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생각이 모이는 곳, 타이페이 화산1914
창의적 생각이 모이는 곳, 타이페이 화산1914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10.03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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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양조장이었던 곳이 문화창의공간으로 변신…담배공장엔 송산문창원구

 

아직도 100여년전에 지은 양조장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오랫동안 빈 공장으로 남아 있었던지, 반얀트리 뿌리가 담장을 허물어버릴 듯 옥죄고 있다. 1914년 일본이 통치하던 시절에 지어진 타이호쿠(臺北)양조장의 흔적이다. 이곳에 술 빚는 냄새는 사라지고 문화창조의 아이디어가 넘쳤다.

우리는 대만의 수도 타이페이시 도심 한복판에 있는 화산1914문화창의산업원구(華山1914文化創意産業園區)라는 곳에 들렀다. 때마침 대만문박회(臺灣文博會)2023라는 이름의 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각종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고 손님들이 눈길을 주길 기다렸다. 수공예품 샵에는 아기자기한 수제품이 즐비히다. 이곳 오르골 가게는 대만에서도 유명하다고 한다.

이곳은 문화를 창조하는 곳이다.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곳이다. 젊은이들의 창의적 마인드가 경쟁하는 곳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미래를 구상하고 설계하는 곳이다. 각종 전시회나 공연, 행사가 열리고 영화를 촬영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타이페이 시민들의 쉼터이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다. 우리같은 외국인에겐 새로움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화산1914문창원구 /박차영
화산1914문창원구 /박차영

 

양조장이었던 곳이 문화창조의 공간으로 변신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1914년 양조장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땐 민간 사업자가 경영을 했다. 사케와 인삼주를 생산했고, 남은 공간엔 난초를 재배했다. 1922년 총독부가 양조업을 전매사업으로 전환하면서 국유화되었고, 일본이 패망한 이후 중국정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타이페이시가 확장되면서 도심구역에 편입된 양조장은 공해산업으로 지정되어 1987년 외곽으로 이전하고 공장은 10년간 비워두었다.

도심 한복판의 알짜 땅을 넘보는 세력이 많았다. 입법원이 이 곳에 의회 신청사를 설립할 것을 계획하기도 했고, 민간업자가 불하받아 양조사업을 재가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문화계는 이곳을 문화창조의 공간으로 만들 것을 정부에 건의했고, 대만 문화부는 그 조건으로 부지를 민간에 매각했다. 출판회사, 호텔, 디자인회사가 출자해 만든 컨소시엄이 이 부동산을 매입해 대변신을 시도했다. 문화창의 공간으로 출발한지 8년째 되는 2015년에 흑자를 냈다고 한다.

한때 술을 빚던 공장이 영화를 만들고 작품을 쓰고 나무를 조각하고 그림을 그리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기념품 가게, 옷가게, 카페, 공연장, 체험장, 영화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겉과 안이 다르다. 겉은 100년전, 안은 젊은 현대풍이다.

 

화산1914문창원구 /박차영
화산1914문창원구 /박차영

 

타이페이에는 이곳 말고도 담배공장이었던 곳을 문화예술단지로 조성한 곳이 있다. 일본통치기에 마쓰야마(松山) 담배공장의 자리에 조성된 송산문창원구(松山文創園區). 이곳 담배공장은 동아시아에서 유명했다고 한다. 일본이 대동아전쟁을 벌일 때 동남아에 이곳에서 생산된 담배가 팔려나갔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을 돌려받은 이후 담배공장은 쇠퇴했다. 판로가 줄어들고 담배에 대한 경고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곳을 문화단지로 만든 것은 화산1914와 같은 논리다. 단지내 공장건물을 그대로 살리고 조명과 냉방시설을 갖췄다. 바로크식 정원에 수목도 잘 살렸고, 넓직한 호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다른 일정으로 이곳은 들르지 못했다.

 

화산1914문창원구 이모저모 /박차영
화산1914문창원구 이모저모 /박차영
화산1914문창원구 이모저모 /박차영
화산1914문창원구 이모저모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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