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만 남은 경주 미탄사지에 연못이 있었다
기록에만 남은 경주 미탄사지에 연못이 있었다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3.06.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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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조사 결과 발표…신라왕경 내 전형적인 도시가람과 다른 형태의 배치

 

2014년 경주 황룡사터 남쪽의 옛절터를 파헤치던 발굴팀이 미탄’(味呑)이란 글자가 새겨진 기와를 발견했다. 삼국유사 권1 기이 1편 신라시조 혁거세왕조지금 황룡사 남쪽에 미탄사(味呑寺)가 있고, 그 남쪽에 최치원의 옛집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 이로써 삼국유사 기록으로만 전해져온 신라시대 미탄사의 위치가 확인되었다. 그곳에는 삼층석탑이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이후 이 석탑은 미탄사지 삼층석탑이라 명명되고, 2017년에 국가보물로 지정되었다. 이후 2018년부터 삼층석탑 주변에 대한 발굴조사를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미탄사지 삼층석탑 /문화재청
미탄사지 삼층석탑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그동안 삼층석탑 주변의 미탄사지 발굴 결과를 내놓았다.

이번 조사에서 미탄사는 통일신라기인 8세기 후반 황룡사지 남쪽 가옥에서 사찰로 전환되어 13세기까지 운영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역은 신라왕경 방리제(坊里制. 도시구획) 안에서 도로로 구획된 곳에 세로 약 160m, 가로 약 75m, 면적 12,000, 삼층석탑과 금당지를 비롯한 여러 동의 부속 건물과 원지(園池, 정원 내 연못), 담장, 우물, 배수로 등이 갖춰져 있었다.

사찰 영역은 삼층석탑과 금당으로 구성된 예불 공간, 승려들이 거주하는 승방과 부속 건물 등으로 구성된 생활공간, 그리고 원지 일원의 후원공간으로 나눠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통일신라시대 미탄사지 영역 구분도 /문화재청
통일신라시대 미탄사지 영역 구분도 /문화재청

 

가람은 문지--금당이 남북으로 배치되었고, 금당이 탑의 중심축선상에 벗어나 있어 전형적인 신라왕경 내 사찰과는 다른 형태의 가람배치를 보였다. 이에 이 사찰이 8세기 이후 신라왕경내 도시가람으로 귀족층의 원찰(願刹, 사자의 명복을 비는 사찰)이었을 것으로 추정케 한다.

가람 내에 약 33×28m, 900규모의 연못(원지)이 확인되었다. 연못은 금당지 북서쪽에 위치하며, 동쪽 남북대로(大路)의 배수로에서 원지로 물이 흘러 들어가는 입수구를 갖추었다. 연못은 직선과 곡선호안으로 이뤄져 있는데, 호안의 동벽과 북벽은 강돌을 여러 단 쌓아 직선호안으로 만들었고 서벽과 남벽은 자연지형을 이용하여 곡선호안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형태의 미탄사 원지는 동궁과 월지, 구황동 원지, 용강동 원지와 함께 신라왕경 내 연못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로 판단된다.

 

이번에 미탄사지 삼층석탑의 하부 지정층을 조사한 결과로 석탑이 8세기 후반에 건립되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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