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연발 쿠데타에 곤혹스러운 프랑스
아프리카 연발 쿠데타에 곤혹스러운 프랑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09.03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니제르, 가봉 등 옛식민지에서 쿠데타…프랑스 흔들리는 곳에 러시아·중국 침투

 

올들어 부르키나파소, 차드, 기니, 말리, 니제르에 이어 가봉에서도 쿠데타가 발생했다. 모두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다. 쿠데타를 일으킨 아프리카 군부 지도자들은 반프랑스 정책을 내걸었다. 그들은 프랑스 대사관과 군대를 나가라고 했다. 옛제국주의 시절에 아프리카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벨기에,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나눠 먹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가 가장 많은 땅을 지배했다. 그런데 영국의 옛식민지에선 쿠데타가 드믄데 비해 프랑스가 지배한 곳에선 포연이 자욱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828일 각국 대사들을 부른 자리에서 범아프리카 세력과 신제국주의자들의 구시대적 동맹이 폭력을 일삼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가 말한 신제국주의는 러시아와 중국을 의미한다. 프랑스는 아프리카 사헬지역에서 군대를 주둔시키는데, 이는 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군대를 주둔하는 게 아니라 테러와 현지정부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크롱은 프랑스가 억울하게 욕을 먹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크롱의 발언이 있은지 이틀후 가봉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56년 봉고 부자의 장기독재를 종식시켰다. 프랑스의 대아프리카 정책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쿠데타가 일어난 아프리카 국가들은 1950~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들 나라의 독립을 승인한 이후에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왔다. 1990년대초 소련을 중심으로 동유럽 공산권이 붕괴하기 전까지는 냉전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아프리카 신생국을 지원했다. 프랑스는 옛식민지에 군사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냉전체제 붕괴 이후엔 반테러라는 명분으로 군대를 유지했다. 사하라 이남과 열대 우림 사이의 사헬지역은 테러와 반군의 온상이었다. 프랑스는 2013년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 군대를 주둔시켜 대테러작전을 전개했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는 프랑스군의 철군을 요구했다. 프랑스는 군대를 뺐다. 다음 타깃은 니제르와 가봉이다. 니제르엔 1,500, 가봉엔 35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프랑스는 대외적으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유하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옛식민지에 들어선 부패한 정권에 대해서는 눈감아 버렸다. 가봉의 오마르, 알리의 대를 이은 봉고 정권이 부를 빼돌려 파리에 쌓아 두는 것도 묵인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영국은 과거 지배했던 식민지에 자치의회를 설립해 민주주의 씨앗을 뿌렸지만 프랑스는 그런 작업을 하지 않았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선 영국식 의회주의가 꽃 피웠지만 프랑스가 지배했던 곳에선 민주적 절차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민주적 권력이양이 진행된 곳에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쿠데타가 발생했다. 니제르가 대표적인 사례다.

옛프랑스 식민지에는 프랑스어가 공용어로 통용된다. 프랑스 기업들은 정부의 간접적 지원하에 구식민지에서 사업을 벌였다. 기름이 나는 가봉에 프랑스 국영기업이 진출해 있다.

 

아프리카의 프랑스어권 /위키피디아
아프리카의 프랑스어권 /위키피디아

 

프랑스는 2차 대전 이후 구식민지에서 발을 더디게 뺐다. 서둘러 현지에 권력을 넘겨준 영국과 비교된다. 영국은 종전과 동시에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손을 뗐지만 프랑스는 일본에 빼앗겼던 인도차이나의 재지배를 위해 군대를 투입하다가 베트남전쟁의 단초를 제공했다. 태평양에선 옛영국식민지들이 대부분 독립했지만 프랑스기 지배하는 뉴칼레도니아는 여전히 해외영토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아프리카 프랑스어권에서도 프랑스가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하다가 반프랑스 정서를 이용하려는 쿠데타세력에게 명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입지가 흔들리는 곳에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최근 브릭스(BRICS) 회의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기존의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외에 아프리카의 이집트와 에티오피아를 신규회원국으로 가입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8월에 아프리카 정상회담을 열었다. 러시아 용병부대 바그너그룹이 활약하던 무대가 아프리카다.

 


<참고한 자료>

BBC, Macron looks on as France's Africa policy crumbles

DW, Why ex-French colonies in Africa seem beset by coups

Courthouse News Service, Another coup, another defeat for France in Afric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