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에 천지라면 태백산엔 황지가 있다
백두산에 천지라면 태백산엔 황지가 있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7.25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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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발원지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수원지…황씨 부자의 전설도

 

태백산(太白山)은 백두대간의 허리이자, 한반도의 젖줄인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다. 대한민국의 어머니산(母山)이며, 그래서 우리 민족의 시원지(始原池)라는 신성함을 내뿜는다. 태백산에는 단군신화가 깃들어 있고, 전통 무속의 고향이기도 하다.

태백산 자락의 도시 태백시에는 두 강의 발원지가 있다. 그 하나는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黃池)이고, 다른 하나는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儉龍沼).

 

황지 연못(상지) /박차영
황지 연못(상지) /박차영

 

황지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옛날 구두쇠로 유명한 부자 황()씨가 마구간을 치우고 있는데 스님이 시주를 청했다. 황 부자는 곡식 대신 쇠똥을 던지며 가라고 외쳤다. 이것을 본 며느리가 민망하게 여겨 시아버지 몰래 쌀 한 되를 시주하고 사과했다.

그러자 스님이 며느리에게 이 집은 곧 망할 것이니 나를 따라오라.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마라하고 당부했다. 며느리가 스님을 따라 가다가 삼척시 도계읍 구사리(九士里) 산꼭대기에 이르자 벼락 치는 소리가 나며 천지가 진동했다. 놀란 며느리가 뒤를 돌아보니 황 부자가 살던 집이 연못으로 변해 있었다. 뒤를 돌아본 며느리는 아기를 업은 채 그 자리에서 돌이 되고 말았다. 황씨가 살던 곳은 집터는 상지(上池), 중지(中池), 하지(下池) 3개의 연못으로 변했다. 큰 연못인 상지가 집터, 중지가 방앗간터, 하지가 화장실 자리라 한다.

 

황지 표지판 /박차영
황지 표지판 /박차영

 

황지는 태백산에서 모아진 지하수가 솟아 올라 생겼다. 물은 상지에서 솟아난다. 상지의 둘레는 100m인데 남쪽에는 정확한 깊이를 알 수 없는 수굴(水窟)이 있고, 이 수굴에서는 하루 약 5,000톤의 맑고 차가운 물이 솟아난다. 중지의 둘레는 약 50m, 하지가 약 30m.

황지 연못물은 수량이 풍부하고 맛이 좋아 1989년까지만 해도 태백시 상수원으로 이용되었다. 지금은 삼척시 하장면의 광동댐의 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

황지는 수온이 영하 30도로 떨어져도 얼지 않으며 아무리 큰 홍수나 가뭄이 와도 수량이 줄거나 넘쳐나는 일이 없다. 20089월에 태백시에 가뭄이 지속되어 이 못의 물을 취수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연못의 수온이 연중 9~11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여름인데도 발을 담그면 시릴 정도로 차다.

 

원래의 황지 연못은 지금의 두 배쯤 되었고 주변에는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태백탄전이 활발했을 때 개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말이 나올 만큼 황지 주변은 번화한 거리로 변모했다. 탄광 개발로 일직 도시화가 진척되어 높고 낮은 건물들에 둘러싸인 연못은 작은 못으로 쪼그라 들었다.

태백시는 2017년 황지연못을 중심으로 근린공원인 '황지공원'을 조성했다. 철거 부지를 이용해 문화광장을 조성하고, 공원을 6,900m²에서 9,730m²으로 확장했다. 문화광장은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와 여름에는 분수대, 겨울에는 스케이트 광장으로 이용된다.

우리가 황지를 방문했을 때, 문화예술제가 열렸다. 북소리가 흥겹게 울리며 황지의 옛 전설을 떠올려 보았다.

 

황지 축제 /박차영
황지 축제 /박차영

 

동국여지승람에는 황지가 낙동강의 근원지로서 관아에서 제전을 두어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태백산 황지는 하늘의 못이라는 뜻에서 천황’(天潢)이라 불리기도 했다. 백두산에 천지(天池)가 있다면, 태백산엔 황지가 신령스러운 기운을 뻗쳤던 것이다.

이 못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구문소를 거쳐 안동, 칠곡, 대구, 창녕을 적시고 부산 을숙도를 에워싼후 바다로 빠져나간다. 굽이굽이 1,300리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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