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여신 마조를 모시는 타이난 대천후궁
바다의 여신 마조를 모시는 타이난 대천후궁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3.10.1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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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젠성 사람들이 모시는 바다의 여신…청조가 정씨 왕국을 접수한 후 조성

 

대만 타이난 적감루(赤嵌樓)에서 걸어 5분 거리에 대천후궁(大天后宮)을 만날 수 있다. 대천후(大天后)는 여신이라는 뜻인데, 푸젠성 주민들이 바다의 여신으로 모시는 마조(媽祖)를 말한다. 이 곳은 대만에서 마조를 모시는 유일한 사당이다.

대만에 가장 먼저 건너온 한족은 1662년 정성공이 네덜란드군을 몰아내고 왕국을 세울 때 따라온 푸젠성 주민들이다. 3백년후인 1949년 전후에 장제스(蔣介石)의 국민정부와 함께 본토 사람들이 밀려왔다. 대만에서는 17세기 명청 교체기에 건너온 본성인과 20세기 중분 국민당을 따라온 외성인으로 구분한다. 박힌 돌이냐, 굴러온 돌이냐의 갈등은 대만 정치사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하여튼 타이난은 정성공을 따라온 푸젠 본성인의 풍습이 많이 남아 있다. 대천후궁이 대표적이다.

 

대천후궁 입구 /박차영
대천후궁 입구 /박차영

 

대천후궁에는 대만 초기의 역사가 숨겨져 있다. 정성공은 대만에 동녕국(東寧國)을 세웠지만 대만을 접수해 갑자기 사망했다. 동녕국은 몰락한 명()나라를 천자국으로 받드는 제후국이었다. 아버지를 이어 윙위를 계승한 아들 정경(鄭經)은 정성공을 따라 대만으로 건너온 명의 황족 주술계(朱術桂)를 천조의 후손을 받들었다. 후세의 사람들은 주술계를 닝징왕(寧靖王)이라고 부른다. 1664년 동녕국의 2대왕 정경은 적감루에서 가까운 곳에 주술계의 왕궁을 지어주었는데, 그곳이 지금의 대천후궁이다.

청이 본토를 모두 장악하고 난후 대만섬에 웅거하고 있는 명의 잔당들을 그냥 둘리 없었다. 1683년 청의 강희제는 장수 쓰랑(施琅)를 보내 대만을 점령했다. 동녕국 3대 정극상(鄭克塽)은 청의 장군에게 항복했다. 그런데 명의 황족 주술계는 항복을 거부했다. 먼저 다섯 후궁(五妃)이 목을 매 자살하고, 주술계도 그 뒤를 이어 이 세상을 떠났다.

 

마조 여신상 /박차영
마조 여신상 /박차영

 

청장 쓰랑은 대만을 접수한 후 주민 무마를 위해 주술계의 왕궁을 푸젠성 사람들의 신을 모시는 사원으로 바꾸었다. 그렇게 해서 1684년에 개조한 것이 대천후궁이다.

대천후궁의 주신인 마조(媽祖, 960~987)는 북송 시대 푸젠에서 활동한 해녀로 알려져 있다. 마조의 성은 임()이고, 이름은 묵낭(默娘)이다. 마조는 대만해협에서 조난을 당한 사람을 구하고 바르게 사는 등 주민들의 칭송을 들었다. 죽은 뒤에도 미주도(湄洲島) 사람들은 마조묘(媽祖廟)를 만들어 기념했다. 푸젠과 대만 사람들은 그녀의 생일인 음력 323일이 되면 가무와 오락, 연극을 펼쳐 민간 풍습으로 정착되었다. 마조 신앙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보호되고 있다.

 

대천후궁 내부 /박차영
대천후궁 내부 /박차영

 

대천후궁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개보수를 거쳐 1775년 현재의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1818년 대화재로 큰 피해를 보았고 대만 정부가 여러 차례 중건을 거듭하여 1985년 국가고적으로 지정, 대만 종교 100경의 하나로 선정했다.

이곳에서도 마조의 생일인 음력 323일에 화려한 축제가 열려 인파가 몰려든다. 다른 사원과 달리 마주를 모신 본당 오른쪽 옆으로 평안, 행복, 사업, 시험, 인연의 부적을 만들 수 있게 마련되어 있다.

사당에는 마조만큼이나 월하노인(月下老人)이 인기다. 인연의 신이라는 월하노인 사당은 짝을 찾거나 결혼을 하려는 미혼 남녀가 많이 찾는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혼인을 상징하는 빨간색 실(紅線)을 간구하거나 그 앞에서 연지를 바르기만 하면 금방 결혼 상대를 만나게 된다고 믿고 있다. 타이페이 용산사의 월노신군(月老神君) 사당도 월하노인을 모시는 곳이다.

 

사해용왕상 /박차영
사해용왕상 /박차영
물의 신선(水仙) 상 /박차영
물의 신선(水仙) 상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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