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에 태평양전쟁에 동원되어 숨진 희생자의 유해가 80년만에 국내에 봉환되어 가족의 품에 안겼다. 12월 4일 전남 영광군 영광문화예술의전당에서 고 최병연씨의 귀향식과 추도식이 열렸다.
고인은 일제에 의해 동원되어 현재 키리바시(Kiribati) 공화국의 수도 타라와(Tarawa)에서 희생되었다. 1943년 11월 20~23일에 있었던 타라와 전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점령한 타라와섬에 미군이 상륙작전을 벌이며 탈환한 전투다. 이 전투에서 6,000명이 넘는 전사자가 발생했으며,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문건에 따르면 한국인 강제동원자 1,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9년 우리 정부는 미 DPAA가 발굴한 아시아계 유해에 대해 유전자 교차 분석한 결과, 고 최병연 씨가 한국인임을 확인했다. 고 최병연 씨의 유해는 태평양 격전지 최초로 신원을 확인한 한국인 유해다.
이에 2020년 유해봉환을 추진하였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봉환이 중단되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부터 미 DPAA와 키리바시 공화국 등과 협조해 유해 봉환을 재추진했다. 유해는 12월 3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봉환되어 12월 4일 전남 영광군 소재 ‘영광문화예술의전당’으로 옮겨 고인의 넋을 기리는 추도식을 거행되어 선산에 안치되었다.
추도식에는 고인의 유족과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 영광군수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부친의 유해를 맞이하는 차남 최금수(1942년생) 씨는 “아버지(1918~1943년)가 타라와에 강제동원되신 지 일 년 만에 전사되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80년 만에 기적적으로 아버지를 유해로나마 뵐 수 있었다”며, “지금이라도 선산에 모시게 되어 평생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린 것 같아 더없이 기쁘다”라고 했다.
이상민 장관은 추도사에서 “고 최병연 님의 명복을 기원하며, 긴 세월 생사를 몰라 애태우며 지내오신 유가족분들께 진심어린 위로를 전한다”며, “정부는 마지막 한 분의 유해를 봉환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