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 거짓말이 빚어낸 오해의 결말
영화 ‘괴물’, 거짓말이 빚어낸 오해의 결말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4.01.07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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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의 악순환과 이상세계로 도피하려는 아이들의 꿈 그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2023)은 탐정소설의 기법을 취했다.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하나씩 껍질을 벗으면서 진실을 향해 달려나가는 방식은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싱글맘 사오리는 집에서 아들 미나토와 함께 건너편 건물에서 일어난 불을 구경하는데, 아들 미나토가 갑자기 "누가 돼지 뇌를 이식했어? 돼지?" 라는 질문을 한다. 그후 아들 주변에 수상한 사건이 일어난다. 사오리는 학교에서 폭력이 있었다고 직감하고 초등학교로 가서 교장선생님에게 따지고, 미나토의 담임선생 호리를 불러 추궁한다. 이때 사오리는 다른 교사로부터 교장이 최근 사고로 손녀를 잃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도입부는 선생의 폭력에 초점이 맞춰진다. 하지만 오해의 베일이 하나씩 벗겨져 나간다. 담임선생 호리는 미나토가 요리라는 친구를 괴롭히고 있다고 의심했다. 미나토가 요리를 구타하는 것을 뜯어말렸고, 요리가 화장실에 갇혀 있는 것을 구해주었을 때 담임선생은 이 모든 것이 미나토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호리 선생은 미나토에게 꾸지람을 주었고, 미나토는 담임이 싫었다.

엄마가 다그치자 미나토는 담임선생이 때렸다고 거짓말을 한다. 교장 선생은 학교의 평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호리 선생에게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할 것을 압박했다. 오해와 거짓말이 뒤섞이며 호리 선생은 학부모들 앞에서 학생을 때렸다고 거짓자백을 하고 학교를 떠냐야 할 처지가 되었다. 여자 교장선생도 거짓말을 했다. 자동차 사고로 손녀를 죽게 한 사람은 그녀의 남편이 아니라 교장 자신이었다. 교장이 범죄자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남편을 범인으로 만들고, 호리 선생에게도 잘못을 뒤집어 씌운 것이다.

 

미나토와 요리 두 초등학생의 우정은 호모섹슈얼한 이끌림으로 발전하면서 반전이 전개된다. 요리는 학생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었고, 미나토는 요리를 좋아하지만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것을 두려워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요리를 때리고 화장실에 갇혀도 구해주지 않았다. 미나토는 요리에게 용서를 구했고, 둘은 좋게 지낸다.

여기서 강가에 버려진 열차가 등장한다. 두 아이는 그곳을 그들만의 비밀공간으로 만들어 감정의 세계를 공유한다. 버려진 철로와 철도차량은 현실의 세계에서 격리된 이상향의 세계였고 동료들의 왕따와 부모의 억압을 벗어나는 자유의 공간이었다. 굴다리는 도피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였고, 열차 내부는 그들의 유토피아였다.

발단은 가정폭력을 일삼는 요리의 아버지였다. 요리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돼지의 뇌가 이식되었다고 욕을 했고, 괴롭했다. 가정에서 억압받던 요리는 학교에서도 동료에게서 따돌림을 당했다. 그런 아이가 그렇게 밝게 표현되는 것은 의아할 정도다. 어쨌든 요리는 아버지에게 의해 할머니가 있는 것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요리는 미나토와 헤어지게 되고, 호리선생에게 글짓기 숙제를 제출한다.

클라이막스는 오해의 해소다. 호리 선생은 요리의 작문을 해독한 후 미나토와의 관계를 오해한 것을 알게 되었다. 호리는 미나토의 어머니 사오리에게 마지막으로 서로의 오해를 풀며 강한 유대관계를 형성한다. 그들은 두 아이를 찾으러 떠난다.

 

영화에서 의미하는 괴물(怪物)은 누구인가. 요리의 아버지일수도 있고, 담임선생님, 교장선생님일수도 있다. 또 엄마에게 거짓말을 한 미나토, 아버지가 미워 불을 지른 요리일수도 있다. 또 미나토의 엄마일수도 있고, 요리선생을 헐뜯은 동네 아줌마들일수도 있다. 등장인물 모두가 조금씩 거짓말을 했고, 서로를 오해하고 편견으로 세상을 보았다. 결론적으로 괴물은 거짓말과 오해, 그리고 편견 이 모든 것이었다.

영화는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 퀴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사카모토 류이치가 상영직전인 20233월에 사망했다.

 

포스터 /네이버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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