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EU 가입 문 열리나
튀르키예 EU 가입 문 열리나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7.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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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스웨덴의 NATO 가입 전격 허용…EU도 튀르키예에 우호적으로 전환

 

튀르키예의 EU 가입 꿈은 이뤄질 것인가.

튀르키예는 몽골고원에서 발원한 돌궐(突厥)족이 서진하면서 소아시아반도에 정착해 세운 나라다. 오스만투르크 전성기 시절엔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하고(1453), 합스부르크 가문의 본거지 빈을 두 번이나 공격했다. 영토가 가장 넓을 때는 동유럽, 북아프리카, 중동을 지배하며 한때 동로마제국을 부활시키는듯 싶었다. 하지만 19141차 세계대전에서 줄을 잘못 서 독일을 편드는 바람에 연합국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졌다. 유럽지역의 영토는 이스탄불 주변만 남았고, 국토의 97%가 아시아에 걸쳐 있다.

튀르키예는 유럽국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럽국가들은 중세이래 튀르키예에 당한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스는 독립 과정에서 원수가 되었고, 오스트리아, 폴란드, 러시아도 수백년 적성국이었다. 게다가 튀르키예인은 아시아 인종이고, 종교는 이슬람이다. 유럽국가들이 튀르키예와 섞이고 싶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EU 회원국과 튀르키예 .위키피디아
EU 회원국과 튀르키예 .위키피디아

 

EU 출범이래 30여년간 튀르키예는 EU 가입을 희망했다. 오랜 역사 속에 유럽에서 활동했고, 작지만 이스탄불 주변이 유럽에 걸쳐 있으니 EU에 가입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튀르키예는 1950년에 유럽위원회에 가입했고, 1963년 유렵경제공동체(EEC)에되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1995년엔 EU와 관세협약도 조인하고 1999년엔 유럽위원회가 주도하는 헬싱키 정상회담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유럽은 이핑계, 저핑계를 대며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틀었다. 회원국의 의무준수사항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느니, 사법구조가 합리적이지 않다느니 하는 게 이유였다. 그러다 키프로스 사태에서 그리스가 반발하고 오스트리아가 해묵은 감정의 찌꺼기를 토해내면서 튀르키예는 EU에서 멀어져 갔다. 그에 대한 반발로 튀르키예는 국경을 열어 중동난민의 유럽행 물꼬를 터버렀다.우리는 안 막는다, 너희들이 막으라는 것이다. 이런 압박도 유럽인들을 움직이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유럽이 튀르키예를 무시할수 없게 되었다.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두 개의 공을 흔들며 서방을 위협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NATO 가입을 비토하는 것과 러시아와 손잡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위협받자, 그동안 중립국을 유지하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추진했다. 나토는 만장일치제여서 튀르키예가 반대하면 신규회원국을 받아들일수 없다. 튀르키예는 핀란드에 대해 그런대로 까탈스럽게 하지 않았으나, 스웨덴은 강하게 대처했다.

 

현지시간 7월 10일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사진=NATO 홈페이지
현지시간 7월 10일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사진=NATO 홈페이지

 

스웨덴인들이 코란을 불태우며 시위를 벌이자 에르도안은 나토 카드를 들고 스웨덴을 위협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은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색다른 제안을 내놨다.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받아들이면 스웨덴의 나토가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EU는 에르도안의 제의를 거절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튀르키예의 EU가입은 별개 사안이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정상회의가 열리기 하루전인 710일 에르도안은 입장을 바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 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회동한 후 3자 공동성명을 냈다. 3자 공동성명에 "튀르키예는 스웨덴 가입 비준안을 의회에 전달하고, 의회와 긴밀히 협력해 비준을 보장할 것"이라고 명시되었다.

 

NATO 가입국과 스웨덴 /위키피디아
NATO 가입국과 스웨덴 /위키피디아

 

그러면 튀르키예의 EU 가입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토측은 스웨덴이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나토와 EU 사이에 묵계가 이뤄진듯한 분위기다.

에르도안은 미국에서도 무기를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 수출을 반대해 온 미국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이 기자들에게 "가능하다면 다음 주 중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유보적 입장으로 변했다. 미국도 에르도안의 승부수를 받아들였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온갖 이유를 대던 유럽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졌다. 튀르키예가 보스포루스 해협을 잠그면 러시아 흑해가 막혀버린다. 유럽과 미국은 전략적 요충국 튀르키예를 러시아에 넘길수는 없게 되었다. 에르도안은 남의 전쟁을 이용해 자국의 실리를 챙기는 능수능란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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