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실업급여’란 단어를 검색하면 온통 말꼬리 잡는 얘기로 가득 차 있다. “실업급여자가 배짱이냐”, “수급자 모욕”, “국민 조롱”, “여성 폄하”, “힘 있는 자의 폭력” 등등의 표현이 도배질하고 있다. 여당 의원이 7월 12일 공청회에서 실업급여를 달콤한 “시럽급여”라고 표현한 것을 걸고 넘어진 것이다. 국민의힘 주최 공청회에서 고용노동부 소속 여성공무원이 “여자들은 실업급여 받는 도중에 해외여행 가고 자기 돈으로 살 수 없던 샤넬 선글라스를 사며 즐기고 있다”고 한 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은 실업급여의 문제점을 검토할 생각은 않고 말꼬리만 잡았다. 부지기수 뉴스매체에서 실업급여를 분석한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토론 구조가 한심할 뿐이다.
논의의 본질은 현재의 실업급여 제도가 근로의욕을 떨어 뜨리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 근로자의 세후 월소득은 월 180만원 정도다. 반면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은 184만7,000원이다. 직장인이 교통비, 식비를 쓰는 것을 감안하면 실업급여가 월급 받고 직장 다니는 것보다 더 여유롭다.
이런 상태에서 누가 일하러 하겠는가. 실업급여는 일시적으로 직장을 잃었을 때 생계 안정과 재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실업 상태에서 더 급여가 많다면 굳이 땀 흘리고 상사의 간섭을 받으며 직장을 찾을 필요가 없다.
‘시럽급여’란 표현을 사용한 것, “여성의 선글라스‘를 언급한 것을 나무라는 사람도 있다. 그런 표현이 직장인들 사이에 있었고, 그런 예가 실제로 존재했다. 실업급여의 문제를 지적하기에 가장 적확한 표현이기도 하다. 무슨 말을 하면 그 본 뜻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꼬투리만 잡는 사람들이 문제가 아닌가.
보다 더 격한 표현도 해야 한다. 그래서 토론이 이뤄지고 문제 해결의 방향을 잡고, 의견을 좁힐 수 있다. 지금처럼 말꼬리나 잡는 풍조에선 말하는 사람도 말조심을 하게 되고, 문제의 핵심은 오히려 묻히고 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의 실업급여에 대해 OECD도 개선을 권고했다. IAEA의 분석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OECD의 권고가 들릴리 있을까.
▶ 실업급여 본질 안보고 '시럽급여' 말꼬리 잡기; 見指忘月 – 매경
▶ 실업급여 덜 주려고 ‘시럽급여’ 조롱한 여당 사과하라 – 경향
▶ “시럽급여요?” 들끓는 여론…국힘 내부서도 ‘사고 쳤다’ 한숨 – 한겨레
▶ 식품 안전 가장 엄격한 유럽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 – 조선
▶ EU,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규제 철폐 – 매경
▶ “중국 특수에 취해 구조 개혁 않고 10년 허송세월” - 조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업인 대상 강연에서 “중국 특수(特需)에 10년 넘게 익숙해지고 중국의 낮은 임금과 큰 시장에 만족하는 바람에” 우리 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구조 개혁 시점을 놓쳤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대중 수출 감소도 미중 갈등 때문이 아니라 산업 구조조정이 지연된 탓”이라고 진단했다.
▶ 지금이 ‘닭뼈’로 대표되는 ‘인류세’ 시대일까 - 동아
인류세를 주장하는 이들은 인간이 만든 인공물의 무게가 1조 t으로 전체 생명체 무게보다 무거워 지질학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반대쪽에선 지구는 인간이 영향을 주기엔 너무나 거대한 존재이고, 인류세는 기후위기를 강조하는 정치적 수사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 진영논리 벗어나야 교육문제 해법 보인다 – 오세정(중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