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 가면 신베이시 완리구에 예류지질공원이 나온다. 대만 관광을 소개하는 책자, 영상에 꼭 소개되는 곳이다. 우리가 그곳에 갔을 때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인 듯했다.

예류지질공원(野柳地質公園)은 지질작용의 백화점이라고 할수 있다. 두 개의 지각이 강력한 힘으로 서로를 밀어 단층작용을 일으켰고, 그렇게 조산(造山)활동이 일어나고 1.7km의 반도를 형성했다. 오랜 세월 동안 바람과 계절변화로 풍화작용이 일어나고, 파도에 의해 침식되어 기묘한 돌의 모양이 만들어졌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바위가 여왕머리 바위(女王頭)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너무 줄이 길어 우리는 멀찍이 주변에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여왕머리(Queen's Head)는 윗부분이 많이 남아 있고, 아랫 부분이 깎여 나간 버섯바위(hoodoo stones)의 일종인데, 윗부분 암석은 단단하고 아랫부분은 연약해 오랜 세월 차별첨삭에 의해 형성되었다. 이 모양이 만들어지는데 4,000년의 세월이 걸렸으며, 1년에 0.2~0.5cm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여왕의 머리 목은 125cm로, 가늘고 길다. 지금도 풍화작용으로 목 부분이 계속 침식되고 있어 몇 년후면 부러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만 정부는 자연에서 난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불교의 섭리에 따라 보호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부서지기 전에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관광객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다른 바위로는 선녀 신발 바위(仙女鞋), 촛대바위(燭台石) 등이 있다. 다양한 버섯바위들이 모여 있는 곳을 ‘여왕의 서점’(女王的書店)이라고 했다.

 

 

 

‘여왕의 서점’에서 더 가면 반도가 나오고 곶(cape)를 만날 수 있다. 시원한 바다 경치와 하느님의 조화를 볼수 있다. 원래 수평이었던 지층이 조산운동의 횡압력을 받아 높이 솟아 오르고, 비틀리고, 기울어져서 습곡 지형을 이루게 된 것이다. 산의 모양은 거북이처럼 생겼다고 하여 ‘거북머리산’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전설이 내려온다.

“옛날에 거북이 요괴가 깊은 바다에 숨어 이곳 주민에게 많은 해를 입혔다. 옥황상제가 그 얘기를 듣고 선녀에게 명하길, 코끼리를 타고 보검을 가지고 내려가 요괴를 잡아오라고 했다. 선녀가 예류에 도착해 “이 나쁜 예류거북아, 많은 사람을 해쳤으니, 내 이 단칼에 너를 죽이지 않고 반 목숨만 남겨 주겠다”고 거북을 꾸짖으며 보검을 휘둘렀다. 보검을 맞은 거북은 초죽음이 되었다. 그 후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는 예류곶에서 흰 연기가 올라오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예류 거북이가 또 한숨을 쉬네”라고 말했다.“

 

 

거북이 전설이 내려오듯이 예류 앞바다는 예로부터 험난해 선박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이 곳은 타이페이의 외항인 지롱(基隆)에 기항하는 많은 배가 지나가는 곳이다. 해변에 선박속도관측소가 설치되었는데, 이 때문이다.

 

 

길가에 린텐전(林添禎)이란 사람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는 누구일까. 린텐전(1926~1964)은 예류마을에 아버지와 함게 스낵바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1963년 12월에 형제가 물에 빠진 것을 구조한 것이 첫 번째였다. 마을에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면 구조한 사람이 죽는다는 미신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4년 3월 8일 밤, ‘요정의 신발’ 근처에 한 대학생이 물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학생도 구하지 못한채 둘은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