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검룡소가 한강 발원지로 인정받은 사연
태백 검룡소가 한강 발원지로 인정받은 사연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7.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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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우통수보다 더 멀어…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한강의 시원으로 부상

 

강원도 태백시 검룡소가 한강 발원지로 인정받은 것은 30여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 이전에 한강 발원지로 알려진 곳은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에 있는 오대산 서대의 우통수(于筒水)였다. 그 고정관념을 깬 것은 지리학자들의 탐문탐색이다. 지리학자들은 검룡소가 우통수보다 더 멀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1987년 정부기관인 국립지리원에 의해 검룡소가 한강 발원지로 공식 인정받았다.

 

검룡소 입구 /박차영
검룡소 입구 /박차영

 

주차장에 내려 검룡소까지 한참을 걸어야 한다. 생태경관보존지역이어서 산책로를 따라가면 수많은 희귀 수목을 만날 수 있다. 울창한 숲길을 걷다보면 삼복더위도 잊는다. 30분쯤 오르면 한강의 시원이 나타난다.

검룡(儉龍)은 이무기의 한자어이고, ()는 바닥이 깊이 파여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를 말한다. 검룡소는 이무기가 살고 있는 소다. 이곳엔 서해바다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한강을 거슬러 올라왔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검룡소에는 20m 길이 폭포가 계단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폭포 아래에 깊이1-1.5m, 1-2m로 암반이 파여서 그곳으로 물이 흘러 마치 용틀임으로 보인다. 이무기가 이곳에서 용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고 할퀸 자국이 검룡소를 만들었다고 한다.

검룡소 주변은 석회석 지대다. 금대봉 기슭에 있는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이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검룡소의 돌개구멍(pothole)에서 솟아난 것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물이 솟아나는 곳에 동그란 구멍이 보인다. 이 포트홀에서 가물 때에도 하루 2,000~3,000톤의 지하수가 석회암반을 뚫고 솟아난다. 둘레는 약 20m이고, 깊이는 알 수 없다. 사계절 내내 수온 9를 유지하는 냉천(冷泉)이다.

 

검룡소로 올라가는 숲길 /박차영
검룡소로 올라가는 숲길 /박차영

 

검룡소에 올라온 이무기는 끝내 용이 되지 못했다. 이무기가 근처에 물을 마시러 온 소를 잡아 먹자 주민들이 검룡소를 흙으로 메워 버렸다고 한다. 태백시가 1986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검룡소에서 솟은 물은 땅 속으로 스며들었다가 밖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복유천의 형태를 띤다. 석회암지대여서 지하동굴이 많고 시냇물은 지하통로로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표면으로 흘러 나와 흐르기도 한다. 끊길 듯 이어지는 물길은 골지천으로 흘러든다. 골지천은 정선에서 오대산 우통수에서 발원한 오대천과 합류한다.

우통수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에 저술된 삼국유사로부터 시작한다. 세종실록 지리지도 우통수를 언급했고,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우통수를 한강의 발원지로 적시했다. 다수의 조선시대 저술에서 우통수를 한강 발원지로 보았다.

이런 역사적 관념을 뒤집은 것이 현대 지리학을 공부한 학자들이다. 지리학자들은 한강의 발원지를 태백산으로 본 자료에 주목해 검룡소와 우통수를 탐사하고 거리를 실측했다. 그 결과, 정선 합류지점에서 우통수까지 오대천의 직선거리는 42.9km, 검룡소까지 골지천의 직선거리는 34.75km로 우통수가 검룡소보다 8.15km 더 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골지천이 오대천보다 더 굽이치며 흐른다. 하천거리로는 골지천이 93.73km, 오대천 62.25km보다 32.5km 더 길다. 강의 발원지는 하천거리가 긴 것으로 결정한다. 또 한강의 본류는 남한강이고, 북한강은 지류로 분류한다. 북한강은 금강산에서 발원한다. 이런 검토 끝에 지리학계는 검룡소를 한강발원지로 최종 결정했다. 2010년 문화재청은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산1-1번지에 있는 검룡소 일원을 명승으로 지정했다.

 

검룡소 /박차영
검룡소 /박차영

 

검룡소에서 흘러내린 골지천은 오대천과 합류해 조양강을 이루고, 영월의 동강을 지나 단양, 충주, 여주를 거쳐 남한강이 된다. 양평 두물머리에 이르면 금강산에서 흘러내려온 북한강과 만나 한강으로 이름이 바뀐다. 검룡소 샘물이 한강을 이루고 바다로 빠져나가기까지 무려 514km를 달린다.

검룡소는 비가 오지 않는 시기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힘차게 솟아 한강 근원지로서 충분한 인정을 받는다. 태백시는 매년 8월에 한강발원제를 지내고 있다.

 

검룡소 폭포 /박차영
검룡소 폭포 /박차영

 


<참고자료>

한강 발원지의 역사적 인식에 대한 재검토, 홍성익, 강원대,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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