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태안 앞바다는 물길이 거세고 암초가 많아서 예로부터 험난한 바다로 악명을 날렸다. 아무리 노련한 뱃사람이라도 잠시 한눈을 팔다가 암초를 만나 난파되기 쉬운 곳이었다. 그 중에도 신진도와 마도 주변의 해역은 물살이 거세어 해난사고가 잦았던 곳이다. 사람들은 물길이 험하다고 해서 이 해역을 난행량(難行梁)이라고 부르다가, 이름이 불길하다 하여 안흥량(安興梁)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이 해역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주요 연안 항로였다. 영호남에서 올라오는 세곡(稅穀, 세금으로 받은 곡식)을 실은 배(조운선)가 지나는 길목이었다. 특히 이 바다는 조운선의 무덤으로 유명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392년(태조 4년)부터 1455년(세조 1년)까지 60여 년 동안 200척에 달하는 선박이 안흥량에서 침몰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렇게 난파한 선박들은 오늘날 많은 보물들을 남겼다. 바다는 배를 집어삼켰지만, 그 안의 보물을 고스란히 보존한 것이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서울 송파 한성성백제박물관에서 충남 태안군 대섬과 마도 해역에서 발굴된 고려청자와 백제시대 토기·기와 등 관련 유물을 선보인다. ‘바닷길에서 찾은 보물’이라는 제목의 2024년 선사·고대 기획전은 23일부터 5월 19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개최한 ‘신출귀물(新出貴物)-태안 바다의 고려청자’ 주제전의 후속으로 기획되었다. 전시회에는 ▲청자 퇴화문 두꺼비모양 벼루,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 한 쌍(4점), ▲청자 음각연화절지문 매병 및 죽찰, ▲청자 상감국화모란유로죽문 매병 및 죽찰 등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되어 보물로 지정된 12~13세기 고려청자 7점을 비롯, 백제시대 토기(편)와 기와, 고려청자, 중국자기 등 관련 유물, 수중발굴 장비 등이 새롭게 출품되어 총 83점이 전시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수중에서 발굴한 보물 고려청자들과 마도 해역에서 발굴한 백제시대 토기·기와 등을 한데 모아 이번에 처음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