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제안으로 만든 독·불 공동역사교과서
학생들 제안으로 만든 독·불 공동역사교과서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11.29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의 화해를 넘어 양국 공존과 번영에 기여…일치하지 않은 부분은 병기

 

2006년에 발간된 독일-프랑스 공동교과서는 학생들이 제안하고 두 나라 정부가 공감하고, 양국 역사학자들이 쓴 고등학생용 교과서다. 교과서는 그 자체가 나폴레옹 전쟁 이래 150년 동안 네 차례나 피를 흘리고 싸웠던 프랑스-독일 관계의 이정표가 되었다.

20031월 엘리제 조약 40주년을 기념하는 독·불 청소년회의에서 550명의 양국 고등학생들이 서로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동일한 내용의 공동교과서를 편찬하자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부모 세대에게서 과거 역사를 돌이키며 불신과 경멸, 증오를 배우던 학생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교과서를 만들자고 한 것이다. 학생들의 이같은 대견스러운 생각은 1963년 프랑스의 샤를 드골과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가 맺은 우호조약의 결실이기도 하다.

60년전에는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었다. 학생들의 제안은 독일 외무부와 프랑스 교육부에서 받아 들여졌다. 양국에서 5명씩 모두 10명의 역사학자들이 공동교과서 프로젝트에 참석했다. 세 권의 역사교과서 “Histoire/Geschichte”가 만들어졌다. 그 첫 번째가 제3“1945년 이후 유럽과 세계편이 20067월에 먼저 발간되었고, 2권은 나폴레옹 전쟁후 1816년에서 1945년까지를 다룬 책으로 2009년에 발간되었다.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에서 나폴레옹 전쟁까지를 다룬 제1권도 순차적으로 발간되었다.

 

프랑스 독일 공동교과서 1,2,3권(프랑스본)
프랑스 독일 공동교과서 1,2,3권(프랑스본)

 

두 나라 역사학자들이 중점을 둔 곳은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양국 학자들은 다른 점을 조율하려고 노력했고, 조율이 되지 않을 때엔 두 시각이 있다는 점을 기술했다. 학생들은 서로 다른 시각을 모두 접함으로써 편향되지 않은 보다 냉정한 이해와 평가를 할 수 있었다고 독일 편찬위원 페터 가이스는 말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게 미국은 하나의 라이벌로 인식되지만, 독일에게 미국은 2차 대전 이후에 많은 원조를 통해서 국가 재건에 도움을 준 우방국이었다. 미국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시각이 그대로 교과서에 실리게 되었다. 이런 원칙에 입각해 교과서 집필은 큰 갈등 없이 마칠 수 있었다.

 

3권은 국내에서 번역되었으며, 1945년 이후 현대사를 다뤘다. 5단원 17장으로 구성된 3권의 첫머리는 2차 대전의 기억으로 시작된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비시정권의 협력을 반성한다. 1단원 제2장은 2차 대전에 대한 기억을 다룬다. 독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홀로코스트, 쇼아 기념관에 대한 집중탐구가 있다. 쇼아(Shoah)는 모두가 기억해야 할 의무,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 프랑스와 독일의 기억문화에 대해 한 절씩 배분하고 있다.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독일국민과 그들의 과거라는 제목의 집중탐구의 자료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기억의 의무와 필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되짚게 해준다.

 

휴머니스트 출간 번역본 표지
휴머니스트 출간 번역본 표지

 

2권에는 민감한 1, 2차 세계대전을 다뤘다. 양측 역사학자들의 합의과정이 가장 길었던 대목이 1차 대전 부분이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전쟁 원인에 대한 시각의 차이는 컸다. 이 문제는 전쟁 책임과 결부된 것이기도 하다. 양국 편찬위원들은 1차 대전에 대한 시각 차이를 인정하고, 전쟁 원인을 비롯해 책임, 베르사이유 조약에 대해 자기 민족의 우월성을 일방적으로 변호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상대국 주장을 수용하는 것으로 조율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공동역사교과서 편찬은 양국간 화해를 넘어 우호관계 증진에 도움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독일은 폴란드와도 공동 역사교과서를 집필하기로 했다. 동아시아에서도 2009년부터 한국과 일본 간에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2013년에는 한··일 삼국 간의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이 우리나라에서 제안되기도 했다.

프랑스-독일 공동역사 교과서는 민족주의를 넘어 유럽공동체 시민으로서 공존과 번영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디는 계기가 되었다.

 


<참고한 자료>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 교과서, 휴머니스트, 2008, 김승렬 등 번역

Wikipedia, Histoire/Geschichte 

DW, Joint German-French History Book a History-Maker Itself 

1차 세계대전에 관한 독일-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 분석, 한해정, 2015, 녇가됴뉻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 김정인, 2008, 역사교육연구

국가간 상호 이해증진을 위한 공동역사교과서 편찬의 배경과 의미, 박재영, 2014, 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