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식민지 시절인 1942년 2월 10일,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베트남 남부 일대를 찍은 항공 사진을 들여다 보다가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루이 밀레레(Louis Malleret)가 이끄는 발굴단이 그곳을 찾아가 발굴을 해보았더니, 고대 유적지가 나왔고 놀랍게도 고대 로마제국 안토니우스 시대(96~192)에 만들어진 주화를 닮은 금제장신구가 발굴되었다. 서기 1~2세기 경에 이 고대도시가 로마와 해상무역을 했다는 증거가 나타난 것이다. 이 곳이 베트남 남부 옥에오(Óc Eo) 유적지다.
옥에오는 메콩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델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밀레레는 이 곳이 로마 상인들이 카티가라(Cattigara)는 부르던 장소라고 단정했다. 유적지 규모는 450 헥타르에 이른다.
로마시대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한 지리학자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에우스(100~170)는 인도의 바다에서 적도 남쪽에 카티가라라는 항구도시가 있다고 적었다. 그는 인도를 다녀온 선원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황금반도 동쪽에 큰 항구가 있다고 했다.
그후 학자와 탐험가들은 카티가라를 찾아 나섰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도 그의 마지막이자 네 번째 항해를 베트남 남부 참파 지역을 항해하면서 전설의 고대도시를 찾겠다고 코스타리카, 자메이카 등지를 헤메고 다녔다. 그는 죽을 때까지 카리브해를 인도 해역으로 알고 있었다. 1767년 스코틀랜드의 지리학자 존 캐버힐은 카티가라가 메콩강 삼각주에 있을 것으로 추론했다. 18세기 프랑스 지리학자도 메콩강 지역에 그 도시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한 바 있다. 그러던 중에 말레레가 옥에오 유적지를 찾아낸 것이다. 말레레는 구슬, 토기조각, 장신구와 함께 2세기경의 로마 동전을 발견하고 이곳이 카티가라가 확실하다고 했다.
일부 학자들은 카티가라가 수마트라나 보르네오에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마트라나 보르네오에 고대 항구의 존재가 확인된 곳이 없다. 따라서 다수의 학자들이 옥에오의 카티가라 추정에 공감한다.
옥에오는 중국과 인도의 사이에 있다. 서쪽으로 말레이반도를 지나면 인도이고, 동쪽으로 무역풍을 타고 중국으로 가는 길목이다.
옥에오는 호치민시 서쪽에 메콩강 삼각주의 저지대를 통과하는 고대 수로 체계 안에 위치했다. 수로 중 하나는 옥에오를 항구와 연결하고, 다른 하나는 북북동쪽 68km 거리에 있는 캄보디아의 앙코르보레이(Angkor Borei)라는 유적지와 연결한다. 옥에오는 한 수로를 통해 세로로 나뉘어 있으며, 가로지르는 수로 4개가 있는데, 이를 따라 기둥으로 지지되어 있는 주택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옥에오를 중심으로 고대 유적지들은 베트남 남부 전역에 퍼져있으며, 옥에오를 제외한 가장 뛰어난 유적지는 띠엔강 북쪽의 탑므어이현에 있는데 그곳엔 다른 유물들과 함께 산스크리트어 글귀가 있는 6세기의 석비가 발견됐다.
옥에오는 현재 베트남 남부 안장(安江)성에 위치하지만, 고대에는 BC 2세기부터 AD 12세기까지 캄보디아와 베트남 남부를 지배하던 푸난(扶南) 왕국의 항구도시였다. 푸난은 동남아에서 가장 오래된(最古) 왕국이었고, 옥에오 유물로 보건데 해양국가로 파악된다.
푸난은 중국 사서에 부남(扶南)으로 기록된다. 오(吳)나라 기록에 의하면 3세기경, 유엽(柳葉, Soma)이라는 여왕이 다스리던 부남에 모질(模跌)에서 혼전(混塡, Kaundinya)이 와서 둘이 결혼하여 최초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옥에오는 지리적으로 계절풍을 따라 장기간 항해한 바가 거친 폭풍우나 파도로부터 피할수 있는 내륙 쪽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메콩강 삼각주 위치해 강을 통해 내륙을 연결했다.
옥에오 일대는 푸난에 이어 첸라(眞臘), 앙코르 제국이 지배했고, 베트남 영토가 된 것은 응우옌왕조(1802~1945) 이후다.
인도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유적에서는 불상과 힌두신상이 발견되었다. 힌두신상들이 불상보다 많이 발견되어 힌두교가 불교보다 더 성행한 것으로 보인다.
옥에오 유적지에서는 옥(玉) 구술이 많이 출토되었는데, 우리나라 남부 마한, 가야 지역의 구슬유물과 유사하다. 고대 동아시아 해양문화의 연결고리를 형성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참고한 자료>
베트남 남부 옥 에오(Óc Eo) 고대 종교미술의 특징과 의의, 강희정, 한국미술사학회, 2020
푸난(扶南) 불교조각의 연원과 전개, 강희정, 미술사와 시각문화학회, 2009
Wikipedia, Óc E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