 잘 마실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지금 게으를 권리’(The Right to Be Lazy)에 대한 논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3월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수급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자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프랑스는 사회주의 전통이 강한 나라다. 16세기 이래 몽테뉴, 장자크 루소 등 프랑스 철학자들은 국민의 쉴 권리를 주장해 왔다. 프랑스의 은퇴자들은 연금으로 가족들과 여행가고 여유롭게 취미생활을 즐기며 안락하게 여생을 보낸다. 그런 게으른 삶을 대통령이 2년 늦추라고 강요하니,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영국의 BBC 방송이 프랑스인들은 게으른가라는 주제의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프랑스 노동자들은 연간 5주의 휴가를 갖는데, 이는 미국인들의 2배다.

라파르그((Paul Lafargue, 1842~1911)의 논리는 1936년 좌파 인민전선이 정권을 잡았던 시기에 15일 유급 휴가를 법으로 보장함으로써 받아들여졌다. 프랑스의 유급휴가는 20년 뒤 1956년에는 3, 1969년에 4, 1982년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 5주로 늘어났다. 프랑스 근로자들은 여름에 5주 동안 게으를 권리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 권리를 마크롱이 방해한 것이다. 프랑스 녹색당 의원은 외회에서 게으를 권리를 주장하며 마크롱의 연금개혁을 소리높여 비난했다. 야당은 연금개혁을 무효화하기 위해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612일 현재 17번이나 제출했지만 번번히 무산되었다.

라파르그의 논리보다는 마크롱의 일을 더 해야 한다는 논리가 더 강하게 먹히고 있는 것이다. 마크롱은 우리가 더 오래 살고 있기 때문에 더 오래 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프랑스 연금재정은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서는데 지금의 노령세대가 재정을 고갈시키면 그 부담은 젊은 세대가 져야 한다.

 

폴 라파르그 /위키피디아
폴 라파르그 /위키피디아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으를 권리논란은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노는 문화가 대세다. ‘멍 때리는 여행을 주제로한 드라마가 인기다. 아직도 식지 않은 주 68시간 확대논란은 윤석열 정부의 의도와 달리 쉴 권리’, ‘게으를 권리를 정부가 뺏어간다는 논쟁으로 번졌다. 앞으로 예고된 연금개혁에서도 게으를 권리는 주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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