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속탄 우크라 지원에 미국-유럽 윤리 갈등
집속탄 우크라 지원에 미국-유럽 윤리 갈등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7.0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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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률 높은 더러운 폭탄, 민간인 대량살상…바이든 행정부 결정에 유럽 국가 반대

 

항공기나 로켓으로 폭탄을 상공에서 폭발시키면, 그 안에 들어 있던 수백개의 작은 폭탄이 쏟아진다. 이런 종류의 폭탄을 집속탄(集束彈, cluster bomb)이라고 하는데, 참호전에 사용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쌍방의 군대가 참호를 파고 진지를 요새화하며 강력하게 방어전을 펼친다. 공격자의 읩장에선 적이 참호와 진지 속에 웅크리고 있기 때문에 공격이 쉽지 않다. 1차 대전 때에는 진지 공격에 화염발사기가 사용되었는데 2차 대전부터는 집속탄이 개발되어 투입되었다. 집속탄을 공중에서 터트리면 폭탄이 비오듯 쏟아 내 진지를 지키던 적병을 대량살상할수 있다. 그래서 집속탄을 강철비라도 한다.

 

불발 집속탄 /유엔지뢰행동서비스(UNMAS) 트위터
불발 집속탄 /유엔지뢰행동서비스(UNMAS) 트위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략자에 대해 반격을 선언한지 두어달 지났지만 전선이 교착되어 있다. 그 이유는 러시아군이 참호전을 펼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해 서방으로부터 무기를 보강받아 대대적인 공격을 시도하지만 러시아군은 진지에서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남부와 서부의 1,000km 전선은 우크라의 반격 이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참호 속에 박혀 있는 러시아군을 흐트려 놓으려면 집속탄이 필요하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는 미국에 집속탄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고, 마침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그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미국 국방부는 77일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포함해 8억 달러 규모의 신규 군사 지원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집속탄의 불발탄 위험에 따른 민간인 살상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에 숙고를 했다며 집속탄 지원을 확인했다.

문제는 유럽의 동맹국들이 집속탄의 사용을 반대한다는 점이다. 이에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집속탄과 관련해서는 회원국 간 입장 차이가 있다"면서 "각국이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집속탄 공급을 지원한데 비해 유럽 국가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집속탄의 윤리성 논쟁이 도사리고 있다. 집속탄이 폭발하면 작은 탄약이 넓은 지역으로 흩어져 폭발하는데, 폭발하지 않고 물이나 늪지대, 진흙밭에 박히는 경우가 많다. 불발탄은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준다. 아이들에겐 장난감처럼 보여 가지고 놀다가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집속탄은 인류가 고안한 가장 더러운 무기의 하나로 꼽힌다. 반대론자들은 이 폭탄의 목적이 인간을 불구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2차 대전에서 전쟁터가 된 유럽 국가들이 그 후유증으로 집속탄 사용을 금지하고, 오랫동안 내전을 치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유럽에 동조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집속탄 금지조약(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2008년에 체결되었다.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주로 가입해 현재 123개 국가와 정당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교전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국과 미국, 사우디아라바이등 중동국가, 한국과 북한 등이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가상적국이 집속탄의 사용을 허가하므로, 금지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집속탄 금지조약 회원국 현황 /CCM 홈페이지
집속탄 금지조약 회원국 현황 /CCM 홈페이지

 

지난해 2월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교전 양국이 모두 집속탄을 사용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제 집속탄의 불발율(rate of dud)40%에 이른다. 이에 비해 미국은 지기네 집속탄의 불발율이 2.35%를 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불발율이 낮기 때문에 민간살상의 비윤리성이 약화된다는 논리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 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미국도 이번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민주당, 인권단체들이 거부하고 유럽과의 의견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집속탄 지원을 결단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 바이든은 지원 결정 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집속탄 지원은 미국이 155mm 곡사포용 포탄을 충분히 생산할 때까지 과도기에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지원의 도덕성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비윤리성을 비난해 왔다. 그러던 미국이 이제 비열하고 무차별적인 무기를 지원힌 것이다. BBC이번 결정으로 서방의 동맹에 균열이 생길 것이고,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바라는 것이라고 평했다.

 


<참고한 자료>

Wikipedia, cluster munition

Wikipedia, 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

BBC, What are cluster bombs and why is US sending them to Ukraine?

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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