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성산리산성, 고구려에 대비한 백제산성
당진 성산리산성, 고구려에 대비한 백제산성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08.0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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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기후반~5세기 전반 축조…한성백제가 광개토대왕 남하에 대비하는 전초기지 가능성

 

충남 당진시 석문면 통정리 얕은 야산에 있는 성산리 산성터가 한성백제시절의 산성임이 확인되었다. 이 산성은 아산만 입구로, 경기도 화성시의 당항성 건너편에 있다. 지정학적으로 적의 수군이 아산만으로 공격하는 것을 막는 위치에 있다.

지금까지는 당진 성산리산성은 한성백제가 마한의 여러 소국을 병합하면서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쌓은 산성의 하나로 평가되었다.

 

성산리산성의 위치 /네이버 지도
성산리산성의 위치 /네이버 지도

 

하지만 발굴조사에서 출토유물이 4세기 후반에서 5세기 전반으로 비정되는 만큼, 시기적으로 고구려 광고토대왕의 재위기(391-412)와 맞물린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성산리 산성이 성벽 축조 방법과 출토 유물을 볼 때 아산만 초입의 군사적 요충지에 자리한 한성백제의 최전방 전초기지임은 분명하지만, 마한과의 관계보다는 고구려와의 전쟁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축조한 해안 방어기지의 하나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진 성산리산성(원경) /문화재청
당진 성산리산성(원경) /문화재청

 

()금강문화유산연구원은 당진 성산리산성이 한성백제 시대 산성이라고 확인했다. 당진 성산리산성은 당진시 고대면 성산리와 석문면 통정리를 경계로 하는 해발고도 67m의 야산 정상부에 자리한다. 길이 239m의 소규모 테뫼식(山頂式) 산성으로, 지난 4월부터 산성의 정확한 구조와 축성 기법, 축조 시기 등을 파악하기 위한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산성의 북쪽 성벽과 안쪽 지역 일부를 대상으로 했다. 성벽은 야산의 자연경사면 위에 흙과 잡석을 켜켜이 쌓아 축조했다. 성벽의 규모는 너비 약 14m, 높이는 성벽 외측 하단부에서 성체 중심부 상단까지 5.3m 정도다.

5열 정도의 나무기둥(木柱)110정도의 간격으로 박아 고정시킨 후 그 사이를 적갈색 점토로 다져 토성이 쉽게 허물어지지 않도록 보강한 것을 확인하였다. 이렇게 흙을 번갈아가며 쌓는 것을 성토(盛土)기법이라 하는데, 성산리산성은 목심(木心) 성토기법을 사용해 쌓아올렸음을 알 수 있다.

 

성산리산성 석벽 단면 노출상태 /문화재청
성산리산성 석벽 단면 노출상태 /문화재청

 

한편, 성벽이 꺾이는 일부 구간에서는 성벽 중심부에 먼저 석축을 협축 1)식으로 쌓아 올리고 그 내부를 점토와 잡석층으로 다져 너비 2.8m, 잔존 높이 2m의 견고한 석심(石心)을 만든 후, 그 안팎은 성토기법으로 성벽을 완성한 독특한 수법도 확인되었다.

성산리산성은 전체적으로는 토성이지만 성벽 중심에는 석축 구축으로 석성에 비견될 정도로 짜임새 있고 견고하게 축성했다.

 

성산시산성 성벽 회절부 석심의 외벽 노출상태 /문화재청
성산시산성 성벽 회절부 석심의 외벽 노출상태 /문화재청

 

성 내부에는 총 6기의 주거지들이 성벽과 가까이에 밀집해 있었다. 평면 형태는 대부분 네모꼴(방형)이었으나, 이 중 1기는 한성백제 주거지의 특징적인 형태인 철()자형 주거지로 확인되었다. 이들 주거지는 성벽에 매우 가깝게 붙여 열을 지어 축조되었고 구들시설을 구축하여 계절에 관계없이 취사와 난방도 가능하였다. 성산리산성에 주둔했던 한성백제 군사들의 군막(軍幕)으로 사용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유물은 삼족기(三足器), 굽다리접시(고배, 高杯), 계란모양의 장란형(長卵形) 토기, 시루, 가락바퀴(방추차, 紡錘車) 등 취사와 생활용으로 사용한 토기류와 쇠도끼(철부, 鐵斧) 등 약 200여 점이 출토되었다. 특히, 삼족기, 굽다리접시와 장란형토기 등은 기존의 한성백제 유적에서 출토되는 유물들과도 일치하고 있다.

 


1) 협축(夾築):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내벽과 외벽을 마주 쌓은 후 그 내부를 흙이나 돌로 채워 성벽을 축조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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