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흥륜사 터에서 고려시대 유물이 대거 출토
경주 흥륜사 터에서 고려시대 유물이 대거 출토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3.07.0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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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불상·향로·촛대 등 공양구 가득 든 철솥 출토…영묘사 글자 새겨진 기왓장도

 

신라 천년의 도읍지였던 경주는 땅만 파면 고대 유물이 나온다. 이번에는 경주 사정동에서 하수관로 설치공사를 하기 전에 발굴조사 중에 통일신라~고려시대 사찰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건물터와 담장터, 우물 등의 유적이 드러났고, 고려시대의 불교 유물이 대량으로 쏟아졌다.

()춘추문화재연구원이 발굴한 곳은 사적 흥륜사지(興輪寺址)’로 지정되어 있는데, 사찰 주변에서 靈廟之寺라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가 다수 수습되어 학계와 지역에서는 영묘사지로 보기도 하는 곳이다. 이번 조사에서 건물의 적심(나무를 박은 곳)과 담장지 등이 확인되어 절의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주 흥륜사지 퇴장유물 출토 모습 /문화재청
경주 흥륜사지 퇴장유물 출토 모습 /문화재청

 

발굴조사에서는 통일신라~고려시대의 기와, 토기 조각들을 비롯해 청동 공양구 등을 넣은 철솥이 매납된 채 확인되었고, 통일신라 금동여래입상과 영묘사(靈廟寺)란 글자의 기와 조각 등이 출토되었다.

특히 철솥 내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고려시대 청동 공양구와 의식구들이 담겨 있었다. 철솥은 지름 약 65cm, 높이 약 62cm의 크기로 외부에 4개의 손잡이가 달려 있으며, 안에는 작은 기와 조각들이 섞여 있는 흙이 30cm 정도 차 있었다. 그 아래에서 청동 향로, 촛대, 금강저 등 고려시대 불교공양구와 의식구 등이 확인되었다. 현재 육안으로 확인되는 유물은 모두 54점이며, 일부 유물은 부식되어 철솥 바닥부분에 붙어있는 상태라서 정확한 상태가 아직 파악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보존처리 과정에서 더 많은 유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동 공양구(일부) /문화재청
청동 공양구(일부) /문화재청

 

이번에 수습한 청동 유물과 철솥 등은 화재나 사고 등의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급히 한곳에 모아 묻어둔 퇴장(退藏)유물로 추정된다. 문화재 당국은 출토유물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과학적 보존처리와 심화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청동 유물이 일괄로 출토된 사례는 창녕 말흘리 유적, 군위 인각사지, 서울 도봉서원(영국사지), 청주 사뇌사지(무심천변), 경주 망덕사지와 굴불사지 등에서 비슷하게 확인된 바 있지만, 이번에 발굴된 유물은 그 수량이 월등히 많아 앞으로 관련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동여래입상 출토 모습(조사지역 북편 고려시대 담장 주변 발굴) /문화재청
금동여래입상 출토 모습(조사지역 북편 고려시대 담장 주변 발굴) /문화재청
‘靈廟之寺’ 글씨가 새겨진 기와 /문화재청
‘靈廟之寺’ 글씨가 새겨진 기와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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