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찰에 가면 입구에 칼과 몽둥이를 든 무서운 귀신들이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곤 한다. 사천왕상이다. 문화재청은 17세기 사천왕상(四天王像) 8건을 한꺼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사천왕은 수미산(須彌山) 중턱에 살며 동서남북 네 방위에서 불국토를 지키는 수호신이다. 사찰 정문인 일주문(一柱門)과 대웅전 사이에 천왕문에 배치된다. 대개 갑옷을 입고 보검 들고 있으며, 눈을 부릅뜨고 입을 벌려 악귀 등의 생령으로부터 사찰을 지키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보물 지정이 예고된 8곳 사천왕상은 ① 구례 화엄사 소조사천왕상 ②여수 흥국사 소조사천왕상 ③보은 법주사 소조사천왕상 ④ 김천 직지사 소조사천왕상 ⑤ 고흥 능가사 목조사천왕상 ⑥ 영광 불갑사 목조사천왕상 ⑦ 홍천 수타사 소조사천왕상 ⑧ 공주 마곡사 소조사천왕상이다.
사천왕상은 장흥 보림사 목조사천왕상 등 총 3건의 보물을 포함해 현재 전국적으로 약 20여 건이 전하는데, 17세기부터 18세기 전반까지 조성되다가 이후 불화 등의 형태로 그려졌다. 전란 이후 사찰의 재건과정에서 불교의 부흥이라는 범불교적 역사적 소명을 담아 17세기에 집중적으로 조성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에 보물로 골라낸 사천왕상은 ▲ 왜란·호란 이후 재건불사 및 불교 중흥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중요한 작품, ▲ 17세기 후반 작품으로 그 구성이 완전하고, 전하는 과정에서 변형이나 왜곡이 적고, 시대성 또는 작가의 유파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한편 영광 불갑사 목조사천왕상이 보물 지정 예고됨에 따라 보물로 지정된 영광 불갑사 불복장 전적 중 사천왕상 복장전적은 사천왕상과 함께 일괄로 보존･관리하기 위해 해제 예고되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예고된 8곳의 사천왕상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보물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