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국립고궁박물원의 세 보물
타이페이 국립고궁박물원의 세 보물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10.0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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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스가 대만에 통째로 가져간 문화유산…취옥백채, 육형석, 모공정이 백미

 

타이페이를 방문하는 여행객에게 국립고궁박물원은 필수코스다. 우리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그곳에 갔다. 교본대로 이지카드를 사서 빨강색 지하철(레드라인)을 타고 스린역에 내렸다. 그곳에서 버스 정류장을 찾아 30번 버스를 탔다.

국립고궁박물원(國立故宮博物院)은 얕은 야산이 삼면을 둘러 싸고 있어 포근하게 느껴졌다.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같은 느낌이랄까. 왜 박물관이라고 하지, 박물원이라고 했을까. 한자로 ’()보다 ’()이 더 고급스러운 표현이라고 한다.

박물관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런던의 대영박물관,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함께 세계 4대 박물관으로 꼽힌다고 한다. 중국 오천년 역사의 정수가 망라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영토가 된지 360년밖에 되지 않은 이 조그마한 섬에 어찌 대륙의 유물이 모여 있는 것일까.

고궁박물관은 19251010일 베이징에서 개관했다. 1931년 만주사변이 일어나자 유물을 남쪽으로 옮겼고, 1936년경 상하이를 거쳐 난징에 보관되었다. 1949년 장제스(蔣介石)의 국민정부가 본토를 공산당에 내주고 대만으로 탈출했을 때 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을 통째로 배에 실어 가져갔다. 땅덩이는 내주었지만 중국의 혼은 가져간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타이페이 귝립고궁박물원 /박차영
타이페이 귝립고궁박물원 /박차영

 

소장품은 중국 송(), (), (), () 네 왕조의 궁정유물을 계승한 것으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상당한 규모를 지니고 있다. 은허(殷墟)의 출토품을 포함한 청동기, 옥기, 시대별 서화, 도자기, 자수, 문방구, 문헌 등 모두 75만 건을 소장하고 있다.

수천년 역사의 중국문화가 만들어낸 다양하고 질 높은 문화재가 대만으로 이동된 것이다. 중화 보물 중에서 최고의 보물들이 모여 있다. 문화재의 수량이 워낙 방대해 3개월 단위로 1만여 점을 교체로 전시하고 있다. 이 모든 문화재를 보려면 1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그중 고궁박물원이 자랑하는 3대 보물은 취옥백채(翠玉白菜) 육형석(肉形石, 또는 동파육 이라고 불린다) 모공정(毛公鼎)이다. 이 세 보물은 모두 3층에 전시되어 있고, 그 주변에는 인파가 몰려 관람객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취옥백채(翠玉白菜) /박차영
취옥백채(翠玉白菜) /박차영

 

취옥백채는 청나라 광서제의 부인 근비가 결혼할 때 가져온 혼수품이다. 옥을 깎아 만든 것으로, 푸른 배추잎 위에 메뚜기와 여치가 있는 것을 볼수 있다. 배추의 흰색은 순결, 푸른색은 청렴, 메뚜기와 여치는 다산을 상징한다고 한다. 배춧잎을 새긴 정교한 솜씨가 대단하다.

 

육형석(肉形石) /박차영
육형석(肉形石) /박차영

 

육형석은 불투명한 갈색빛을 띤 옥으로, 윗부분을 갈색으로 염색해 실제 피부처럼 땀구멍 같은 점을 새긴 다음에 간장에 조린 돼지고기처럼 보이기 위해 약간 가공했다고 한다. 육즙이 철철 흘러내리는 동파육과 진배 없다.

 

모공정(毛公鼎) /박차영
모공정(毛公鼎) /박차영

 

모공정은 중국 서주(西周) 시대에 만들어진 청동기 솥이다. 19세기에 산시성(陝西省) 기산(岐山)현에서 출토했는데, 복부(腹部) 상부의 표면에 와문(瓦文)이 있다. 명문(銘文)32497자로 현존하는 명문 중 가장 길다. 주나라 왕이 이 그릇을 제작시킨 모공(毛公)에게, 강기(綱紀)의 숙정(肅正), 정치의 부흥을 명()한 것이 적혀 있다. BC 827~782 무렵의 일로 추정된다. 총 높이 53.8cm, 지름 47.9cm 크기다.

 

타이페이의 고궁박물원은 신해혁명을 주도한 쑨원(孫文)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651112일 문을 열었다. 그동안 대만으로 가져간 보물은 타이중(臺中)에 보관되어 있었다.

베이징 당국은 오랫동안 타이페이 정부가 문화재를 훔쳐갔다고 비난했다. 이에 타이페이 정부는 자기네들도 중국의 정통성을 계승했으므로 내것을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1960~70년대 문화혁명 때 홍위병들이 수많은 문화유산을 파괴해버린 것을 감안하면 타이페이 정부가 중국 문화유산을 더 훌륭하게 보존하고 있다고 방어한다. 그렇게 비난하던 쌍방은 긴장관계가 완화되면서 최근엔 서로 유물들을 빌려주며 전시하고 있다.

고궁박물원 정문 앞에는 지선원(至善園)이라는 정원이 여행객들로 하여금 잠시 쉬어가게 꾸며 놓았다.

 

청동도금좌불금존상(명대) /박차영
청동도금좌불금존상(명대) /박차영
티벳불교 예술 /박차영
티벳불교 예술 /박차영
형성 중인 산호(기증품)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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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모양의 법랑(명대) /박차영​
​새 모양의 법랑(명대) /박차영​
三多如意(청대) /박차영
三多如意(청대) /박차영
흑도자기(서한시대) /박차영
흑도자기(서한시대) /박차영
개 모양의 도자기(동한시대) /박차영
개 모양의 도자기(동한시대) /박차영
다섯 주둥이의 병(청대) /박차영
다섯 주둥이의 병(청대) /박차영
다섯 색깔로 100마리 사슴을 그린 병(명대) /박차영
다섯 색깔로 100마리 사슴을 그린 병(명대) /박차영
서양여인이 그려진 도자기(청대) /박차영
서양여인이 그려진 도자기(청대)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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