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④…일본인의 뿌리
마한④…일본인의 뿌리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3.11.08 13: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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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왜의 위치에 대한 논란…고대 한반도인이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증거들

 

2005년 나주시 다시면 영동리의 한 주민이 밭을 갈던 도중에 돌무지에서 인골을 발견해 신고했다. 이로써 영동리 고분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20095, KBS ‘역사추적영산강 아파트형 고분의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에서 이 주제를 다뤘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발굴팀이 네 차례에 걸쳐 발굴작업을 한 결과, 일대에 7개의 봉분이 있었고, 4~6세기의 것으로 보이는 무덤 40개가 촘촘하게 드러났다. 무덤 돌방(석실)에선 거의 온전한 상태로 보존된 인골 23구가 발굴되었다. 근처 갯벌의 흙으로 석실의 틈을 메웠기 때문에 무덤 속이 밀폐되어 1,500년이 지나도 인골이 좋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고인골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부산 동아대 고고학연구실에 의뢰했다. 인골을 분석한 김재현 동아대(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한 석실에 많게는 5구의 인골이 안치되었는데, 이는 3~4세대에 걸친 가족묘이며, 따라서 오랫동안 이 일대를 지배한 토착세력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재현 교수는 인골의 이목구비가 집중된 점에서 신라와 가야 등 한반도 지역에서 발굴된 인골과는 다르고, 일본 큐슈지역 사람들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발굴자들은 좀더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중앙대에 DNA 조사를 의뢰했다. 1년에 걸친 조사 끝에 다섯 개의 무덤 중 네 개의 무덤의 인골이 모두 모계로 연결된 관계로 밝혀졌다. DNA 조사를 담당한 이광호 중앙대 교수(생명과학과)영동리 고분의 인골을 백제, 신라의 고인골과 다르고, 일본의 현대인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광호 교수는 영동리의 주민이 일본 큐슈로 건너갔거나, 큐슈인이 영동리로 왔을 것이라고 했다.

 

나주 영동리 고분의 고인골 /국립문화재연구소 최현구·신지영 논문 캡쳐
나주 영동리 고분의 고인골 /국립문화재연구소 최현구·신지영 논문 캡쳐

 

영산강 일대의 고분에 관한 자료를 뒤지다 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왜인의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산강 일대 장고분은 4~7세기 일본 야마토 시대의 전방후원분임은 우리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바다. 영동리 고분의 경우는 장고분이 아니지만, 일본인과 유사한 DNA가 발견되었다. 반남면 신촌리 9호분에서 나온 금동관과 금동신발은 일본 큐슈 후나야마 고분에서 나온 출토물과 흡사하다.

이런 사실들은 지금부터 1,500년전에 호남지역에 왜인이 존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한반도 왜에 대한 주장은 한일 양국간에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으로선 일본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조작했다는 임나본부설을 정당화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수 있고, 일본으로선 일본족이 열도에서 나서 발전했다는 고유기원설을 깨는 것이어서 꺼린다.

 

2009년 방영된 KBS의 역사추적 내용에 대해 그후 국내의 어느 학자도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2017년 나주시는 복암리고분전시관과 함께 영동리고분의 인골을 토대로 마한 귀족여인의 얼굴을 복원, 공개했다. 영동리 고인골 가운데 가족구성원으로 추정되는 온전한 개체를 토대로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마한인의 가족을 주제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인골의 안면 골격부터 피부, 고대 의상에 이르기까지 영산강 유역 마한후예의 면모를 역추적해 복원했으며, 고고학, 법의학, 해부학, 디지털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기술이 총동원되었다. 그러면 나주시와 동신대가 복원한 마한인의 얼굴은 한국인의 모습일까, 일본인의 모습일까.

 

마한 귀족 여인 /나주시
마한 귀족 여인 /나주시

 

역사학자 이덕일·이희근은 저서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에서 나주 일대를 왜의 중심지로 비정했다. 당서, 삼국사기, 동사강목(안정복)의 지리지를 종합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덕일·이희근은 전남 나주 반남고분군은 고대 한반도 남부지역을 지배했던 왜라는 정치세력이 남긴 민족사적 유산이다고 썼다.(p27) 이 주장은 지난 526광주MBC에서 방영된 전라도천년사 토론회에서도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이덕일은 토론회에서 고대 왜가 중국 양쯔강 일대에서 살다가 발해만을 거쳐 한반도 남부로 내려왔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다, 한반도 왜가 일본 지배층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덕일 등은 한반도 왜의 문헌적 자료를 제시한다. 그 견해를 인용한다.

중국 서진(西晉)시대 진수(陳壽, 233 ~ 297)가 편찬한 삼국지위서 동이전을 보면, 의문의 몇 구절이 나온다. 3세기 후반에 중국인이 쓴 역사서다.

()은 대방(帶方)의 남쪽에 있다. 동서는 바다로 경계를 삼고 남쪽은 왜와 경계를 접하니(南與倭接), 면적이 사방을 4천리쯤 된다. 세 종족이 있는데 그 첫째는 마한이고, 둘째는 진한이며, 셋째가 변한이다. 진한은 옛 진국(辰國)이다.

지금 진한 사람들은 모두 머리가 편평하다. ()에 인접한 곳의 남녀들(男女近倭) 또한 문신을 한다.

변진의 독로국(瀆盧國)은 왜와 경계를 접하고 있다. (其瀆盧國與倭接界)

삼국지 동이전은 중국인들이 3세기 후반에 동이족 곳곳을 돌아다니며 보고 들은 기행담을 모은 사서로, 당대의 시점에서 서술한 사서다. 이 기사를 근거로 왜의 위치를 추적해 보자.

(마한)은 대방(황해도)의 남쪽에 있고, 진한은 마한의 동쪽에 있다. 변진은 진한의 남쪽이다. 마한은 경기, 충청도 일대이고, 진한은 경북, 변진은 경남·부산 일대다. 그렇다면 삼국지 한조에 언급되는 왜는 전라도 일대에 위치하게 된다. 삼국지 왜조에는 왜인들이 문신을 하는데, 나라마다 각기 다르다는 기사가 있다. 왜와 가까이 있는 진한의 남녀가 문신을 했다는 기사에 힘이 실린다.

우리의 고정관념으로는 왜가 일본 열도에 있어야 한다. 삼국지 왜조에 왜인은 대방의 동남쪽 큰 바다 가운데에 있고, 산과 섬을 의지해 국읍을 이루고 있다고 해, 일본 열도가 왜인의 본거지임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한조에서 말하는 왜는 열도의 왜와 다른 왜가 존재했다는 뜻이다.

한반도 왜의 설정은 그동안 모호했던 많은 사료들을 분명하게 해준다. 삼국사기에 숱하게 등장하는 왜의 존재는 일본에 있는 왜가 아니라, 특정시기에 한반도에 살던 왜일수도 있다.

 

한반도 왜의 위치 /EBS 캡쳐
한반도 왜의 위치 /EBS 캡쳐

 

국영방송 EBS는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1999년에 광복절 특집으로 잃어버린 역사, 한반도의 왜()“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제작, 방영했다. 시리즈는 왜는 한반도에 있었다, , 바다를 건너다, , 신대륙을 개척하다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그램은 반남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동신발, 원통형 토기, 환두대도가 큐슈 후나야마 고분서 출토된 유물과 흡사하다고 했다. EBS의 논리는 한반도에 살던 왜가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것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 , 의 국내번역판에는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별도의 논문이 실려 있다. 다이아몬드는 이 글에서 일본 야요이인의 두개골이 한국인과 비슷하고, DNA 구성비율로 조사할 때 현대 일본인은 한국에서 건너온 이주민의 영향을 받았다고 결론지었다. 다이아몬드의 견해는 나주 영동리 고분 인골의 두개골 연구의 결과와 비슷하지 않은가. 일본 고고학자 에가미 나미오(江上波夫, 1906~2002)는 일본 천황가가 내륙에서 한반도를 거쳐 건너온 기마민족이었다는 기마민족설을 제기, 일본 역사학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고대 한반도에 우리민족만 살았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삼국사기에 말갈과 왜가 숱하게 등장한다. 고대에 다양한 종족이 한반도에 살았거나 다른 곳에서 이주해 왔을 것이다. 한민족은 신라의 통일 이후 여러 나라, 종족의 문화와 언어가 융합하면서 형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참고한 자료>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1, 이덕일·이희근, 1999, 김영사

原文 東夷傳, 1996 서문문화사

EBS 광복절 특집, 1999, 잃어버린 역사, 한반도의 왜() -1 

EBS 광복절 특집, 1999, 잃어버린 역사, 한반도의 왜() -2 

EBS 광복절 특집, 1999, 어버린 역사, 한반도의 왜() -3 

, , , 제레드 다이아몬드, 2005, 문학사상

광주MBC, 역사 왜곡 논란 전라도 천년사쟁점은? [시사온] I 2023526일 

KBS 역사추적 영산강 아파트형 고분의 미스터리 /2009. 5. 11 

나주시, 마한 여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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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3-11-25 13:28:00
안녕하세요, 김현민 기자님. 한반도에 왜가 존재했었는지 논하는 글까지 잘 읽어보았습니다. 혹시 "임나일본부설"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알렉산더 보빈의 "반도 일본어 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고견을 여쭙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