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민주공화국은 인도네시아와 호주를 연결하는 소순다열도의 하나인 티모르 섬 동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다. 면적은 1만4,874㎢, 인구는 134만명(2021)아며, 면적이니 안구에서 강원도와 비슷하다. 티모르 섬 서쪽은 인도네시아 영토다. 티모르섬 자체만 보면 분단된 구조다. 이는 동티모르는 포르투갈이, 서티모르는 네덜란드가 지배한데서 비롯된다. 우리나라에선 상록수부대가 1999년 10월 파견되어 2003년 10월 임무를 마치고 철수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나라다.
티모르(Timor)는 일찍부터 포르투갈이 눈독을 들인 곳이다. 대항해시대에 포르투갈이 인도네시아 열도에서 향료무역을 개척한 이후, 1515년 도미니크 수도회 소속 사제들이 티모르와 그 인근에 카톨릭을 소개했다. 네덜란드가 바타비아를 건설하고 향료의 섬에서 포르투갈 세력을 몰아냈을 때, 포르투갈의 잔여세력들은 티모르 섬으로 몰려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백단향 무역을 개척했다. 백단향(Sandalwood)은 은은한 향기가 나 약재로도 쓰이고, 재질이 단단해 불상을 깎는 고급 목재로 사용된다. 이 나무는 금의 무게와 같은 가격으로 거래될 정도 고급목재로 각광을 받았다. 포르투갈은 현지인과 피를 섞은 혼혈종족인 토파세와 힘을 합쳐 티모르 일대에서 향료무역에서 잃은 공백을 백단향 무역으로 채웠다. 1702년 포르투갈은 동티모르를 식민지로 편입했다.
네덜란드 상인들도 백단향 좋은 것을 알고선 서부 티모르를 장악했다. 백단향 무역을 놓고 두 나라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티모르에서 어느쪽도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1854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는 티모르를 분할할 것에 합의했다. 이후 몇차례 협상을 더 진행해 1916년 티모르는 현지 부족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서양의 두 나라에 의해 분할되었다.
1941년 12월 일본군이 남양군도를 공격하자 연합국 일원이었던 호주군이 티모르를 선제적으로 점령했다. 이에 일본군은 2만명의 군대를 파병해 동티모르를 점령했다. 티모르인들은 연합군과 합세해 게릴리전을 펼치며 일본군에 저항했다. 1945년 8월 태평양전쟁이 종식되었을 때 티모르인들의 사망자 수는 전체인구의 1.3%에 해당하는 6만명에 달했고, 도시와 마을은 대부분 파괴되었다.
1945년 8월 일본이 항복한 이후 서티모르는 네덜란드령으로 복귀한뒤 인도네시아 영토가 되었고, 동티모르엔 포르투갈이 돌아왔다. 포르투갈은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데 주민을 동원해 혹사시켰다. 동티모르인들은 돌아온 포르투갈의 학정에 반발해 1959년 대규모 폭동을 일으켰다. 당시 포르투갈은 주동자들을 또다른 식민지인 아프리카의 앙골라와 모잠비크로 추방했다.
포르투갈의 학대가 노출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동티모르가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며 1963년 자카르타에 티모르공화국해방청을 설립했다. 1968년 쿠데타로 집권한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듬해 신질서(New Order) 정책을 표방하고 티모르에서 좌익의 준동을 경계했다. 동서 냉전이 격화하던 시절에 호주도 수하르토의 방침을 지지했다.
1974년 4월 식민본국 포르투갈에서 정변이 일어나 민주정부가 들어섰다. 새로 들어선 리스본 정부는 포르투갈의 모든 해외식민지를 독립시키겠다고 밝혔고, 동티모르인들도 서둘러 정당을 설립했다. 세 개의 정당이 수립되었다. ①티모르민주연합(UDT)은 포르투갈 연방 산하에 독립국이 되자고 주장했는데 여기에는 포르투갈과 우호적인 집단과 부족장들이 참여했다. ②티모르사회민주협회는 좌파정당으로 완전한 독립을 추구했으며, 곧바로 모잠비크해방전선을 본따 독립동티모르혁명전선(FRETILIN. 프레틸린)으로 이름을 바꿨다. ③티모르대중민주협회(APODETI, 아포데티)는 인도네시아와 통합할 것을 주장했으며, 인도네시아와 거래가 많은 상인 등의 지지를 받았다.
포르투갈은 세 정당이 모두 참여하는 과도연립정부 수립을 제안했다. 이 제안에 친인도네시아 정당인 아포데티가 반대하고, 다른 두 당은 찬성했다. 아포데티가 배제된 가운데 포르투갈, UDT와 프레틸린의 3자는 동수로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3년후에 총선을 치르고 제헌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좌파 프레틸렌이 대중적 지지를 넓혀 갔다. 이대로 총선을 치르다간 좌파정권이 들어설 것이 분명해지자, UDT는 1975년 8월 1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프레틸린은 게릴라 전으로 대응했다. 포르투갈 총독은 이웃 섬으로 탈출해 양측의 타협을 종용했지만 허사였다. 프레틸린이 쿠데타 세력을 물리치고 수도 딜리 전역을 장악하고 11월 28일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했다. 이 짧은 내전에서 동티모르인 6만명이 희생되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인도네시아와 합병할 것을 지지하던 사람들이었다. 이에 UDT도 서티모르로 넘어가 인도네시아에 합병을 청원했다.
이 무렵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를 병합하기 위해 군사작전계획을 수립했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1975년 12월 7일 인도네시아군은 동티모르를 침공했다. 좌익 프레틸린이 이끌던 민족해방군은 궤멸되어 수만명의 전사자를 냈고, 인도네시아군의 학살에 십만명의 인구가 목숨을 잃었다. 미국과 호주는 침묵했다. 앞서 그해 4월 30일 베트남 사이공이 함락되었다. 미국과 호주는 인도네시아군의 만행보다는 동남아시아의 공산화 도미노를 더 걱정하는 상황이었다.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를 27번째 주로 편입해 내지화를 추구했다. 인도네시아어를 공용어로 사용토록 했고, 학교·도로·다리·병원·전기·통신 등 사회기반시설을 확충, 주민들을 위무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인들의 기본인식은 동티모르를 식민지로 보는 것이었다. 네덜란드에 수백년 시달렸으면서도 막상 독립한 후 점령지 사람들을 천하게 대우한 것이다.
1990년대에 일련의 사건이 터졌다.
①1991년 10월 28일 인도네시아군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11월 12일 산타크루즈 공동묘지에서 열린 장례식에 수백명의 조문객이 독립을 요구하는 깃발을 들자. 인도네시아군은 자동화기를 난사해 271명이 사망했다.
미국의 언론인이 학살 현장을 촬영했고, 그 동영상이 영국 TV를 통해 공개되자 전세계가 분노했다.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점령을 지지하던 미국도 돌아섰다. 유엔은 인도네시아에 학살 조사단의 입국을 허용하고 조사결과를 인권위원회에 보고할 것을 결의햇다.
②산타크루즈 학살사건 3년째가 되던 1994년 11월 12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제2차 APEC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날 동티모르 대학생들이 자카르타 주재 미국 대사관 담을 넘어 들어갔다. 동티모르 독립에 관해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행동이었다.
③1996년 10월 동티모르 인권운동을 벌였던 조지 하무스 오르타(José Ramos-Horta)와 시메노스 벨루(Carlos Filipe Ximenes Belo) 주교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수하르토는 당황했다.
그러던 중 1998년 5월 수하르토는 금융위기를 수습하던 와중에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반발을 사 퇴진하고, 하비비 부통령이 권력을 승계했다. 하비비는 주민투표를 통해 동티모르가 독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999년 5월 인도네시아, 포르투갈, 유엔 3자가 주민투표 실시를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유엔은 동티모르가 독립하기 전까지 도와줄 동티모르유엔지원단(UNAMET) 파견을 서둘렀다. 이 때 인도네시아 군부는 유엔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동티모르 민병대를 조직했다. 민병대의 테러 협박이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가운데 1998년 8월 30일 주민투표가 실시되었다. 유권자의 98%가 투표에 참여, 78.5%가 독립에 찬성했다. 이로써 독립이 결정되었다.
유엔은 독립까지 동티모르의 안정을 위해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기로 했다. 평화유지군에는 호주군이 주력으로 편성되었고, 우리나라도 참여했다.
2001년 4월에 실시된 총선에서 프레틸린이 전체 88석 중 55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되었다. 제헌국회는 헌법안을 채택하고 2002년 4월 14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샤나나 구스망(Xanana Gusmão)이 82.7%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2002년 5월 20일 동티모르는 다시 독립을 선언했고, 그해 9월 유엔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되었다.
인도네시아 20년 점령기간 동안에 동티모르인 20만명을 학살했다. 또한 외부에서 들어간 이주민들이 동티모르의 관공서와 학교 요직을 차지하고 개발 이익을 독접했다.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에서 과거에 그토록 증오했던 식민지배자로 군림하다가 티모르인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결국 섬을 잃게 되었다.
<참고한 자료>
Wikipedia, East Timor
Wikipedia, History of East Timor
Wikipedia, Indonesian invasion of East Timor
