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에게 백기 든 공매도 금지조치
개인투자자에게 백기 든 공매도 금지조치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3.11.05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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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총선용이라는 지적도

 

공매도(空賣渡)는 말 그대로 풀이하면 없는 것을 판다는 뜻이다. 뉴욕 월스트리트 용어인 ‘short sale’ 또는 ‘short selling'을 국내에선 공매도라고 번역한다. 직역해서 단기 매도라고 했으면 옳지 않을까.

공매도는 유가증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낸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할 때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원유 선물시장에서 배럴당 30달러에 선물을 빌려 매도한다. 기름값이 27 달러로 떨어질 때 선물을 사서 빌린 선물을 돌려준다. 이 투자자는 30달러에 팔고 27달러에 샀으니, 10% 남짓 차익을 챙기게 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유가가 33달러로 오르게 되면 그만큼의 손해를 보게 된다. 공짜는 없다. 정교한 판단력과 시장을 주도할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 공매도 세력이 주식을 파는 것을 숏세일(short sale), 사는 것을 숏커버링(short covering)이라고 한다.

공매도에는 주식, 상품, 채권이라는 실체가 존재한다. 내 것이 없기 때문에 남의 것을 빌린다. 빌려서 판 가격과 되 산 가격의 차액을 버는 방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이 11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제도 정책에 관해 브리핑했다. /사진=금융위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이 11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제도 정책에 관해 브리핑했다. /사진=금융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오후 내년 6월말까지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허용되던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의 공매도가 6일부터 전격적으로 금지되는 것이다. 이 조치가 곧 발표될 것이라고 시중에는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증시관계자들이 이에 대한 대비를 했을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조성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며 "공매도 제도가 모든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시장의 개선보다는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선진금융시장에선 허용되는 공매도가 금융위기도 아닌 시기에 금지된 것 자체가 논란이다. 우리나라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 당시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된 적은 있다. 지금이 금융위기라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제도가 기관과 외국인보다 불리하다는 이유로 공매도 금지를 요구해왔고, 정치권이 이에 동조했다. 결국 금융당국이 총선을 앞두고 개미투자자들에게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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