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철길의 재탄생…경춘선숲길의 봄마중
폐철길의 재탄생…경춘선숲길의 봄마중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4.03.22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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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하이라인이 서울에…경춘선 폐철로 6km에 공원 조성, 2018년 개장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까지 세계는 철도에 흥분했다. 철로를 타고 자본주의 수레바퀴가 만리장성을 넘었고 제국주의가 시베리아를 달리고 인도 갠지스를 건넜다. 20세기 후반엔 자동차와 항공기의 시대가 열리며 철도의 인기가 쇠퇴했지만, 고속화·전철화라는 신기술로 철도는 부활했다. 새 기술은 철로의 직선화와 평지화를 요구했고, 한 세기 전에 깔렸던 철로는 쓸모 없게 되었다.

폐기될 위기에 처한 철로가 인간의 아이디어에 의해 새롭게 변모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선 2009년에 폐철도 2.3km에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가 조성되었다. 우리나라에도 2016년에 경의선숲길에 이어 2018년 경춘선숲길이 조성되었다. 경의선과 경춘선 숲길은 각각 6km 남짓으로 뉴욕의 하이라인보다 두배 이상 길다. 공식적으로 경의선숲길은 서울시 경계인 삼육대 앞에서 노원구 월계동의 경춘철교까지다.

 

경춘선숲길 표지판 /박차영
경춘선숲길 표지판 /박차영

 

오늘의 산책코스는 서울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에서 출발했다. 우리를 반긴 것은 마지막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말갛게 얼굴을 드러낸 벚꽃과 개나리였다. 산수유도 한창이고, 싸리나무에 싹이 파랗게 돋아났다. 경춘선 하면 생각나는 것이 대학시절 북한강변에 MT를 가기 위해 이용했던 길이다. 그 길이 직선전철로 바뀌면서 폐선이 되었고, 그곳에 이렇게 멋진 공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경춘선숲길의 벚꽃 /박차영
경춘선숲길의 벚꽃 /박차영

 

공릉 도깨비시장이 숲길 바로 옆에 붙어 있다. 들르지 않을수 없다. 도깨비란 이름에도 추억이 있다. 1939725일 경춘선 철도가 개통되고 화랑대역 인근에 노점상이 모여들면서 시장이 형성되었다. 노점 단속이 나오면 도깨비가 다녀간 듯 순식간에 사라지고, 단속이 끝나면 다시 옹기종기 철길에 모여 장터를 꾸려나갔다고 해서 도깨비시장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2006년에 전통시장으로 등록하고, 2010년에 시설현대화사업을 하면서 일직선의 골목에 비를 막아주는 천정을 설치했다. 경춘선 숲길이 조성되면서 도깨비시장은 서울 동부권의 랜드마큳가 되었다고 한다.

 

공릉동 도깨비 시장 /박차영
공릉동 도깨비 시장 /박차영

 

걷기 편안하다. 날이 풀리면서 산책하는 사람도 많아 보인다. 숲길이 생기면서 주변이 확 바뀌었다고 한다. 우중충했던 철로주변에 카페가 생기고 맛있는 식당이 들어섰다. 옛 철길 주변엔 꽃밭이 가꿔지고 벽화, 전시공간이 차지했다. 멈춰 선 무궁화호 열차는 방문자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숲길 주변에 테이블과 의자, 정자가 마련되어 있어 도시락 들고 소풍 나오기 좋은 곳이다.

열차가 달렸을 때 심은 느티나무와 잣나무길도 그대로 보존되었다. 예전이 이 길을 따라 춘천을 가고 대성리를 가던 생각이 난다.

 

경춘선 숲길 모습 /박차영
경춘선 숲길 모습 /박차영

 

우리의 행로에 마지막이 경춘철교다. 의정부에서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를 비집고 흘러오는 중랑천에 지어진 철교다. 풍광이 아픔답다. 그 아래가 동부간섣도로다.

 

경춘철교 /박차영
경춘철교 /박차영

 

경춘선은 서울()과 춘천을 연결하는 철길이다. 경인선, 경부선은 일제가 부설했지만, 경춘선은 강원도 상공인들이 산업 육성을 위해 건설한 민간철도였다. 1926년 춘천 상인이 중심이 된 번영회가 경춘철도 기성회를 조직하고 4년간 공사를 벌여 1939년에 완공했다. 경춘철도주식회사에서 운영하다 해방 이후에 국철로 편입되었다.

단선철도였던 옛 경춘선은 추억과 낭만의 철도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서울 시가지가 확장됨에 따라 출발역인 성동역(현재의 제기역) 근처에서 성북역 구간이 철거되었다.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성북역(현 광운대역)~갈매역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청량리역과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경춘선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쓰임이 다한 경춘철교~담터마을(서울시계) 구간 6km에 경춘선 숲길공원 조성공사를 시작했다.

경춘선이 70년간 근대산업 문화유산의 현장을 간직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옛 기억과 향수를 느끼게 해 주었고, 서울에서 철길 원형이 가장 길게 남아 있는 특성을 설계 모티브로 삼아 철길 원형을 보존하고 정원과 산책로, 지역주민의 문화공간을 조성해 2018년에 개방했다.

 

경천선숲길의 산수유 /박차영
경천선숲길의 산수유 /박차영
경춘선 주변 상가 /박차영
경춘선 주변 상가 /박차영
경춘선 숲길 모습 /박차영
경춘선 숲길 모습 /박차영
경춘철교에서 본 중랑천과 도봉산 /박차영
경춘철교에서 본 중랑천과 도봉산 /박차영
경춘철교 위 /박차영
경춘철교 위 /박차영
경춘선숲길 지도 /박차영
경춘선숲길 지도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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