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차원에서 물 전쟁 벌이는 싱가포르
국가안보 차원에서 물 전쟁 벌이는 싱가포르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4.02.1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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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 물 끌어와 사용…빗물집수, 재생수, 해수담수에서 최고의 기술력

 

싱가포르는 면적이 734.3로 서울시보다 약간 넓고, 인구는 600만명의 도시국가다. 서울에는 백두대간에서 발원한 한강이 흐르지만 섬나라 싱가포르에는 이렇다 할 강이 없다. 열대기후로 연간 강우량은 연평균 2,300mm, 우리나라보다 2배나 많지만 도시생활에 필요한 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물이 없으면 경제가 멈춰서기 때문에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한 이래 수자원 확보를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취급하고 있다.

 

싱가포르 수자원당국이 밝힌 네가지 수도꼭지(Four National Taps)빗물, 물 수입, 재생수, 해수에서 걸러낸 담수다. 이중 가장 많은 양의 물이 공급되는 물은 이웃 말레이시아 조호르중에서 수입하는 물이다.

 

자료=Singapore’s Public Utilities Board
자료=Singapore’s Public Utilities Board

 

1819년 영국인 스탬포드 래플스가 싱가포르 섬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황량한 모래밭이었다. 이후 항구가 들어서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용수를 조달하기 위해 1866년 섬 한가운데에 맥라치저수지를 건설했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싱가포르 섬에서 모은 빗물만으로는 모자랐다.

1902년 극심한 가뭄이 닥쳐왔다. 저수지 수위가 내려가고 하루에 몇시간 제한급수를 단행했다. 언론은 물 부족이 싱가포르의 무역항 기능을 마비시킬 것으로 경고했다. 유럽과 동아시아를 오가는 선박들이 싱가포르에 기항하는 이유 중 하나가 용수공급인데, 물이 부족하면 항구의 기능을 잃을 것이란 우려였다. 그후 식민당국은 저수지를 더 지었다. 하지만 도시가 커지면서 내부의 저수지만으로는 수요량을 대기에 절대 부족이었다.

1927년 싱가포르 시 수리국의 데이비드 먼데인(David J. Murnane) 국장은 건너편 조호르주에서 물을 수송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그해 먼데인 국장은 조호르의 이브라힘 술탄과 조호르강 수원지의 부지를 임대하고 물을 무료로 공급받는 조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싱가포르는 영국 해협식민지(straits Straits Settlements)의 직할령이었고, 조호르는 영국의 보호령이었다. 영국의 직접 또는 간접 지배 하에 있었던 영토였기 때문에 두 정부 사이의 계약은 수월했다. 싱가포르는 조호르강 저수지에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싱가포르로 물을 끌어왔고, 싱가포르에서 정수해 쓰고, 일부 깨끗한 물을 조호르에 보내줬다.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의 코타 팅기 저수지 /위키피디아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의 코타 팅기 저수지 /위키피디아

 

1957년 말레이반도의 9개 술탄국과 영국직할령 2개주가 말라야연방으로 독립하고 싱가포르만 영국령으로 남아 자치정부를 수립했다. 지배체계가 바뀐데다 저간의 물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에 조호르 술탄국과 싱가포르는 1961년과 1962년에 이전의 계약을 갱신했다. 1961년에 말레이시아와 물에 관한 협정’(Water Agreement)50년 기한의 장기계약으로 체결되었다. 이 계약으로 싱가포르는 조호르강에서 물을 수취할 수 있는 권리를 연장했다. 이때 계약에서 물의 단가가 매겨졌다. 가격은 싸게 매겨졌다. 싱가포르는 조호르에서 원수(原水)를 가져와 정수한 수돗물의 일부를 조호르에 다시 보낸다.

그직후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연방에 가입(1963)했다가 탈퇴(1965)해 독립하는 변화가 있었다.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연방에서 탈퇴해 도시국가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조호르에서의 물 공급은 지속한다는 조건에 양측은 합의했고, 이 조건은 유엔의 보장을 받았다.

 

싱가포르-조호르 연결다리를 지나는 배수관 /위키피디아
싱가포르-조호르 연결다리를 지나는 배수관 /위키피디아

 

조호르에서 오는 파이프라인은 반도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causeway)를 지난다. 1970년대에 싱가포르 물 소비량의 50~60%가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되었다. 하지만 그후 물소비량이 늘어나 자체 저수지와 재생수, 해수담수의 공급을 늘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도 조호르강의 공급분이 전체 싱가포르 수요의 40%를 차지, 싱가포르 용수공급의 절대량을 유지하고 있다. 1980년과 1990, 조호르와 싱가포르는 시대 상황에 맞게 용수 공급단가를 두 차례 조절했다. 가격 협상 때 조호르는 홍콩과 비교해 싱가포르에 싸게 물을 공급하고 비싸게 돌려받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싱가포르는 저수지·파이프라인 등 시설에 투자했기 때문에 중국이 투자해 공급하는 홍콩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2011년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와 싱가포르는 50년 기한의 계약을 연장했다. 말레이시아도 산업화를 이룩하면서 조호르강의 사용이 늘어나는 입장에 있다. 게다가 싱가포르는 현재의 추세라면 2040년에 물부족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호르와 싱가포르의 용수공급계약은 2061년까지이지만, 둘 사이에 물 사용권에 대한 긴장감이 돌고 잇다.

 

자료=Singapore’s Public Utilities Board
자료=Singapore’s Public Utilities Board

 

싱가포르는 조호르에서의 수입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고고 보고, 자체적으로 물 공급비율을 높이는데 시책의 중점을 두고 있다.

먼저 자체적으로 빗물을 저장하는 집수시설(water catchment)을 늘렸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17곳의 집수시설이 있는데, 강수량을 모아 정제과정을 거친 후 식수로 공급한다. 싱가포르는 빗물을 이용해 물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선진기술을 갖춘 국가로 평가된다. 집수시설은 싱가포르 용수소비의 20%를 차지한다.

재생수(NEWater)는 여과 기술과 자외선 소독을 이용해 하수를 안전하고 깨끗하게 마실 수 있는 물로 재사용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높은 수준의 물 재활용 기술을 갖추고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물 산업 선진국이다.

해수 담수화는 늦게 출발했으나 최근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싱가포르는 하루 1억 갤런의 담수화된 물을 생산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수담수화시설 2곳을 구비하고 있으며, 2035년까지 지속적인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용수의 10%를 공급한다.

물에 관한한 싱가포르는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도 많이 하고 전문가도 양성한다. 물의 확보와 공급 여부가 도시국가 안위에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참고한 자료>

Wikipedia, Water supply and sanitation in Singapore 

Wikipedia, Water conflicts between Malaysia and Singapore 

Wikipedia, JohorSingapore Causeway 

Singapore’s Public Utilities Board 

연안 접경지역 정부간 협력의 지속가능한 성공조건: 싱가포르 수자원 공급 사례, 우양호-김상구, 2020 가을, 지방정부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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