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는 체코로 돌아가지 않았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로 돌아가지 않았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3.07.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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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프라하의 봄’ 이후 프랑스에 망명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1929. 4. 1.~2023. 7. 11.)가 향년 94세의 나이로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체코에서 태어나 46세가 되던 1975년에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시인이자 소설가로 시·평론과 희곡·단편·장편 등 어느 장르에서나 뛰어난 작품을 발표했고, 대표작으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4), ’불멸‘(1990), ’느낌‘(1995) 등이 있다.

 

밀란 쿤데라 /위키피디아
밀란 쿤데라 /위키피디아

 

아버지 루드비크는 체코의 음악학자이자 피아니스트였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 피아노를 배웠으며 음악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의 음악 경험은 후에 그의 작품에 녹아 있다. 젊은 시절에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의 민주적 영향을 받지 못했고, 독일 점령 하 나치의 폭압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프라하 예술대학에 진학해 공연,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2차 대전 직후 소련군이 체코에 진주하자 20대 후반의 그는 공산당을 열렬히 지지하고 1947년에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에 입당했다. 1948년 공산당이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한 행동을 그는 적극 찬동했다. 쿤데라는 나중에 젊은 시절에 공산주의가 스트라빈스키(작곡가), 피카소(화가), 초현실주의만큼이나 나를 매료시켰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공산당이 그를 밀어냈다. 1950년 공산당은 반공 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씌워 그와 그의 친구 얀 트레풀카의 당적을 박탈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학업을 중단하기도 했으나, 1952년에 졸업을 하고 모교에서 강사 자리를 얻었다. 1956년에 공산당에 복당했다.

책 표지(민음사)
책 표지(민음사)

 

복당 후 그는 인간의 얼굴을 한 공산주의운동에 참여했다.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 서기장 알렉산드르 두브체크 주도의 프라하의 봄에 참여했다가 소련군의 침공으로 무산되는 비운을 경험했다. 그의 저술은 도서관에서 사라지고, 그가 쓴 연극은 공연이 중지되었으며, 모든 집필과 강연 활동이 제한당했다. 1970년 그는 공산당에서 두 번째로 추방당했다.

조국에서 아무런 활동을 할수 없게 되자 쿤데라는 1975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아내 베라와 함께 프랑스 브르타뉴의 렌 대학에서 객원 교수로 지내며 집필활동을 이어나갔다. 1979년 그의 조국 체코슬로바키아는 그의 국적을 박탈했다.

 

1984, 프랑스에서 그는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과 존재를 다룬 소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출판했다. 쿤데라는 이 소설로 명실공히 세계적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고, 이듬해엔 예루살렘 상을 수상했다. 그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8년 미국 영화감독 필립 코프먼에 의해 프라하의 봄이라는 타이틀로 영화화했다.

1989년 벨벳 혁명으로 그의 조국 체코슬로바키아가 민주화되고, 그와 함께 프라하의 봄 운동을 펼쳤던 동료 작가 바츨라프 하벨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쿤데라는 체코로 임시 귀국했으나 그의 고국은 그를 환영하지 않았다. 그는 프랑스로 돌아갔고, 이듬해인 1990년 그는 장편 소설 불멸을 발표했다.

 

체코가 공산당의 통치에서 벗어나 민주화가 되었으나, 그의 저술은 바로 해제되지 않았다. 쿤데라는 자신을 정치적이거나 반체제적인 작가가 아니라 순수한 작가로서 보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체코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독일 디 자이트(Die Zeit)와의 인터뷰에서 고국으로 돌아갈 꿈을 꾸지 않는다면서 나는 프라하의 모든 것, 냄새, , 언어, 풍경, 문화도 모두 가져갔다고 말했다.

2006년에야 체코 정부가 출판 금지 조치를 해제하면서 그의 작품이 모국에서 출간되었다. 체코어로 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브르노에서 출간되었다. 체코 정부는 2019년 그의 국적을 회복시켰다. 하지만 그는 오랜 지병을 앓다가 파리에서 운명했다. 그는 체코에서 태어난 프랑스 작가로 기억된다.

 


<참고한 자료>

Wikipedia, Milan Kundera

DW, Milan Kundera: Czech writer dies aged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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