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여년전 인도 남부 스투파에서 나온 유물들
2천여년전 인도 남부 스투파에서 나온 유물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4.02.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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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스투파의 숲’…남인도 불교미술품 97점 전시

 

스투파(stupa)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성현의 유골을 안치한 건축물을 말하는데, 불교에서는 사리탑을 지칭한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특별전이 열리고 있다.(2023. 12. 22.~2024. 4. 14.)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으로 개최되는 전시회는 BC 2세기~AD 4세기의 남인도 지역 불교미술품 97점이 공개되고 있다.

 

특별전 포스터=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포스터=국립중앙박물관

 

지금으로부터 2천여년 전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석가모니(Sākyamuni)는 기원전 5세기에 샤카(Sakya)족의 왕자로 태어나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은 자”(muni)라는 뜻이다. 석가는 갠지스강 남쪽 쿠시나가라에서 윤회의 굴레를 벗고 열반에 들었다. 그의 제자들은 왕이나 성자의 장례를 치르듯 시신을 화장하고 남은 사리를 스투파에 묻었다. 스투파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룸비니와 카필라바스투 등 북인도 8곳에 세워졌다.

 

석가가 죽고 150년 후 인도 아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마우리아(Maurya) 왕조(BC 322~BC 184)가 들어섰다. 마우리아 왕조는 불교를 국교로 채택했고, 3대 아소카(shoka)왕 때에 전성기를 이루었다. 전륜성왕을 꿈꾼 아소카왕은 인도 전역에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84,000개 스투파를 세우고, 북부 갠지스강 유역의 8개 스투파에서 석가모니 사리를 꺼내 남부로 옮겼다. 남쪽으로 사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사타바하나 왕조의 지배영역 /위키피디아
사타바하나 왕조의 지배영역 /위키피디아

 

BC 2세기에 마우리아 왕조가 무너지고 남인도 데칸고원에 사타바하나(Satavahana) 왕조가 등장한다. 남인도 사람들은 북인도 사람들과 기질이 달랐다. 그곳 사람들은 생성과 소멸하는 자연의 힘을 믿으며 살았고, 불교를 만나 다른 세계를 만들었다. 사타바하나 왕조가 AD 3세기초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남인도에는 불교와 어우러지는 세계, 즉 신비의 스투파의 숲이 형성되었다. 이번에 중앙박물관에 전시된 미술품은 인도 남부의 수많은 스투파 유적에서 출토된 고대의 불교 유적들이다.

 

​사진=박차영​
​사진=박차영​

 

사타바하나 왕과 시종들. 인도 남부 사타바하나 왕은 화려한 옷을 입고 햇빛 가리개 아래에 서 있다. 건장한 남성이 그 옆에서 두 손을 가슴에 모아 정중하게 인사하고, 여성들이 깃털을 흔들고 있다.

 

 

풍요의 신 락슈미, 아름다움을 드러낸 여인의 상이다. 가슴을 만지고 있는 모습은 여성의 출산과 풍요를 나타낸다. 여인의 이름이 략슈미다. 그녀의 몸 뒤로 연곷 줄기가 휘감아 올라간다. 뒤에는 공작새 두 마라기 숨어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 인도에서는 공작새가 울면 계절풍이 불어와 비가 내려온다고 한다. 비가 내리면 풍요의 항아리는 다시 물로 차게 된다.

 

 

전설의 동물 마카라, 남인도의 전설적인 동물이다. 마카라는 물 속에 사는데, 불교의 수호신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도 신화의 약사(Yaksa). 풍요로운 자연의 정령이다. 힌두교와 불교에서 동시에 나타나며, 풍족하고 유쾌한 환경에 살고 있는 듯 생기발랄한 신들이다.

 

 

페르시아에서 온 사자 모양의 뿔잔. BC 6세기말.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가 인더스강을 차지하고 인도 북서부에 페르시아 문명을 알렸다. 이 잔은 BC 5세기에 페르시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뿔잔을 장식한 전설의 동물은 인도의 다른 조각상에서도 찾을수 있다. 페르시아 문명이 인도에 널리 퍼져 있음음을 보여준다.

 

 

날개 달린 사자 기둥 장식. 날개가 달린 사자가 앞발을 들고 있다.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닮았지만 스핑크스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날개 달린 사자는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를 상징한다. 꼬리에서 인도적 색채가 드러나는데 페르시아의 문화에 인도인 상상력이 더해져 새로운 상상의 동물로 탄생했다.

 

 

전설 속의 동물 그리핀. 사자와 독수리가 합쳐진 상상의 동물이다. 머리, 앞발, 날개는 독수리이고, 몸통과 뒷발은 사자다. 서아시아와 유럽의 전설에서 그리핀은 힘이 세고 사나운 동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인도에선 귀여운 눈매에 뭔가 살짝 억울한 감정이 드러낸다.

 

 

사리함을 옮기는 코끼리. 코끼리가 머리 위에 상자를 얹고 신나게 걸어간다. 코끼리를 탄 사람은 상자를 소중하게 들고 있다. 상자에는 석가모니의 사리가 들어 있다. 석가모니 사리를 모신 스투파의 장식물이다. 사리를 인도 남부로 옮겨올 때의 모습을 기록해 둔 것으로 추정된다.

 

 

사리단지. 무른 돌인 동석(凍石)을 돌려 깎아 만들었다. 단지 바깥에 코끼리, , 사슴, 날개 달린 사자를 차례로 새겼고, 그 안에 글자가 새겨진 작은 단지 네 개가 들어 있었다. 새겨진 글에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애쓴 승려의 유골이 담겨 있다고 적혀 있다. 기원전 3세기의 것이다.

 

 

피프라와 사리. 18981월 인도와 네팔 국경이 맞댄 피프라와(Piprahwa)의 영지관리인이던 윌리엄 페페가 영지 내 둔덕을 발굴한 결과, 그 안에서 마우리아 시대 브라흐미 문자로 부처의 유골이라고 적힌 사리호가 들어 있는 석함을 발견했다. 이 곳은 카필라바스투라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석함과 사리호는 콜카타의 인도박물관에 보내졌다. 사리함에는 331개의 사리가 발견되었다.

 

 

석가모니 사리가 담긴 스투파의 장식품. 머리가 세 개 달린 뱀 나가두 마리가 스투파를 지키고 있다. 정면에는 석기모니의 사리를 담은 단지가 보인다. 왼쪽에는 나무 아래 빈 대좌가 있고, 오른 쪽에는 수레바퀴가 놓여 있다. 빈 대좌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밑의 자리를 뜻한다.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고 구르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나타낸다. 스투파 위로 햇볕 가리개가 거대한 나무처럼 자라고 풍요의 항아리에서 연꽃 넝쿨이 쏟아진다. 석가모니 스투파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수레바퀴는 태양처럼 영원히 빛날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상징한다. 수레바퀴처럼 영원히 이어질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법륜(法輪)이라고 한다. 법륜은 석가모니가 보이지 않아도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분명한 상징이다.

 

 

빈 대좌 밑 발자국. 대좌 아래에 석가모니의 발자국이 있다. 발자국은 누군가의 자취를 알아채고 따라가기 좋은 상징이다. 석가모니 발자국은 가르침을 상징한다. 대좌 양옆에는 아름다운 남녀 한쌍이 서 있다.

 

 

불타는 기둥을 향한 경배. 이 조각에는 석가모니를 상징하는 모든 것이 모여 있다. 빈 대좌에 석가모니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대좌 위로 법륜의 기둥이 솟아 있다. 주목할 것은 한가운데 불로 휩싸여 있는 기둥이다. 불을 뿜는 기둥으로 석가모니의 기적을 표현한 것은 남인도만의 방식이다. 불기둥 주변에는 머리가 7개 달린 뱀인 나가와 연꽃을 든 정령 약샤 등이 기둥을 향해 경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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