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사리와 사리구, 100년만에 돌아온다
고려시대 사리와 사리구, 100년만에 돌아온다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4.02.06 1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재청·조계종, 美 보스턴미술관과 합의…사리는 기증받고, 사리구는 임시대여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리와 사리구가 515일 부처님오신날에 국내에 반입된다.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혜공 스님이 현지시간 25일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매튜 테이틀바움 관장과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리 및 사리구의 국내 반입에 합의했다.

보스턴미술관 소장 사리 및 사리구 관련 논의는 2009년부터 약 15년간 지속돼온 현안으로, 작년 4월 김건희 여사의 미술관 방문을 계기로 재개되었다. 이번 협상에서 사리는 사리구와 별개로 불교의 성물로서 2024년 부처님오신날(음력 4.8./양력 5.15.) 이전에 조계종에 기증되고, 사리구는 상호 교류 전시 및 보존처리 등을 위해 미술관 내부 검토를 거쳐 일정 기간 동안 임시 대여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보스턴미술관 소장 사리구와 사리 /문화재청
보스턴미술관 소장 사리구와 사리 /문화재청

 

사리구의 정식 명칭은 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銀製鍍金喇嘛塔形 舍利具), 원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던 14세기 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은 불교공예로 평가받고 있다. 사리구 내부에는 은제도금팔각당형 사리구(銀製鍍金八角堂形 舍利具) 5기가 안치되어 있으며, 사리구에 적혀있는 명문에 따르면 각각 석가모니불 5, 가섭불 2, 정광불 5, 지공선사 5, 나옹선사 5과의 사리가 담겨있었다. 다만, 지금은 석가모니불 1, 지공선사 1, 나옹선사 2과 등 총 4과의 사리만이 현존하고 있다.

고려 말 나옹선사 입적(1376) 이후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보스턴미술관에서는 양주 회암사를 원 소장처로 추정하고 있다.

 

협상 후 기념 촬영하는 조계종 혜공스님, 최응천 문화재청장, 매튜 테이틀바움 보스턴미술관 관장 /사진=문화재청
협상 후 기념 촬영하는 조계종 혜공스님, 최응천 문화재청장, 매튜 테이틀바움 보스턴미술관 관장 /사진=문화재청

 

이번에 기증되는 사리는 한국 불교사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고려시대 지공선사와 나옹선사의 사리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

한편, 임시대여 형식으로 반입될 사리구는 국외로 반출된 지 약 한 세기만에 첫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다. 사리구가 국내 임시 대여가 되는 동안 문화재청은 보존처리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사리구의 지속가능한 보존과 고려시대 공예품에 대한 국내 학술연구 진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사리는 불교의 성물(聖物)로서 원래 있어야할 곳으로 되돌아가고, 사리구는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문화유산으로서 약 10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와 국민에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혜공스님은 부처님과 선사들의 진신사리(眞身舍利)는 불교의 성물이자 존귀한 예경의 대상으로, 환지본처의 의미를 새기며 사리를 최대한 존중하여 여법하게 모실 것이라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