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의 용산사(龍山寺)은 부처님을 모시는 절이라기 보다 중국인들이 민중신앙을 받드는 굿당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부처님도 모시지만 후한말의 명의를 신격화한 화타선사(華佗仙師), 중국 남부 어민들이 믿는 바다의 여신 천상성모(天上聖母), 출산의 신 주생낭랑(註生娘娘), 삼국지 관우를 신격화한 관성제군(關聖帝君), 연인들에게 혼인을 맺게 해주는 월노신군(月老神君)을 모시는 기도방이 한칸씩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 모셔진 신만 1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대만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었다는 용산사는 입구부터 느낌이 달랐다. 지붕이 용으로 장식되어 있다. 용은 중국인들이 가장 신격화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정문에서부터 중국인의 토속신앙이 부처님을 내리 누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용산사의 역사는 300년 가까이 되었다. 청 건륭제 시절인 1738년에 푸젠(福建)성 사람들이 이주해 지은 절이라고 한다. 푸젠성 진장(晋江)에 7세기에 지은 용산사가 있었는데, 대만에 이주한 사람들이 새 정착지에 고향 절의 지사를 설치하며 시작되었다. 공식적인 명칭은 멍쟈룽쌴쓰(艋舺龍山寺)이지만, 보통운 용산사라고 부른다. 대만에는 단쉐이, 타이난, 펑샨, 루강 등에도 용산사가 있다.

1796년과 1874년 사이에 지진으로 무너지고 태풍에 쓸려가고 흰개미에 목재가 삭아내려 여러차례 보수와 수리를 해야 했다. 2차 대전 막바지인 1945년에 미군이 일본군 주둔지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본당이 완파되다시피 했다. 그때 불상만 기적적으로 손상되지 않고 보존되었다고 한다. 국민정부가 건너온 후 1957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

 

 

용산사는 본래 관음보살을 모시는 절이었다. 그런데 푸젠성 주민들이 자기들의 토속신을 함께 모시면서 다신교적 사원으로 정착되었다. 불교 뿐 아니라, 도교와 유교의 성인들도 이곳에 공존한다.

이곳 부처님 얼굴이 우리나라의 부처님 모습과 다르다. 석가모니는 수행할 때의 마른 모습을 형상화했다.

중국인들은 기도를 하면서 즈자오(擲茭)라는 반달 모양의 자그마한 나무패을 던졌다. 입구에 나무막대기와 즈자오를 담아놓은 그릇이 있다. 우선 이 나무패 한 쌍을 짚는다. 마음 속으로 신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그리고 즈자오 두 개를 던져서 둘 다 같은 면이 나오면 다른 면이 나올 때까지 계속 던져야 한다. 앞면과 뒷면이 나오면 다음 신으로 넘어간다.

마지마겡 나무 막대기를 뽑아 번호를 확인한다. 입구의 서랍장에 가서 번호에 해당하는 종이점괘를 확인한다. 서랍장에는 영어로 된 해설서도 있다.

대만 사람은 물론 외래 관광객들도 늘 붐비는 명소다. 밤에는 조명이 켜져 화려하다. 타이페이 지하철 블루라인을 타고 용산사역에 내리면 바로 만날 수 있다.

타이페이 명승고적으로 지정되었다. 1986년 계엄령 하에서 언론 통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의해 녹색운동이 일어난 현장이기도 하다. 타이페이101, 국립 고궁 박물관, 중정기념당과 함께 타이페이시의 4대 외국인 관광지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