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스토리
무진기행’,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스토리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8.11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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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의 대표 단편소설…출세와 방황의 경계를 헤메는 인간의 모습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스토리가 담백하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윤희중이 서울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무진이라는 편안한 고향에 돌아가 휴식을 취하다가 서울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하인숙이란 여인을 만나 하룻밤 사랑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다. 이 담백한 스토리가 작가의 감정이 이입되어 단편소설이 되었다. 문학평론가들은 이 작품에 온갖 해석을 덕지덕지 붙여 김승옥의 대표소설이라는 타이틀을 선사했다.

굳이 문학적 해석을 들이대지 않아도 이해하기 쉬운 소설이다. 애수 넘치는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기 딱 좋다. 그래서 무진기행을 소재로 한 영상물이 일찍이 많이 나왔고, 소설가들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책표지(민음사)​
​책표지(민음사)​

 

김승옥이 서울대 문리대 4학년 시절인 23살 때 쓴 소설이다. 주인공은 재혼한 부인 덕분에 제약회사에서 33세의 나이에 상무까지 올라갔다. 장인이 이젠 전무를 시켜준다 한다. 그런데 주인공은 직장과 가정에 염증이 났다. 그 이유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대충 이해가 된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마누라도 갔다 오라고 한다. 무진(霧津)이란 곳이다. 지명에서 안개낀 바닷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소설에선 상상의 도시로 설정되었지만 김승옥의 고향인 전남 순천이 배경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 시골에 내려가면 겪는 현상들이 나타난다. 학창시절 뒤쳐졌뎐 동창생이 출세해서 잘난 척하는 모습은 세무서장 로 그려졌다. 지방에서 근무한다는 열등감에 빠져 있는 후배 ’, 그리고 소설에서 윤희중의 상대가 되는 하 선생이다.

하인숙은 타지방 출신으로 음악선생이다. 하와 조, 박의 관계에 윤이 등장한다. 하인숙은 윤희중에게 자신을 서울로 데려달라고 한다. 윤희중은 그러마 하고 약속을 한다. 주인공은 하연숙과 데이트하기 전날 성적 충동에서 밤을 새우는 모습이 그려진다. 결말은 3류 드라마로 끝난다. 집에서 부인이 올라오라고 한다. 화자는 여인에게 사랑한다말도 없이 떠나간다.

나는 편지를 썼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그리고 서울에서 준비가 되는대로 소식을 드리면 당신은 무진을 떠나서 제게 와주십시오. 우리는 아마 행복할수 있을 것입니다.’ 쓰고 나서 나는 그 편지를 읽어봤다. 또 한번 읽어봤다. 그리고 찢어버렸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김승옥은 스스로 1960년대 작가라고 말한다. 그는 1980년 광주사태의 참극으로 인한 충격과 분노로 펜을 내렸고, 이듬해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면서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았다. 그는 ()소설가임을 인정한다.

따라서 무진기행은 20대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김승옥의 감정이 드러난 소설이다. 출세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온 시골 젊은이가 23일 동안 고향과 같은 곳 어딘가를 안개처럼 흐느적거리며 헤매다가 번뜩 정신을 차려 마누라 곁, 즉 현실로 돌아가는 얘기다. 그 시대가 아니라도,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또는 경험했을 얘기일 것이다그 친숙함이 이 소설의 매력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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