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7년 브로튼 함장, 동래 용당포에 상륙하다
1797년 브로튼 함장, 동래 용당포에 상륙하다
  • 이효웅 해양전문가
  • 승인 2022.07.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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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방문한 첫 영국인…사할린 탐사 후 남하, 대마도 거쳐 부산 기착

 

영국 해군 프로비던스호의 함장 윌리엄 로버트 브로튼은 17971014일 항해일지에 이렇게 썼다.

가벼운 바람이 불고 비가 왔다. 정오가 조금 지난후. 우리는 어선 몇척을 보았다. 어부 한 명이 우리 배에 올라타고 싶어 했다. 그들은 손짓으로 북서쪽에 좋은 입구가 있다고 알려줬고, 우리는 그곳으로 배를 몰았다. 입구로 가는 북쪽 지점에 엄청나게 크고 검은 바위 몇 개가 해안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이 바위섬을 반 케이블 이내의 간격을 두고 통과했다. 수심 30패덤의 바다를 지나자 진흙 바닥이 나타나고 수심은 15, 10, 5 패덤으로 점점 얕아졌다.”

 

부산 오륙도 /촬영=이효웅
부산 오륙도 /촬영=이효웅
부산 오륙도 /촬영=이효웅
부산 오륙도 /촬영=이효웅

 

윌리엄 브로튼(William Robert Broughton 17621821) 함장은 조선을 최초로 방문한 영국인이다. 그가 도착한 곳은 부산 용당포인데, 도착 직전에 보았다는 크고 검은 바위 몇 개는 신선대 앞 오륙도다. 그가 용당포에 도착한 17971014일은 음력으로 824일이다.

브로튼은 앞서 1793년 영국 국왕 조지 3세의 명을 받아 프로비던스(Providence)호의 함장이 되어 태평양과 북동 아시아 탐사에 나섰다. 탐사의 주된 임무는 사할린이 섬인지 육지의 일부인지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브로튼 일행은 1797년 당시 청나라 땅이었던 연해주(외만주)와 사할린 사이의 바다를 탐사한 후 지금의 블라디보스톡 연안을 거쳐 조선의 동해안을 북에서 남으로 내려왔다. 브로튼은 동해안을 따라 남하하면서 상륙하기 위해 닻을 내릴만한 항구를 찾았다.

경상도 해안에서 그의 함선은 바람과 조류를 만나 대마도까지 밀려 내려갔다가 다시 조선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들은 부산 앞바다에서 어선을 보고 용당포쪽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대마도 경유한 브로튼의 항해 /촬영=이효웅
대마도 경유한 브로튼의 항해 /촬영=이효웅
​​대마도 /촬영=이효웅​​
​​대마도 /촬영=이효웅​​

 

그때가 조선에서 정조가 임금이 된지 21년째 되던 날이었다. 경상도 관찰사 이형원이 영국배를 발견해 보고한 내용이 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정조실록 2196)

이국선(異國船) 한척이 동래 용당포 앞바다에 표류해 도착했습니다. 배 안의 50인이 모두 머리를 땋아 늘였는데, 어떤 사람은 뒤로 드리우고 머리에 백전립(白氈笠)을 썼으며, 어떤 사람은 등()으로 전립을 묶어 매었는데 모양새가 우리 나라의 전립(戰笠)과 같았습니다. 몸에는 석새[三升] 흑전의(黑氈衣)를 입었는데 모양새가 우리 나라의 협수(挾袖)와 같았으며 속에는 홑바지를 입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코가 높고 눈이 파랗습니다. …… 배의 길이는 18()이고, 너비는 7파이며 좌우 아래에 삼목(杉木) 판대기를 대고 모두 동철(銅鐵) 조각을 깔아 튼튼하고 정밀하게 하였으므로 물방울 하나 스며들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부산 신선대부두 /촬영=이효웅
부산 신선대부두 /촬영=이효웅

 

브로튼은 항해일지에 ‘Corea’초산’(Chosan 또는 Thosan)에 입항했다고 기록했다. 그는 조선을 ‘Corea’로 알고 있었는데, 도착지 용당포를 ’Chosan‘으로 착각한 것이다.

그는 78일간 부산의 용당포에 기항하면서 조선인들과 대화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른 아침 우리 배를 보기 위해 호기심에 가득한 남자, 여자, 어린아이들을 가득 실은 작은 배들이 우리 배를 둘러쌓다. 그들은 누볐거나 겹 천으로 된 흰 무명천으로 헐렁한 상의와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크고 헐렁한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여자들은 속바지위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남녀 모두가 흰 무명 버선과 볏짚으로 만든 짚신을 신고 있었다. 남자들은 머리카락을 정수리에 묶어 상투를 틀었고, 여자들은 머리카락을 꼬고 땋아서 머리위에 올려놓았다.”

 

부산 태종대 /촬영=이효웅
부산 태종대 /촬영=이효웅

 

브로튼 일행은 조선의 해안을 측량하고 식료품 등을 구해 체류 9일만에 아무런 마찰 없이 조선 땅을 떠났다. 조선을 떠나던 날 이렇게 기록했다. “우리 친구 4명이 찾아와 우리가 출항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대단히 기뻐했다. 나는 친구 1명에게 권총과 망원경을 선물로 주었다.” 영국인들은 9일 동안 호의를 보여준 조선인들에게 우리 친구라고 부른 것이다.

브로튼의 용당포 방문은 한영교류에 첫발로 기록된다. 2001420, 영국 해군 중령 앤드류 왕자(요오크 공작)가 부산시 신선대를 방문해 기념비를 제막하고 기념수를 심었다. 외국 배를 보고 놀라던 용당포는 우리나라 최대 무역항이 되었다.

 

부산항 /촬영=이효웅
부산항 /촬영=이효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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