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낸 이야기가 더 재미 있는 무의도
지어낸 이야기가 더 재미 있는 무의도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12.10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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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대교 개설 이후 이용객 급증…맨발걷기의 명소, 인근에 팔미도 등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7번 게이트에서 무의도로 가는 버스를 탔다. 2019년 무의대교가 개통되면서 자가용으로도 갈수 있고, 버스로도 갈수 있다. 잠진도란 조그마한 섬을 징검다리 삼아 건너니 무의도다.

우리는 하나개 해수욕장에 내렸다. 겨울 답지 않게 날씨가 포근해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맨발 걷기가 유행이라, 우리는 얼른 신발과 양말을 벗고 모래밭을 걸었다. 마침 썰물이라, 바닷물 빠져나간 개펄이 드러났다. 모래가 많아 질척거리지는 않았다.

해수욕장 입구에 셋째공주와 호랑이도안이 우뚝 서 있다. 둘레길에 전설이 적혀 있다.

 

하나개 해수욕장 /박차영
하나개 해수욕장 /박차영

 

하늘 나라에 다섯 공주가 있었는데, 셋째 공주가 가장 예쁘고 춤도 잘 추었다. 넷째 공주가 언니를 시샘해 신발 속에 몰래 가시를 넣었고, 셋째는 가시에 찔려 다쳤다. 슬픔에 잠긴 셋째 공주는 어느 봄날 지상의 한 섬마을에 내려왔다. 그 마을에서는 호랑이에게 바칠 처녀 제물을 찾고 있었다. 이 일을 안 공주가 화려하게 옷을 입고 춤을 추었는데, 호랑이가 넋을 잃고 제물을 가져갈 것을 잊어버렷다. 이후 호랑이 행패가 사라졌고, 그 마을은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섬마을의 이름이 무의도(舞衣島), 춤추는 섬이라는 것이다.”

 

이 전설은 인위적으로 지어진 냄새가 강하게 풍겨 식상하다. 인천광역시의 설명에 따르면, 섬의 모양이 장수가 관복()을 입고 춤추는() 모습이어서 붙은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섬의 어디에도 장수가 춤을 추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조선시대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이나 세종실록지리지’, 1861년에 제작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섬의 이름이 無衣島라고 나온다. 1789년 발간된 호구총수(戶口總數)에는無依島라교 표기되어 있다.

춤을 추는 옷“(舞衣)이란 글자가 쓰인 것은 조선후기에 나온 영종진지도가 처음이고, 그 뒤 일제 시대에 만든 지도나 지리 자료에서 舞衣島라는 지명이 본격적으로 쓰였다. 누군가 와서 이 이 섬이 아름다우니, ‘없을 무’()보다 춤출 무’()가 더 어울릴 것이라고 해서 지었고, 그 다음 사람이 따라 쓰면서 무의도가 된 게 아닐까.

섬 사람들은 자기네 섬을 큰 무리섬이라고 부른다. 주변에 섬들이 무리 지어 있고, 그중 가장 큰 섬이라는 것이다. ‘큰 무리에서 무의로 넘어가면서 멋드러진 한자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셋째공주와 호랑이이야기는 현대의 어느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쯤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실미도 /박차영
실미도 /박차영

 

각설하고, 무의도는 인천광역시 중구 무의동에 속해 있으며, 무의동은 법정동으로 본섬인 무의도 외에 소무의도, 실미도, 팔미도, 해리도 등 부속도서를 포함하고 있다. 실미도(實尾島)는 북파공작원을 소재로 한 영화의 무대가 되었던 곳으로 썰물 때엔 무의도와 연결되어 5분이면 건너갈 수 있다.

무의도는 면적 9.432로 여의도의 2배 정도이며, 소무의도에 비교해 대무의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구가 600명이 넘는 유인도이며, 중앙에 국사봉(236m), 남쪽에는 호룡곡산(245.6m) 등이 있다. 무의대교가 열리기 전에 잠진도 선착장에서 페리호를 타고 큰무리선착장에 내려야 했다.

조선시대엔 경기도 인천부 용유면이었다가 일제시대인 1914년 부천군에 편입되었으며, 해방후 1973년엔 옹진군에 편입되었다가 1989년 인천시 중구로 편입되었다.

구낙구리 큰무리 개안 샘구미 웃택집 개만포 거르넘이 마구리 하나개 개인풍 샘구미재 느지기항재 바우니재 장능방죽 작은하나재방죽 소정골 절골 자골 등 옛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독립운동가 이동휘가 일시 은거하였던 곳이라 전해지며, 조선시대에는 목장이 있었다고 한다. 근처 팔미도에는 120년전인 1903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등대의 불을 비춘 팔미도 등대가 있으며, 19599월 인천상륙작전 당시 연합군 함대가 작전을 펼치던 곳이다.

실미해수욕장엔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주차장이 꽉 찼다. 이곳은 일몰의 명소라고 한다. 우리는 그곳을 지나 섬 북쪽 둘레길을 걷다가 큰무리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횟집으로 갔다.

 

실미 해수욕장 /박차영
실미 해수욕장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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