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뉴스] 상속세에 짓눌린 가업승계
[한줄뉴스] 상속세에 짓눌린 가업승계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4.03.30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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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상속세는 50~60%로 세계 1위…한미그룹 분쟁도 상속세에서 출발

 

드라마나 영화에 재벌 상속자들은 화려하고 안하무인으로 사는 것처럼 그려진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속자에겐 아무것도 없다. 모든 재산은 아버지(대부분)에게 속해 있고, 아들딸들은 부모 잘 만나 떵떵거릴 뿐이다. 드라마에선 창업자가 죽으면 재산 싸움이 벌어지는 게 공식이다. 그에 비해 현실의 세계에선 막대한 상속세를 어떻게 내는지를 놓고 유족들은 고민한다.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의 비밀은 50~60%에 이르는 상속세 납부에 있었다고 한다. 20208월 임성기 창업자가 별세하고 이듬해 31370억원 이상의 주식이 창업자의 부인과 세 자녀에게 상속되었다. 그에 대한 상속세는 5.400억원이었다.

상속자는 개인 돈으로 상속세를 내야 한다. 회사 돈을 건드리면 횡령이나 배임이니, 시끄러워진다. 가족들은 지난해 사모펀드에 지분 일부를 파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거래에 참여한 새마을 금고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투자가 철회되었다. 그러던 중 OCI의 합병 제의가 들어왔다. 모녀는 합병에 찬성했지만 두 아들은 반대했다. 결국 주주총회에서 표 싸움이 벌어졌고 소액주주 조용필 표까지 동원되었다.

형제는 승리했지만 상속세 부담은 해결되지 않았다. 각자 세액의 절반 정도는 납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돈도 빌린 돈이다. 이 돈을 해결하는 문제가 가족 내에 또다른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 상속세의 문제가 드러난다. 한국경제연구원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명목세율은 50%로 일본의 55%에 이어 2위이지만 최대주주할증과세를 포함하면 60%로 사실상 1위라는 것이다. 이런 상속세제 아래서 대부분의 기업승계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 사후에 삼성가는 12조원의 상속세를 물기 위해 보유주식을 팔았다는 뉴스가 나온다. OECD 평균이 26%인데, 이 정도로 낮춰야 하지 않느냐는 견해도 있지만, 어느 정치세력도 적극적이지 않다. 부의 대물림을 정당화한다는 부정적 여론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상속세 개편은 말만 있지 부지하세월이다.

현실의 세계가 드라마와 다르다. 기업의 상속자들에게 남는 건 빚덩이다. 그냥 주식을 팔고 그 돈으로 잘 사는지, 어렵지만 빚을 안고 기업을 경영하든지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한미그룹 모녀·형제 분쟁, 60% 상속세가 불 질렀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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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그룹 /한미사이언스 홈페이지 캡쳐
한미그룹 /한미사이언스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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