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기억 소환에 반전의 묘미, ‘추락의 해부'
아이의 기억 소환에 반전의 묘미, ‘추락의 해부'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4.02.11 2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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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가정 스토리…시력을 잃은 다니엘의 마지막 증언에 엄마의 무죄 입증

 

프랑스 영화 추락의 해부는 추리극과 법정드라마의 프레임을 취했지만 내용은 가정드라마였다. 부부간의 갈등과 아이의 사고를 소재로 했다. 아버지의 추락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추적하는 검찰과 방어하는 변호사, 아이의 증언이 얽히며 스토리는 잔잔하면서 반전의 묘미를 보여준다.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아들 다니엘이 기억을 소환하는 장면이다. 두렵고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시력을 잃은 다니엘은 재판 과정을 참을성 있게 지켜보며 결정적인 기억을 떠올린다. 무의미하게 지나갔을 기억이 엄마를 구하는 구명끈이 된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 사무엘의 자살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언을 찾아내고 엄마 산드라의 무죄를 입증한다.

 

영화 추락의 해부’(Anatomy of a Fall)의 배경은 프랑스 동부 알프스 산중에 있는 그레노블(Grenoble)이란 산악마을이다. 부부싸움이 벌어지고 남편 사무엘이 집의 높은 난간에서 떨어져 죽는다. 부검 결과와 수사반의 조사를 토대로 검찰은 살인사건으로 판단하고 부인 산드라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사무엘은 프랑스인, 산드라는 독일인이다. 그 사이에 다니엘은 교통사고로 시각장애가 되었다. 다니엘의 사고 이후 부부는 다툼이 잦아지고 잠자리도 피했다. 산드라는 젊은 여성과 동성연에를 하고 남편 글을 표절한다. 사무엘은 부부싸움의 내용을 산드라 몰래 녹음했는데, 그 녹음테이프가 발견되어 증거품으로 제출되었다. 산드라는 점점 살인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마지막 남은 것은 아들 다니엘의 증언이다. 법원은 다니엘의 증언 공정성을 위해 관리인 마지를 파견하고 엄마도 차단했다. 다니엘은 마지에게 어떻게 증언을 할 것인지 물었다. 마지는 진실되게 하면 된다고 했다.

다니엘은 아버지 사무엘이 죽기 전에 아스피린을 다량 복용하고 토한 사실을 기억해 냈다. 같은 날 애완견 스누프가 아파 수의사에게 다녀오는 과정에서 아버지는 사랑하는 것과 이별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도 인생은 지나간다.”고 한 말을 기억해 낸다. 그리고 아버지가 먹던 아스피린을 찾아내 수누프에게 먹였더니 기절을 했다. 다니엘은 아버지가 자살하려 했고, 그 약이 아스피린이었다는 사실을 증언했다. 다니엘의 증언 덕분에 배심원들은 산드라의 무죄 평결을 내렸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 아들을 만난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부부 사이에 격한 싸움을 하지만 살인으로까지 가긴 어렵다. 다만 아들을 불구로 만든 아버지의 괴로움이 자살로 이어졌다는 전개는 설득력이 있다. 사무엘은 자신의 과실로 아들을 장애인으로 만든 자책감에 시달렸고, 아내와 심하게 싸움을 걸었던 것이다. 시나리오 전개상 도입부에 부인 산드라에 대한 혐의가능성을 높게 한 점에서 추리소설적 성격을 강하게 도입했다.

 

감독 겸 작가 쥐스틴 트리에(Justine Triet)2007년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아만다 녹스(Amanda Knox)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제76회 칸영화제(2023)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상을 두루 섭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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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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