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나무 한지에 은으로 글씨 새긴 고려 경전
닥나무 한지에 은으로 글씨 새긴 고려 경전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4.01.18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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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년전 경전, 보존처리 과정 정리…은과 황이 결합해 검게 변색

 

백지은니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권10’이라는 긴 이름의 불경은 670년전 고려 공민왕 시절(1356)에 제작된 오래된 경전으로, 1963년에 국가보물로 지정되었다. ‘백지은니 수능엄경으로 줄여 부르는 이 경전은 2021~2022년에 보존처리가 진행되어 현재 대구 경북대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백지은니 수능엄경의 특징은 은(Ag)을 함유한 안료(銀泥)로 하얀 종이 위에 글씨를 새겼다는 점이다. 제작자인 이방한(李邦翰)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정성을 다한 것이다.

 

백지은니 수능엄경 /문화재청
백지은니 수능엄경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백지은니 수능엄경10을 보존처리하는 과정을 정리하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보존처리 과정에서 경전에 사용된 종이가 1963년 보물 지정 당시에 알려진 삼베로 만든 한지가 아니고, 닥나무로 제작한 한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글자는 은니를 사용해 필사했고, 글자 중 검게 변색된 부분은 은과 황(S)이 결합해 변색되었음이 확인되었다.

또 이동형 자외-가시광 분광분석기를 통해 표지의 감색 종이가 쪽으로 염색된 종이임이 밝혀졌다. 이를 토대로 결실된 뒤표지의 복원 시 쪽 염색지를 재현해 보존처리에 사용했다. 은니 보상화문(寶相華文)이 있는 뒤표지는 마모되어 은색 선이 탈락하고 이물질이 묻거나 부분적으로 결실되었는데, 쪽 염색지로 결실된 부분을 보강하는 등 손상부분은 최대한 원형을 살려 복원이 완료되었다.

백지은니 수능엄경은 능엄경 10권 중 마지막 권만 전해지는데, 경전의 뒷부분에 간행 경위가 적혀 있고 필자와 연대가 명확하게 적혀 있다.

 

은니 글자 /문화재청
은니 글자 /문화재청
재현한 염색지 /문화재청
재현한 염색지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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