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서운암에 성파스님의 흔적
통도사 서운암에 성파스님의 흔적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7.06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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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통일 염원 담아 10년간 구워낸 16만 도자대장경…울주 암각화 나전옷칠 작품

 

통도사 암자 서운암에서 놀란 것은 장경각이다. 장경각(藏經閣) 내에는 불교경전을 새긴 도자판 16만장이 보존되어 있다. 길은 미로처럼 꼬불꼬불했고, 주변 장서엔 도자판이 빼곡이 메워져 있다. 해인사의 대장경은 목판인데, 이곳 서운암의 대장경은 도자판이다. 나무로 만들면 앞뒤로 글자를 새길수 있는데, 도자기로 한쪽면에다 글자를 새기다 보니 목판 대장경의 배가 필요하다. 그래서 해인사의 대장경의 목판수는 8만개인데, 서운암 도자판의 수는 16만개다.

 

서운암 장경각내 도자판 장서 /박차영
서운암 장경각내 도자판 장서 /박차영

 

서운암(瑞雲庵)은 국내 3대 사찰의 하나인 통도사 암자로,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암자다. 통도사에는 암자가 20개 가까이 되는데, 우리 일행이 서운암을 찾은 것은 그 유명세 때문이었다. 서운암은 고려 충목왕 2(1346)에 충현대사가 창건하고, 조선 철종 10(1859) 남봉대사가 중건했다. 근래에 통도사 방장을 지내고 20223월 이후 조계종 최고지도자인 종정을 맡고 있는 성파(性坡)스님(1939~ )이 중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통도사 대웅전에서 1.5km 정도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서운암 입구에 이르는데, 장독대가 즐비하다. 장독대만 5,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장독대엔 스님들이 오래전부터 직접 담그는 약된장, 막장, 고추장 같은 장류들이 담겨있다. 여행객들에게 서운암 된장을 팔기도 한다.

 

서운암 장독대 /박차영
서운암 장독대 /박차영

 

서운암은 봄에 특히 아름답다고 한다. 4월쯤에는 암자 주변에서 금낭화를 비롯한 100여 종의 야생화를 만나볼 수 있는데, 우리는 이 계절을 놓쳤다.

장독대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장경각에 이른다.

장경각의 16만 도자대장경은 현존하는 팔만대장경을 도자(陶瓷) 기법을 이용해 그대로 옮긴 것이다. 판의 크기는 가로 52, 세로 26, 두께 1.5이고, 하나의 무게가 4.

 

서운암 장경각 /박차영
서운암 장경각 /박차영

 

성파스님은 19916월 서운암을 중건한 이래 도자대장경 작업에 돌입했다. 스님은 민족통일의 염원을 담아 제자 5명과 기술자 20명과 함께 밤낮없이 6개 가마를 24시간 돌렸다. 900도의 불에 초벌구이한 도판에 팔만대장경 영인본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새겨 유약을 발라 다시 1,200도의 불에 구워내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그러길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20009월에 도자대장경이 완성되었다.

스님은 도자대장경을 완성하고 나서 이를 보관할 장경각을 만들었다. 900규모의 장경각은 760여년의 팔만대장경을 보존한 해인사 장경판전과 흡사한 건물 구조로 지어졌다. 건물의 앞면과 뒷면에 대류현상을 이용한 점, 서운암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점도 해인사 장경판전과 닮았다. 팔만대장경처럼 경판에 직접 옻칠을 하지 않았지만 건물의 부식을 막기 위해 장경각 건물 전체에 전통기법인 옻칠로 단장했다. 장경각을 건축하는데도 10여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도자대장경 제작에서 장경각 건립까지 도합 22년이 걸려 2012년 성파스님의 작업이 완성되었다.

해인사의 대장경 목판은 81,528장인데 비해 서운암의 도자대장경 도판은 정확히 그 두배인 163,056장이다. 해인사의 대장경은 인쇄를 목적으로 했으므로, 글자가 좌우 반전돼 있다. 그에 비해 서운암 대장경의 글씨는 내용을 보기 위해 제적되어 있으므로 반전되어 있질 않다.

목판은 습기에 약하고 불에 타기 쉽지만, 도자판은 습기에 강하고 불에 탈 염려도 없다. 서운암 도자대장경을 시도한 성파스님의 의도는 경전의 영원함에 있지 않았을까.

 

울주 암각화 나전칠기 기법 작품 /박차영
울주 암각화 나전칠기 기법 작품 /박차영

 

법당 앞마당에는 두 개의 커다른 수조가 있다. 울주 반구대와 천전리 암각화를 나전옷칠 기법으로 재탄생시킨 두 점의 작품이 물속에 잠겨 있다. 성파스님이 3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서운암은 높은 지대에 위치해 바깥을 내려다보면 풍광이 수려하다. 벤치에 앉아 중생들의 세상을 내려다보면 인간사 모두가 하찮아 보인다. 통도사 주변 영축산이 수려하게 드러난다. 마음을 비우면 가슴이 뻥뚫리는 기분을 갖게 된다.

서운함은 상서로운 구름이란 뜻으로, 높은 산위에 위치해 암자를 상징한다. 전국에 서운암이란 암자가 전국에 깔려 있는 것도 이름 때문일 것이다. 통도사에 왔다가 서운암을 들리지 않으면 서운하다는 말이 있다. 서운함을 들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운암의 암자들 /통도사 홈페이지
서운암의 암자들 /통도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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