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존중” 하는 파키스탄-이란의 이상한 교전
“주권 존중” 하는 파키스탄-이란의 이상한 교전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4.01.18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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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영토에 미사일 공격…타깃은 자국에서 발원한 발루치 분리운동 세력

 

파키스탄과 이란이 서로 상대방 영토에 미사일 공격을 함으로써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양국은 상대국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도 상호 주권과 영토를 존중한다는 모순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쟁을 피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다만 양국은 자국의 반역자가 상대방 국가에 숨어든 것을 공격했다는 논리를 편다.

먼저 이란이 16일 자국의 수니파 분리주의 무장조직 자이시 알아들’(Jaish ul-Adl)의 근거지가 된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틀후 파키스탄이 자국의 분리주의 무자단체인 발루치스탄 해방군의 은신처인 이란의 시스탄-발루치스탄(Sistan Baluchistan)에 미사일을 쏘았다. 여기서 발루치스탄이란 지명이 이란과 파키스탄에 공통적으로 나온다. 두 나라가 상대국 영토에 미사일을 쏘았으나, 목표는 발루치스탄이다. 왜 발루치스탄인가. 이 문제가 양국의 미묘한 분쟁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발루치스탄(Baluchista)은 발루치(Baluch)족이 사는 지역을 말한다. 발루치족은 이란계 종족의 한 갈래로, 파키스탄과 이란, 아프가니스탄에 걸쳐 분포한다. 파키스탄엔 700만명, 이란에 200만명이 살며, 아프카니스탄에는 50~60만명 정도가 있다.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은 면적이 34.7로 남한의 3.5배이며 파키스탄 면적의 40%를 차지한다. 이란의 시스탄-발루치스탄은 면적 18으로 남한의 1.8배이며 이란에서 두 번째 큰 주다. 이 넓은 땅에 살면서 인구가 적은 것은 양쪽 발루치스탄이 황량한 산악지대인데다 건조한 기후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은 척박하다.

 

​발루치족의 분포지역(분홍색) /위키피디아​
​발루치족의 분포지역(분홍색) /위키피디아​

 

파키스탄의 발루치족은 주류 종족인 파슈튠족과 펀잡인들에게 소외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란의 발루치족들은 수니파인데, 이란의 주류 시아파에게서 강한 소외감을 느낀다. 이런 소외감이 하나의 나라를 만들자는 운동, 즉 분리주의 운동으로 전개되었다.

파키스탄에선 1948, 1958~59, 1962~83, 1973~1977년에 발루치 분리주의 폭동이 일어났다. 이란에서는 큰 소동이 없었으나, 최근 들어 분리주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18일 파키스탄이 미사일 공격을 한 발루치스탄 해방군(BLA, Balochistan Liberation Army)은 발루치스탄 독립을 주장하는 무장단체다. 파키스탄은 이들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해 색출하고 있다. 이들은 이란의 시스탄-발루치스탄으로 도망쳐 은신하고 있다.

발루치스탄 해방군은 200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조직되었으며, 주로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발루치스탄 해방군은 성명에서 파키스탄의 공격으로 사람들이 죽었다며 파키스탄에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이 미사일로 공격한 수니파 분리주의 무장조직 '자이시 알아들'도 발루치 분리주의 세력이다. 이들은 이란인으로, 파키스탄으로 건너가 근거지를 두고 있다. 이 무장조직은 2012년에 설립되었으며, 주로 국경 지대에서 활동한다.

파키스탄과 이란은 상대방 영토에 미사일을 공격했지만, 타깃은 같은 이념의 소유자다. 수니파이고 발루치스탄 분리주의자들을 두 나라고 동시에 공격한 것이다. 파키스탄과 이란은 종교적으로 수니, 시아파로 사이가 좋지 않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공동목표가 있으므로 서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발루치족의 모습 /위키피디아
발루치족의 모습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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