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의 천등, 하늘에 소원 날리기
스펀의 천등, 하늘에 소원 날리기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10.07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로 위에서 벌이는 낭만적 경험…1990년부터 폐광대책으로 관광상품화

 

대만 신베이시 스펀에서의 천등 날리기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인기 있는 관광상품의 하나다. 천등에 간절한 소원을 적어 하늘에 날리면 이뤄진다는 것이다.

스펀(十分)은 핑시선(平溪線)이 지나는 철도역이다. 이 철도는 일본통치기인 19217월에 석탄 채굴을 위해 개통했는데, 산댜오링(三貂嶺)에서 징통(菁桐)까지 12.9km 구간에 7개 탄광 마을을 잇는다. 1980년대 후반 탄광 산업이 쇠퇴하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1992년 대만정부가 관광열차로 활용하면서 부활했다.

스펀역 주변이 천등날리기 장소다. 관광객들이 철로 위에서 천등을 날리다가 호르라기 소리가 나면 일사분란하게 피한다. 기차가 지나가면 다시 또다시 철로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천등(天燈)은 종이 풍선에 불을 밝혀 공기를 데우고, 그 부력으로 풍선을 하늘로 천천히 띄워보내는 기구다. 이 기구는 동양에서 고대부터 사용되었다. 외적이나 산적이 마을에 나타나면 천등을 띄워 마을 사람들이 피난을 가게 하고, 도적 떼가 물러나면 다시 천등을 올려 주민들에게 돌아오도록 신호를 넣었다.

현대에 와서는 천등날리기는 소원을 기리는 행사로 바뀌었다. 대만에서는 타이페이를 중심으로 북쪽 지역에서는 천등축제가 열리고, 타이난을 중심으로 남쪽에서는 폭죽행사를 축제로 삼고 있다.

 

하늘로 날아간 천등 /박차영
하늘로 날아간 천등 /박차영

 

스펀의 천등날리기는 1990년 대만 문화부가 페광지대가 된 이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음력 115일 대보름에 축제를 열었다. 그 행사가 관광상품화되어 타이페이 북부의 예---(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 관광상품 패키지에 포함되었다. 우리나라 사람 만큼이나 일본인들도 이 놀이를 즐기는 게 여기저기 보였다.

우선 천등의 색깔을 고른다. 소원의 종류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 빨강은 행복, 노랑은 금전과 사업번창, 분홍은 애정과 결혼운, 보라는 학업성취, 파랑은 순리와 만사형통, 초록은 진급과 삽격, 주황은 행운과 운수대통, 흰색은 건강과 무병장수를 의미한다.

그런 다음에 준비된 붓으로 소원을 적어 넣는다. 한 면을 다 채우고 나면 가게 주인이 다른 면으로 바꿔준다. 네 면을 다 채우고 나면 세리머니가 행해지고 불을 붙인다음 하늘로 날려 보낸다.

우리도 천등을 날렸다. 각자 소원을 적고 하늘에 날려 보냈다. 천등이 500m 정도 가면 천이 타기 시작하고 타지 않고 남은 대나무 줄기가 떨어져 산사람들이 수거해 재활용한다고 한다. 수펀 가게는 화재가 났을 경우를 대비해 화재보험을 들었다고 한다.

또하나 스펀에서 해야 할 일은 닭날개볶음밥을 먹는 것이다. 스펀은 대만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배경이기도 하다.

스펀역 철로 위의 천등 준비 /박차영
스펀역 철로 위의 천등 준비 /박차영
스펀역 /박차영
스펀역 /박차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