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신규 개설로 번진 한일 갈등
하늘길 신규 개설로 번진 한일 갈등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09.10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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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측 “신 항공회랑 개설하자” vs 일본측 “기존 회랑 복선화”

 

한일 관계 악화가 하늘길을 새로 만드는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우리측이 늘어나는 항공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제주남단에 새로운 항공회랑(corridor)를 개설하려 하는데 일본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북쪽으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 남쪽으로 일본 열도에 포위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의 협조 없이는 새로운 길을 열기 힘들다.

이런 문제는 항공회랑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도 발생할 소지가 있다. 보이지 않는 무수한 상거래 행위에서 일본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우리의 입지만 좁아지게 된다. 한일관계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에 "제주남단 신항로 개설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제주남단 신규 항공회랑 개설에 일본이 비협조적으로 나온데 대한 대응이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기존 제주남단의 항공회랑은 전체길이는 519km에 폭은 93km, 이중 259km 구간이 우리 비행정보구역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관제업무를 맡는 구간에는 2018년 기준으로 중국~일본간 일평균 345, 한국~중국간 178, 한국~동남아간 352대로 하루 880대의 항공기가 다니고 있다. 이 구간에 항공기 운항이 빈번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비행안전 주의를 요구하는 곳이다.

항공기 혼잡으로 올해 630일 제주를 떠나 중국 상하이로 향하던 중국 길상항공 비행기가 근접 비행하는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를 피해 급히 고도를 낮추는 위험한 상황이 빚어졌다. 또 지난해 7월에는 미국 페덱스 항공기가 관제 지시 없이 고도를 올려 인근을 지나던 한국 국적기 2대와 마주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이에 국토교통부는 기존 항공회랑의 비행안전 확보를 위해 새로운 항공회랑을 개설하는 내용의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제주지역을 경유하는 한··일 연결 신항공로를 개설해 기존 항공회랑의 교통량을 분산시키고 일방향(one way)으로 항공교통흐름을 조정하여 안전위험을 크게 줄이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우리측이 제시한 방안에 대해 ICAO와 중국은 기본적으로 공감해 관련 협의가 긴밀히 진행중이지만, 일본은 신항공로 대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세 차례 협조 서한과 주일 공관을 통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응답하지 않다가, 추가협의 기간이 끝나는 지난 2일에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는 서한을 회신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신 항공회랑을 개설하기보다는 기존 항공회랑 체계 하에서 복선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기존 노선의 복선화는 항공로 교차지점이 2곳에서 4곳으로 증가해 공역구조를 복잡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안전문제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우리측은 실무그룹 회의에서 나온 국가간 이견 해소를 위해 한일 고위급(차관급) 회담 개최를 요구했지만, 일본측은 아직까지 응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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