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승리 이끈 US스틸, 일본에 팔려
2차 대전 승리 이끈 US스틸, 일본에 팔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12.19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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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IT, 경소단박형 추구하는 반면, 일본은 여전히 중후중대형 중시

 

19001212일 카네기 철강의 찰스 슈와브 사장은 금융황제 존 피어폰트 모건에게 금융자본을 통해 철강 트러스트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J.P. 모건은 슈와브에게 얼마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슈와브는 오너이자 창업자인 앤드류 카네기에게 매각대금을 묻었고, 카네기는 종이를 꺼내 ‘48,000만 달러라고 썼다. 피어폰트는 그 쪽지를 즉석에서 받아들였다. 인수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변호사도 없었고, 서면계약서도 없었다. 피어폰트와 카네기는 15분간 만나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한다. 당시 48,000만 달러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카네기는 단숨에 미국 제일의 부자가 되었고, 그후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자선활동으로 남은 인생을 보냈다.

카네기 철강을 손에 넣은 피어폰트는 다른 철강회사에도 접촉했다. 아메리칸 틴 플레이, 아메리칸 스틸 후프, 아메리칸 시트 스틸, 아메리칸 브리지, 내셔널 튜브, 내셔널 스틸, 셸비 스틸 튜브, 레이크 슈피리어 콘솔리데이티드 마인스 등도 트러스트에 들어왔다. 이렇게 3개월만에 철강 트러스트가 US스틸(United States Steel Corporation)이다.

190132일에 설립된 US스틸은 세계 최대의 철강회사로서 1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 되었다. 하지만 1930년대에 불어닥친 대공황으로 회사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 일부 공장의 문을 닫고, 연방정부의 공공공사에 기대어 유지하던 이 회사를 살린 것은 2차 대전이었다.

19441127일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공격하면서 미국은 2차 대전에 참전하게 되었다. 전쟁은 대포에서 함대, 탱크, 전차의 수요를 폭발시켰고 US스틸은 풀가동되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43US스틸의 종업원은 34만명에 이르렀고, 1953년 조강능력은 3,500만톤의 피크를 기록했다. 그래서 미국의 2차 세계대전의 승리는 US스틸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2차 대전이 끝나고 US스틸의 전성기도 끝났다. US스틸, 베들레헴, LTV 등 미국의 대형 철강회사들은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문을 닫거나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보았다. 미국의 고로회사들이 휘청거릴 때 전기로업체 뉴코사에서는 근로자들이 노조를 설립하지 않은채 회사의 이익 배분에 참여했다. 뉴코는 1980년대 이래 매출을 크게 늘렸다. 그럼에도 뉴코는 본사 인원을 한 명도 늘리지 않았다. 결국 두차례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미국을 세계 리더국으로 만든 간판기업은 해외로 팔려나갔다. US스틸은 일본제철에 141억 달러에 매각되었다. 진주만 공습이 일어난지 81년만이다.

 

US스틸의 전기로 /US Steel 홈페이지
US스틸의 전기로 /US Steel 홈페이지

 

미국에는 전략기업의 해외 매각을 저지시키는 법률이 있다. 하지만 연방정부는 US스틸의 해외 M&A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철강산업은 이미 전략산업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은 미국이 포기한 철강산업을 강화시켰다. 여기서 미국과 일본 사이에 산업관의 차이가 드러난다. 미국은 구글, 애플, IBM와 같은 IT산업을 포함해 경박단소(輕薄短小)형 산업을 치중하는 반면에 일본은 여전히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US스틸 로고 /위키피디아
US스틸 로고 /위키피디아

 


<참고자료>

US Steel, OUR HISTORY, AN INDUSTRY LEADER FROM THE START 

Wikipedia, U.S. St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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