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세 직업…한중일은 국회의원, 미·독은 소방관
위세 직업…한중일은 국회의원, 미·독은 소방관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4.03.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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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한국인의 직업 귀천 의식이 다른 나라사람보다 강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사람들은 국회의원을 위세 있는 직업으로 꼽았고, 미국과 독일 사람들은 소방관으로 보았다는 흥미로운 조사가 나왔다. 이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의 국제비교 연구(2023)’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나오는 내용 중 일부분이다.

직능연에 따르면, 직업 위세(occupational prestige)란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직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권위, 중요성, 가치, 존경에 대한 인식 정도 또는 평가를 뜻한다. 이 개념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국회의원의 직업 위세 평점이 4.16점으로 가장 높고, 안정적 고소득 전문직인 약사가 3.83점으로 그 다음이었다.

올해 조사대상으로 추가된 인공지능(AI) 전문가가 최근 붐에 힘입어 일약 3위에 들어선 점이 주목된다. AI전문가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개발자(4), 디지털콘텐츠 크리에이터(6), 영화 감독 등 ICT와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에 대한 평가가 높게 나왔다.

중고교 교사, 은행 사무직원, 기계공학엔지니어, 중소기업 간부 등의 전통적인 중산층 직업군들은 중간 그룹에 속했다. 직무수행 과정에 육체적, 정서적 어려움을 수반하지만 보상은 그리 높지 않은 직업들, 예컨대 소방관, 사회복지사, 공장근로자, 음식점종업원, 건설일용근로자 등은 하위 직업군에 귀속되었다.

 

자료-한국직업능력연구원
자료-한국직업능력연구원

 

나라별로 직업 위세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은 5개국 가운데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권 국가에서 1위이지만, 서양권 국가인 미국과 독일에서는 각각 12, 10위로 중하위권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뚜렷이 차별화되었다. 전체 2위인 소프트웨어개발자는 미국, 독일에서 2위였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4, 중국에서는 6위였다. 전체 3위인 약사는 한국과 일본에서 2, 독일에서는 3, 미국에서는 4위로 상위권에 골고루 포진했지만, 중국에서는 중하위권인 10위로 평가되었다.

특히 미국과 독일에서 소방관이 위세 1위를 차지한 것이 주목된다. 소방관은 일본에서는 3위로 상위권에 자리잡았지만, 중국에서는 9, 한국에서는 11위로 중하위 수준이었다.

 

자료-한국직업능력연구원
자료-한국직업능력연구원

 

이번 조사에서 미국과 독일의 취업자들이 상대적으로 자신의 직업 위세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있는 반면에 한국과 일본의 취업자들은 자신의 직업 위세를 낮게 평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직업 가치와 관련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과거에 비해 외재적 직업 가치를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청년층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직업 위세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한 격차가 확인되었다. 보고서는 "한국 사회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업 귀천의식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일하는 사람들의 자존감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의 마련을 요구했다. 직업위세에 가장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일 만족도의 제고를 위한 정책적 노력, 각급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직업교육훈련 과정에서 청년 세대의 전향적인 직업의식을 적극적으로 발굴, 진작하기 위한 교육요소 강화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조사는 20237~8월에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독일의 패널 각각 1,500, 모두 7,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조사대상 직업군은 국회의원, 약사, 중고등학교 교사, 중소기업 간부사원, 기계공학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은행 사무직원, 공장 근로자, 음식점 종업원, 건설일용 근로자, 사회복지사, 소방관, 인공지능 전문가, 영화감독, 디지털콘텐츠크리에이터 등 15개다. 연구에는 김승보·황규희·문찬주·김민석·김선태·장홍근 등이 참여했다.

자료-한국직업능력연구원
자료-한국직업능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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