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웅의 항해 도전기④…독도 탐사
이효웅의 항해 도전기④…독도 탐사
  • 이효웅 해양전문가
  • 승인 2022.04.0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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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만에 동해시 어달항으로 무사히 귀항…‘동해 정복’의 꿈 이루다

 

<코스모스호 2002 동해탐사>

코스모스호(16피트 50마력) 울릉도·독도·화진포 900km(16)

동해 어달항-울릉도-독도-울릉도-동해-강릉-속초-화진포-초도항-어달항

 

울릉도 북저바위에서 질주하는 코스모스호 /사진제공=이효웅
울릉도 북저바위에서 질주하는 코스모스호 /사진제공=이효웅

 

독도 탐사기(2002725-81)

 

출항하던 날(725, 맑음)

2002년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이사부함대의 출항지인 삼척항에서 출발하려고 하였으나 삼척항에는 보트를 내리는 슬러프 시설이 없어 동해시 어달항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출발 전 동해해경에 도움을 요청하여 독도 순시함정의 교대근무에 맞추어 따라갔다. 기상이 여러 차례 변하여 파도가 치기도 하고 어떤 구간은 안개가 자욱하여 50앞에 가는 해경 함정이 보이지 않아 물결만 보고 쫓아가기도 하였다. 5시간 반 동안 한 번도 쉬지 못하고 생리현상도 해결하지 못한 채 오로지 함정과 떨어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울릉도에서 해경 함정과 이별하고 6일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기상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렸다.

 

2002년 7월 29일 독도 단독입도 /사진제공=이효웅
2002년 7월 29일 독도 단독입도 /사진제공=이효웅

 

울릉도에서(729, 맑음)

04:30분에 기상하여 제일 먼저 방파제에 뛰어가 동쪽 바다를 살펴보니 바다가 조용하면서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해경분소(울릉도 저동 해양파출소)에서 라면으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 06:00시에 출항신고하고 출발하였다. 독도를 단독으로 항해한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가슴이 뿌듯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앞섰다. 파고는 1m정도로 잔잔하여 독도까지 48.5마일은 3~4시간 정도 소요될 것 같았다. 동해의 아침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면서 일엽편주처럼 작은 보트에 의지하며 항해를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독도 가까이 갈수록 파고는 0.7로 더욱 잔잔하여 20노트의 속력으로 항해를 했다. 출발하여 2시간쯤 왔을까. 중간 정도 지나니 수평선 근처에 작은 봉우리가 나타났다.

해상날씨가 도와주어 독도에 09:20(3시간 20)에 도착하였다. 동도와 서도 사이로 들어서서 동도에 계류장이 있었다. 부두에는 인부들이 태풍피해로 파손된 부두를 보수하고 있었다. 보트를 정박시키고 동도 정상에 보이는 독도경비대로 향하였다. 경비대장인 성명환 소대장과 인사를 나누고 소대장의 안내로 동도의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헬기장에서 기념촬영을 하였다. 소대장은 동도 주변의 탕건바위·사자바위·동굴·등대·옛날포대·독립문바위와 그 밖의 여러 형태의 바위 모양을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지난 태풍 때 큰 피해가 있었는데 특히 물건을 올리는 캐이블카·부두시설과 많은 갈매기들이 피해를 보았다고 하였다. 동도 탐방을 마치고 소대장과 이야기하는데 자기가 알기로는 독도에 보트를 타고 온 사람도 혼자서 온 사람도 처음이라고 한다. 서도 탐사까지 하고 싶다고 했더니 소대장도 서도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하면서 같이 가기를 원하여 보트를 타고 동도를 돌아서 서도로 갔다.
다행히 파도가 0.5m 정도로 잔잔하여 보트를 서도의 물골 앞 몽돌해안에 쉽게 접안할 수 있었다. 몽돌해안에는 머리보다 큰 바위들이 많았으며 해초들이 무성하고 수심은 2m 정도로 낮았다. 그리고 절벽 밑의 동굴을 보니 과거에 사람들이 거주했던 흔적들이 많이 보였다. 소대장이 보트에 내려서 물골을 확인 차 계단을 올라가려고 하는데 경비정에서 무전기로 코스모스호를 찾고 있었다. 예정시간보다 2시간이 지났는데 회항하지 않으므로 회항하기를 독촉하였다.

소대장이 계단을 5분 정도 올라갔다 와서 하는 말이 옛날에 만든 길(시멘트 계단)이 풍화로 허물어져서 도저히 올라갈 수가 없어서 물골을 못 찾았다.”고 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소대장은 바로 앞의 동굴이 물골인 줄 모르고 계단 위 중턱에 있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예전에는 서도에 거주했던 사람들이 비상식수를 구하기 위하여 험한 서도 정상을 넘어 물골 동굴에서 식수를 구하였다.) 지금은 바닷물을 정수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발전기를 이용하여 전력을 공급하여 장비와 등대를 밝히고 있다고 하였다. 당시 서도에는 공사 관계로 사람이 거주하지 않았고 어업 시기에만 와서 작업하였다. 나는 일기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 점심도 사양하고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1150, 독도를 출발하여 20노트 이상의 속력으로 항해하는데 뒤를 보니 엔진에서 중간수가 나오지 않았다. 보트를 멈추고 수리를 하고 울릉도 가까이 오니 파도가 1.5m로 높아졌다. 오후 250(회항시간 3시간)에 저동항에 도착하여 신고하였다. 보트 충전기에 휴대폰을 충전시키고 식사하러 갔다가 돌아오니 보트 조정석에서 연기가 나면서 불이 붙어 있었다. 얼른 차단기를 내리고 수건으로 불을 끄고 살펴보니 충전기가 타버리고 FRP 선체에 불이 붙은 흔적이 있었다. 아마 휴대폰 전선을 케이블타이로 묶은 곳이 장시간 운항으로 마찰하여 합선된 것 같았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5~10분만 늦었어도 보트가 전부 전소될 뻔하였다.(FRP 선박의 단점은 FRP 수지가 인화성이 강하여 불이 잘 붙는다.)

 

독도 /사진제공=이효웅
독도 /사진제공=이효웅

 

귀항하던 날(81, 맑음)

독도 탐사를 마치고 귀향하기 위하여 전날 해경함정과 약속하고 저동항 앞을 나서는데 파고가 1m~1.5m로 백파가 일어나고 있었다. 행남등대 앞에서 기다리는데 해경 함정이 두 번을 왕복하면서도 코스모스호를 발견하지 못하여 서로 애를 태우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는 동안 백파가 보트를 세 번 덮치니 더 이상 항해는 겁도 나고 위험할 것 같아 귀항을 포기하였다. 무전으로 해경 함정에게 다음에 귀항하겠다고 하고 저동항으로 다시 들어왔다. 다음날은 파도가 0.5~1m 정도로 낮아졌으나 하루를 더 기다렸다.

오늘은 파도가 0.3m로 장판 같은 바다였다. 해경에 출항 신고하고 열심히 서쪽으로 내 달렸다. 절반 이상 왔을 때 여객선 한겨레 호를 만나 최태열 선장과 무전으로 인사를 나누고 얼마 후 사고가 생겼다. 갑자기 GPS가 먹통이 되었다. 무전기를 살피니 무전기도 먹통이고 휴대폰을 보니 휴대폰의 배터리도 모두 방전되어 앞이 캄캄하였다. 어렵게 구한 장비(150만 원)가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독도 항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파도로 인한 배터리의 접속 단자가 약간 느슨해지면서 엔진의 고압 전류가 배터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12VGPS와 무전기로 흘러 장비를 파손하게 되었다.)

파도가 없어 다행이었으나 하늘을 보니 태양은 해무로 보이지 않고 동서남북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배를 세우고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하는 가운데 비상시에 사용하려던 나침반이 생각나서 짐칸에서 나침반을 찾아 서쪽으로 항해하기 시작하였다. 동해시 어달항으로 8일 만에 무사히 귀항하여 동해 정복의 꿈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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